(서울대 이준구 교수님 게시판, 2008/07/27)
86년 아시안 게임에서 육상 불모지 대한민국에 세 개의 금메달을 선사한 임춘애 선수... 라면 먹고 뛰었고, 우유 마시고 뛰는 선수가 부러웠다는 서글픈 얘기에 모든 국민의 가슴에는 환호와 함께 울적함도 남았더랍니다. 그만큼 라면은 서민적 음식이죠. 배고팠던 시절에는 전혀 건강식이라고 할 수 없는 라면이 국민의 건강을 지켰던 역설도 있었습니다.
라면이라고 하면 군대 이야기가 빠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다시 쑥스럽지만 제가 겪은 군대 라면의 유쾌한 추억을 되살려 봅니다.^^ 군대에서 추운 겨울밤 출출할 때 라면을 끓여서 여러 사람이 함께 먹으면 참 맛있죠.
군 생활 중 휴전선 GOP 근무 실습을 할 때, 특별 면회를 나간 적이 있습니다. 원래 휴전선 경계 근무를 하면 원칙적으로 면회가 되지 않는데 급한 개인용무가 생겨서 특별 면회 허락이 떨어졌습니다. 제가 면회를 나간다는 소식이 소초원들에게 전해지자, 두 명이 저에게 돈을 주면서 부탁을 하더군요. 사탕을 사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군대 음식이 이상하게도 당분이 모자라는 것 같더군요. 푸석푸석한 찐 밥도 그렇죠. GOP 소초(소대)는 취사를 각 소초별로 하기 때문에 그래도 나은 편이었지만, 춥고 배고픈 군 생활 자체가 단 것에 더 끌리게 하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문제는 두 명의 부탁만 들어줄 수는 없다는 것이죠. 만약 그 두 명에게만 부탁한 사탕이 전달되면 사탕이 소초내에서 일종의 희귀재가 될 것이고, 그러면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부탁을 거절했습니다.
부사관 한 명과 함께 외출을 나와서 볼일을 끝내고 돌아갈 시간이 되자 소초원이 부탁한 사탕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상점에 들어가서 사탕 큰 봉지를 몇 개 주워들었죠. 그런데 제 눈에 라면 상자들이 들어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소초에 라면이 떨어졌었거든요. 어떻게 갖고 갈 것인지 계산도 하지 않고 반가워서 라면 세 상자를 덜렁 샀습니다.
소초에서 내려올 때 40분 정도 걸었는데, 다시 올라갈 생각을 하니 눈앞이 깜깜해지더군요. 함께 온 부사관은 라면 상자들과 사탕 봉지들을 보더니 반가워 하기는 하는데 옮기는 것을 선뜻 도와주겠다는 말은 하지 않더군요. 저를 더 초조하게 만든 것은 저녁때가 되었는데도 그 부사관이 GOP로 귀환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저를 어떤 경비 소대 내무반에 잠시 기다리라고 해놓곤 다른 부사관들과 어울려서 근처 마을에서 소주 파티를 벌였던 것입니다. 저는 그 라면 상자들을 메고 야밤 산길로 올라갈 것을 생각하니 망연자실해졌습니다. 그래서 그 술좌석에 찾아가서 슬쩍 이야기했죠.
“저... 어두워지는데, 그만 가셔야 되지 않을까요?”
“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요?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
그런데 그 대화를 한 뒤 몇 시간이 지나도록 도저히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자정이 거의 되어서 다시 그 술좌석에 가서 눈치를 주니 그제야 전화를 한 통 하더군요. "닷찌"를 한 대 내려보내라고... “닷찌”는 군대의 소형 트럭입니다. 미국 자동차 회사 Dodge가 아닐까 싶네요. 소형 트럭을 타고 쌩하니 GOP 중대 본부까지 오기는 했는데, 그다음도 고민이었습니다. 그 부사관은 중대 본부 소속이라서 우리 소초까지는 같이 갈 필요가 없었죠. 그렇다면 저를 트럭으로 소초까지 데려다 주면 좋은데 그렇게는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혼자서 라면 세 상자를 메고 소초까지 10분 이상 걸어야 하는지 고민 중인데, 그 부사관이 소초에 전화를 해서 라면 사왔으니 몇 명 보내라고 그러더군요. 덕분에 저는 아무것도 짊어지지 않고 편하게 소초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 날 아침 사탕은 소초장을 포함해서 모두 똑같이 나눴습니다. 라면 세 상자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야식용으로 요긴하게 사용되었습니다. 밤에 철책 근무를 선 다음 교대해서 들어오면 끓여 먹는 식이었죠. 그런데 밤에 라면을 끓일 때마다 심지어 자고 있었던 저를 깨워서 같이 먹자고 해서 저는 약간의 곤욕을 치렀습니다. 라면 주인이 저라는 것이었죠. 그래서 저를 꼭 끼워서 먹어야 덜 미안했던 모양입니다. 어떤 때는 안 깨우면 좋겠던데 계속 깨우더군요. 소초원들의 양심과 정성이 고마워서 밤에 함께 라면을 먹고 아침에는 팅팅 부어오른 얼굴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야식으로 같이 라면을 먹었던 그 소초원들은 지금 어디에서 뭘 하는지 궁금하네요...
영화 “식객”인가요. 라면을 맛있게 먹는 비결로 반드시 배고플 때 먹으라는 상식을 전수한 것 말입니다. ㅎㅎㅎ
사진: 뽀글이 라면
http://www.zinagan.com/files/attach/images/982/076/074/%EB%BD%80%EA%B8%80%EC%9D%B4_%EB%9D%BC%EB%A9%B4_s5we.jpg
박영환
답글삭제(2008/07/27 01:39) 캬... 박사님께서 또 군대이야기를...^^ 이 사이트에 들어오시는 여성유저분들께서는 싫어하실지 모르련만, ㅋㅋ
전 '물개'출신인데..-_-;;(흔히 비속어로 육군은 땅개, 공군은 '참새' 해군은 '물개'로 표현하곤하죠) 자대는 편하게 생활해서 별 추억이 없지만.. 훈련소.. 즉 진해의 칼같은 바닷바람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네요..^^ 전 3월 군번이다보니, 날씨는 겨울인데.. 훈련소에선 봄으로 취급해서 취침시간도 한시간 당기고 방한장비도 제대로 지급안되서...추운날씨에 귀,얼굴 피부껍질이 다벗겨졌던 기억이 납니다..(물론 GOP같은 최전방에서 근무하셨던분에게 제 이야기를 들으시면 우습겠지요..^^;;)
또 해마다 4월이면 진해군항제(벚꽃축제)를 하는데... 주말에 철조망 담을 두고 벚꽃축제가는 연인들을 바라보며 떨어진 벚꽃잎을 청소하던.. 또 야간행사때 폭죽터트리며 축제하는 것 옆으로 잠깐쳐다봤다고... 1000명이 넘는 동기들 30분동안 달밤에 체조했던 기억이 아직도 납니다.. 그때.. 진해란 도시에 대해 정말 이를갈았는데, 전역하고 다시한번 진해에 바람쐬러가보니.. 그때가 은근히 그리워지더군요...^^
제가 입대했던 2006년도때는 시대가 조금 변해서 그런지.. 훈련소에서는 저를 포함해서 동기들이 이상하게 라면을 별로 안좋아하더군요..-_-;; 매주 토요일마다 지급되는 라면배식이 있었는데.. 저희는 늘 버리는 양이 꽤 됐었답니다..-_-;; 저도 마찬가지 였구요..
근데 대신에 가장있기있었던건 모회사의 xx제스티브라는 쵸콜릿이 발린 크래커였는데.. 동기몇명이 몰래 공수해서.. 야간근무서며 한조각씩 나눠먹다가 목이막혀, 조교가 급시찰왔을때.. 관등성명을 정확한 발음으로 못해, 동기와함께 팔굽혀펴기 기합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납니다..ㅋ
원래 경계근무시간에 그짓했다간.. 바로 유급혹인 퇴교조치될텐데.. 수료를 1주일 남겨둬서그런지.. 안그러면 저희가 불쌍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짐작컨데, 아마 그 조교님은 저희가 뭘 먹었는지 알면서도 눈감아주시는 듯 했습니다..^^ 지금 한번 뵐 수 있다면 솔직히 말씀드리며 담소를 나누고 싶은데.. 동기에게 물어보니 다른곳으로 이동하셨다더군요..^^
7주간의 훈련소마치고 바로 뛰쳐나와서 슈퍼마켓에서 사먹었건만.. 절대 그 맛이 안나더군요...-_-;; 가만히 보니 그날 이후 그과자를 사먹어 본 기억이 한번도 없군요..ㅎㅎ
똑같은 과자1개의 맛이라는 것도, 때와장소에 따라 이렇게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 할 수 있는지 제대로 실감했던 때 였습니다...^^;;
안병길
(2008/07/27 01:54) ㅎㅎㅎ 빈 깡통이 요란하다고, 군 생활 시시하게 한 사람이 군대 얘기 더 많이 한다는... 제가 그 꼴입니다. ㅋ 아래에 보니 해병대 출신도 계시던데, 그런 분이 군 얘기를 하시면 저는 잠수해야 될 것입니다.
몇 년 전에 고등학교 동기생이 잠수함장이라서 견학차 진해에 가봤습니다. 독일제 잠수함이었는데 안에 들어가니 정말 좁더군요. 작전 나가면 그 안에서 몇 십 명이 오랜 기간 함께 생활해야 하는 것을 상상하니 정말 고생이 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해군력도 많이 향상되어서 이제 큰 잠수함과 이지스급 구축함도 보유하게 되었죠. 일전에 다큐멘터리 백두산함(우리 해군 최초 전투함, 해군 장병들의 성금을 보태서 미국 해양학교 실습선을 구매/개조)을 TV에서 본 적이 있는데, 비교해보면 격세지감입니다.
영환님은 요즘 더 바쁘시겠죠?
초보운전
(2008/07/27 02:54) 글재주는 없지만 GOP와 라면이야기가 나와서 그냥 지나칠 수 가 없네요.
저는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GP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그곳에서 아주 좋은 보직인 취사병을 1년정도 했구요. 제가 근무했던 곳에서도 부사관이 있었습니다. GP에는 장교 한명 부사관 한명이 근무하는데 보통 장교는 작전이나 경계근무를 담당하고 부사관은 부대원이 좁은 GP에서 살아가는데 먹고 자는 생활에 밀접한 부분을 담당합니다.
취사병은 부사관과 아주 친밀한 관계를 가지게 되는데 저도 부사관과 원만한(?) 관계로인해 일요일(비무장지대로 차가 안 들어오는 날)이면 아침,점심은 라면을 관물대에 넣어주고 취사장에 밥만 해놓고 12시까지 자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니까 일요일은 저녁 (스페셜) 한끼만 하는거죠.
새벽 경계근무를 마친 오전조가 오전 작업을 나가서 오후 기상시간이 다되어 돌아오는 시간이 되면 작업을 나간 작전조로부터 무전이 날라옵니다. 작업이 길어질거 같으니 밥대신 라면을 끓이라는 거죠. 밥을 하게되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설거지를 해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안돼서 간편한 라면을 끓여서먹고 바로 작업하러 나가야 했기 때문에 가끔 그런 방법을 쓰곤했습니다.
처음 라면을 끓이면 GP 정원이 30명인데 60개를 끓여줍니다. 그러면 당연히 모자릅니다. 그러면 먹는 도중에 다시 한 박스를 더 끓여주는데 근무하는 병사를 제외한 20명정도가 70~80개를 먹습니다. 그러면 한 사람당 3개~4개정도를 먹게 되는데 보통 병장 상병들은 어느정도 먹다가 배부르면 더 이상 먹지 않지만 계급이 안 되는 이병 일병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꾸역꾸역 라면을 먹어야 했습니다. 정말 정신력으로 먹어야 하죠.. 우리 부사관이 좀 괴짜라 여기에 밥을 말아주고는 했습니다. 자기는 안먹고 병사들 많이 먹으라는 거죠..
지금 생각하면 먹는걸로 군기를 잡던 그때가 참 무식하다 생각되지만 모두 제대하고 다시만나 내가 해준 밥이 뭐가 제일 맛있었냐 라고 물어보면 그때 먹었던 라면이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는거 보면 그 무식했지만 강렬했던 라면의 맛을 잊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쉽게 먹을 수 있는 라면이지만 군대에서 근무서고 먹었던 뽀글이(봉지라면)만큼, 고된 작업 후 먹은 다량의 라면만큼의 맛은 안나는거 같습니다. 역시 라면은 가장 배고플때 먹어야 하는 음식인가 봅니다.
오늘밤 멋진게 빗나던 GOP불빛과 비무장지대의 전망이 그리워 지네요..
안병길
(2008/07/27 04:00) 헤헤~, 라면 대왕이 계셨군요.^^ 그렇게 많은 라면을 꼬들하게 맛있게 끓이려면 상당한 재주와 경험이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초보운전님의 재미있는 에피소드 잘 읽었습니다. GP도 근무해보고 싶었는데 시켜주지 않더군요. 비무장 지대 속의 외로운 섬과 같은 곳이죠. 아이러니하게 아직 전쟁 중 휴전 상태지만 비무장 지대는 동식물들이 가장 평화스런 모습을 보이는 곳이기도 하구요.
이준구
답글삭제(2008/07/27 09:41) 최근 어떤 신문에 난 글 보면, 남자들은 아무리 지성인이라도 군대 얘기만 나오면 동네 예비군의 멘탈리티가 된다고 하더군요. 나도 그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안박사를 동료로 모시니 너무 좋네요. 여기 들어오는 여성분들의 분노를 감수하고 나도 그 동네예비군 얘기에 동참하려 합니다.
군대와 라면. 이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지요. 매일 염적무 국으로 때워야 하는 우리에겐 라면이 그야말로 특식 중에 특식이었습니다.
위에서 '영환'씨가 훈련소에서 라면이 별로 인기가 없었다고 하는데, 그건 이유가 있어요. 훈련소에서 집단으로 끓여주는 라면이 맛있을 리가 있습니까? 내가 있던 부대에도 매주 일요일 점심은 라면이 나오는데, 퉁퉁 불은 라면이 정말로 맛없었답니다. 그나나 스프를 제대로 집어넣지 않고 소금으로 대체해 정말 꽝이었지요. 스프를 왜 제대로 집어넣지 않았냐구요? 그걸 남겨서 밥 비벼 먹으면 맛있으니까 취사반 애들이 넣지 않고 비축해 두는 겁니다.
라면의 정수는 밤에 몇 명이 몰래 끓여 먹는 데 있습니다. 라면 끓일 때 풍기는 그 향긋한 냄새는 오장육부를 다 뒤흔들었지요. 한 번은 운전병과 거래를 터서 라면을 무려 10개나 확보했습니다. 그때는 각자 라면을 확보하고 먹던 시절이라 그 10봉지도 나의 전유물이었지요. 그런데 1봉지를 먹고 난 순간 유격훈련에 동원이 되었습니다. 나는 나머지 9개를 사무실 여기 저기에 숨겨 놓고 떠났습니다. 장교 모자 속, 책장 뒤, 뭐 이런 데다가 말입니다. 그런데 유격훈련 마치고 돌아와 야식이나 먹을까 하고 찾아 봤더니 정말로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거였습니다. 뻔하지요.
그 동안 내 친구들이 보물찾기 식으로 다 찾아 먹은 것입니다. 내 추궁에 그 녀석들은 느물느물 웃기만 하고 사과조차 하지 않더군요. (그 중에는 지금 국회의원, 방송사 사장, 교수, 목사 벼라별 사람이 다 섞여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정말 바보였습니다. 유격훈련 떠나기 전에 팍 인심이나 쓰고 떠났어야 하는 건데 말이지요. 어려서 생각이 부족했던 것이지요.
안박사 부하들이 정말로 좋아했겠네요. 그런데 안박사도 정말로 요령이 없는 분이네요. 신참 소위라면 최소한 병장 정도의 영향력은 가졌을 텐데 라면 사왔으니 졸병 몇 명 내려오라고 연락하면 만사 OK였을 텐데요. 하사관이 그 얘기 해줄 때까지 기다리다니요.
ps. 요즈음은 건강에 나쁘다는 이유로 라면을 잘 못 먹습니다.
(식두들의 감시가 심하지요.)그래서 그 감시망을 피해 라면 먹을 때는 군대 때 이상의 희열을 느낍니다.
안병길
(2008/07/27 09:55) 아, GOP에서 제 신분은 "실습 소대장"이었습니다. 전방 부대 사병들과 소속이 달라서 부하라고 할 수는 없었고, 정식 소위가 아닌 후보생이라서 이등병과도 서로 존대말을 해야 하는 그야말로 핫바지였죠. 사실 그 사탕과 라면도 소초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아부였습니다.^^ 심지어 제가 인수인계 품목이 되기도 했습니다. 실습 중 GOP 근무 부대 교체 명령이 떨어지는 바람에 실습생들이 낙동강 오리알이 되어서 소초의 다른 장비들과 함께 인수인계되는 경험도 했습니다.
선배님 군 동기분들과 만나셔서 그 때 그 라면 얘기를 나누면 정말 재미있겠습니다.^^
박영환
답글삭제(2008/07/27 13:47) 안병길 박사님께// 하하.. 빈깡통이 요란하다는 박사님말씀에 왜 이렇게 공감이.. -_-;; 말씀대로 제가 아는사람중에 UDT/SEAL출신이 있는데, 이상하게 군대이야기는 한마디도 안하더군요..-_-;; 대신에 공익으로 간 사람중에는 매일 헬스클럽에서 운동할때마다, 해병대 기습특공, 특전사 관련티셔츠를 입고 운동을 한다능.. -_-;;
박사님은 잠수함 안까지 가보셨다니.. 크흑.. 물개출신인 저도 못 들어가봤는데..ㅜㅜ 말씀대로 보니까 잠수함에 근무하는 인원은 100% 장교,부사관에 잠수함 근무에 조금이라도 결격사유가 되는 사람은 절대 근무할 수 없도록 엄격히 선발하더군요.. 듣기로는 교육기간만 2년에 육박한다고 하던데.. -_-;;
박사님과 교수님을 개인적으로 뵐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교수님사이트가 워낙 인기가 많으셔서 여기서 제 신분을 밝히기가, 좀 거시기(??)합니다..-_-;; 다만 독도관련 부서중 가장 최일선을 담당하는 사람이란 말씀밖에..-_-;;
일본 교과서 명기사건이후, 업무가 부쩍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그날이후로 주말은 커녕 제시간에 퇴근해본 적이 없네요..-_-;; 많이 힘들지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격려를 해주셔서 요즘 참 뿌듯함을 느낌니다.. 더욱더 독도를 지키기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충성!!
이준구교수님께//교수님 말씀을 듣고나니.. 라면을 그렇게도 좋아하는 제가, 왜 그때 라면을 기피했는지 200%공감이 갑니다.. -_-;; 후일담이지만, 나중에 밥당번 들어갔던 동기가 유통기한이 6개월이 지난것이라 하더군요..-_-;; 상태도 안좋은데다가 물을 붓고난 후 한참기다렸다가 한꺼번에 배식을 하다보니 면만불고 국물을 하나도 없어.. 그냥 옆에 동기 줘 버렸던 기억이나네요..^^;;
헉,근데 약간충격적인 사실이 어떻게 교수님같은 분께서 라면10개를 안빼앗기고 혼자드시려고 꼼꼼히 숨겨두셨다니.. 도저히 상상이.. -_-;; 교수님도 군대시절 라면 한두개에 굴욕을..^^;;
ps. 교수님, 박사님... 제가 직장인이긴 하지만 아직 23살밖에 안된 철없는 새파란 젊은이 입니다.. ^^;; 훌륭하신분들에게 제가 '님''씨'라고존칭을 받으니 부끄럽습니다...^^;; 그냥 편하게 '군'으로 말씀을 낮춰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준구
(2008/07/27 14:06) 지금 생각해 보면 군대 있을 때 유치한 짓 많이 했지. 만약 그 때의 내 행동을 동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린다면 낯 뜨거워서 얼굴을 들고 다니기 힘들 거구만. 그 때는 라면 한 젓가락 얻어 먹으려고 온갖 아양을 다 떨곤 했다네.
안병길
(2008/07/27 15:45) 혹시 유튜브에 선배님 군 시절 동영상이 올라와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 방금 찾아봤습니다. 없습니다.^^
박영환
(2008/07/27 15:47) 앗... 저도 방금 댓글에 유투브박사님이신 안박사님께, 교수님 군시절 동영상을 부탁드리려 했는데.. 벌써 늦었군요..^^;;
안병길
(2008/07/27 15:56) 누가 보면 바보 형제라고 하겠네요. ㅎㅎㅎ
박영환
(2008/07/27 16:03) 헉..^^;;
안병길
(2008/07/27 16:06) 어리숙함의 유쾌함, 좋잖아요??? ㅋ
유튜브에서 이 교수님 군 시절을 연상시키는 비슷한 병사를 발견하여 원문 끝에 올렸습니다. 잘 찾아 보시길...
이준구
(2008/07/28 21:38) 어디서 이런 고색창연한 군대생활 비디오를 얻으셨대요? 그러나 나는 최소한 뻬치카로 난방하는 곳에서는 생활하지 않았습니다. 보일러 난방을 하는 곳이었는데, 겨울에 온수 대신 보일러 물을 빼서 썼지요. 그 탓에 내 피부가 많이 상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보일러 속 쇠가 다 녹슬고 썩지 않았겠습니까? 거기 고인 물을 받아썼으니까요.
그나마도 약간 고참이 되어서야 그 물 받아 쓸 수 있었습니다.
오리
답글삭제(2008/07/29 10:37) 안 박사님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저도 비슷한 시기에 육개장 훈련의 일환으로 6사단에서 FEBA 및 GOP실습을 했었습니다. GOP에 저희 소대는 통상 4개 정도 배정되는 소초를 5개 관할로 했었기 때문에 더 길었던 기억이 있구요. 밀어내기 근무라고 하죠 왜, 2개 돌고 잠시 들어와 앞 조가 받아두었던 쿠커에 끓인 라면 맛은 정말 기가 막혔지요. 김치는 커녕 단무지도 없이 맨 라면이었지만 그 맛은 제 평생 가장 맛있었던 라면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안병길
(2008/07/29 11:46) 오리님, 반갑습니다. 6사단은 서울과 가까와서 오히려 더 FM으로 실습하셨을 것 같습니다.^^
오리
(2008/07/29 12:56) 예 안박사님 86년 12월에 실습들어가 87년 2월에 끝났는데요 86년 가을에 200km 행군갔을 때 김일성이 죽었다는 루머가 돌아 현장에서 소위달고 전방 투입되는 것 아니냐고 수군대던 기억... FEBA에서 야간급속행군하다가 퍼졌던 창피한 사건... 몸의 가로가 세로보다 더 길? 정도로 아래 위로 양말과 내의 합쳐 한 10벌 이상 껴 입고 매복들어갔지만 엄청 떨던 기억... 당시 3사 교장이 유명한 분이라서 병기본훈련기간에 야간에 사열 연습하느라 한 7kg 몸무게가 줄기도 했고 태권도 초단 따느라 잠 못자고 훈련한 것 등 기억이 새롭내요
안병길
(2008/07/29 13:41) 저 바로 앞 전기로 가셨군요.^^ 태권도... 저도 고생 많이 했습니다. 제가 입교했을 때 엉거주춤한 걸음걸이로 지나가던 전기 후보생들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그것이 태권도 다리 찢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되었죠. 덕분에 저도 엉터리 초단증을 나중에 받기는 했습니다만... ;) 지나고 나니 재미있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오리
(2008/07/29 14:55) 앗 그러면 안박사님은 8기신가요? 제 동기 가운데 논문이 늦어 5학기에 마친 친구들이 86년 10월인가 들어갔던 기억이 있는데요 또 동기가운데 노태우씨 아들이 있지 않았나요? 갑자기 이 교수님 게시판이 육개장 동문회 비스무리해지는 것 같아 다른 분들께는 죄송...
안병길
(2008/07/29 15:53) 누구 사위, 누구 아들, 모두 헛소문이었습니다.^^
오리
(2008/07/29 16:03) 아 그렇군요 안 박사님과 온라인상이지만 무척 가까와 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건강하세요
안병길
(2008/07/29 16:34) 감사합니다. 오리님도 건승하시기 바랍니다.
이준구
(2008/07/29 21:55) 육개장 만세. 솔직히 말하면 평소 육개장제도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특혜였으니까요. 더군다나 권력자들의 자제를 위한 맞춤형 특혜였다는 점이 더욱 저를 화나게 만들었지요. 그러나 안박사가 그 출신이라는 걸 알고 그 반감을 없애기로 했습니다. (사실 내가 군대 갈 때 그런 제도 있었으면 신나서 그 혜택 받았을 것도 분명하구요.)
CHuLBaKI
답글삭제(2008/07/29 23:26) 안녕하세요^-^.. 저는 03년 1월에 입대했었는데..; 해병대가 워낙 보급이 안되는 부대이다보니.(저비용 고효율이랍시고 지원이 열악한 부대이죠^^) 말년에도 뽀글이와 건빵을 사랑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번은 BLT한다고. 해군의 LST를 탔었는데.. 단팥죽에, 웨하스에, 라면에.. 먹을꺼를 정말 많이 주는걸 보고 놀랬었죠... 더 기막힌 것은.. 그 귀중한 웨하스를.. 갈매기 밥으로 주는 해군 수병을 보고 경악했던적이 있습니다^^
안병길
(2008/07/29 23:31) 선배님, 황공하옵니다. 영화 "식객"을 보니 가장 한국적인 음식으로 육개장이 소개되더군요.^^
징병제 하에서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제도였던 것은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
무적 용사, 해병대 분이 나타났으니 저는 잠수... ㅋ 전에 촛불집회에 가셔서 좋은 일 하신 분이시죠? 다시 반갑습니다.
CHuLBaKI
(2008/07/30 03:31) 하핫^-^ 안병길 선생님~ 무적용사는 무슨;; 그래봤자 03년도 군번입니다 ㅠㅠ 얼마전 해병대 초소 사고로 3명의 해병이 목숨을 잃은 뒤로는 괜시리 쓰린 가슴을 안고 지냅니다^^. 저는 김포에 있었는데;; 해안방어 나갔을때. 초소들..정말 부실했거든요 ㅠㅠ
그리고 좋은일은요..^^ 무슨 ㅋ 그 상황이였다면 누구나 그랬을 일인데요^^ 그리고 ㅋ 쬐끔 겁난다는^^ 공안정국에 ㅋㅋ 불법시위에 참여했다고 잡혀갈까봐요^^
안병길
(2008/07/30 14:20) 정말 그 해병대 사고는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사망한 해병들의 부모님들은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습니까. 안전사고로 그런 일이 벌어졌으니...
오리
(2008/07/30 14:20) 군대얘기하면 방위 출신이 거품 물고 하고(방위도 전투방위가 있어 훈련만 "빡쎄게 하는 데도 있습니다만), 진짜 고생한 사람은(위에 댓글에 보니 UDT사례가 있던데요) 조용한게 사실이지요.
근데 육개장이 제가 원해서 생긴 제도는 아니구요 저도 수혜자일뿐입죠. 당시 문과는 영어, 제2외국어, 국사를, 이과는 영어와 국사를 시험봤는데. 50분에 푸는 제2외국어가 B4용지 앞뒷면으로 6쪽이 나왔더랬습니다. 그것도 지문이 거의 A4용지 하나만한 게 3개 씩이나... 외국 석사는 대사관에서 면접만 봤구요. 어쨌든 쓰고 보니 핑계는 핑계를 낳는 꼴이 되었습니다. 교수님 여행 건강하게 잘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안병길
(2008/07/30 14:39) 이 쓰레드에 댓글 다신 분들 전력만 해도 막강합니다.
육군: 2 명
육개장: 2 명
해군: 1 명
해병대: 1 명
이 정도만 해도 쿠데타 모의를 하는 이들이 벌벌 떨지 않을까 싶네요.^^ 공군도 한 분 계시면 좋겠군요...
이준구
(2008/07/30 16:11) 위에서 쿠데타 진압군 지휘자로 추천한 바 있는 정승화 장군이 공군 출신입니다.
오리
(2008/07/31 10:26) 교수님께서 쿠데타 말씀하시니까 생각납니다. 석사장교로 불렀던 육개장은 정식명칭이 '특수전문요원'입니다. 저희들은 줄여서 특전요원으로 부르며 짝퉁사 특전사 흉내를 냈었지요.
그리고 저희는 임관과 동시에 예편이라는 실제 현역 복무기간이 0초인 희한한 장교입니다. 임관사령장 내용이 '예비역 소위에 임함'이니까요.
임관식 며칠 전에는 괴짜 친구들이 PX에서 장교계급장을 사서 몰래 달고 다기기도 했는데 대령계급장을 사서 단 친구도 있었습니다. 예사(예비역 사관) 몇기가 나중에 쿠데타 한 번 일으키면 무력 쿠데타가 아닌 집권층 쿠데타가 될 거라고 농담하기도 했습니다.
훈련 중엔 잠이 모자라 행군하며 잠들었던 적도 몇 번 있는데 제가 비몽사몽간에 구대장의 호명을 받는 꿈을 꾸고 관등성명을 대는 잠꼬대를 하는 바람에 행군중 앞 뒤 친구들이 깜짝 놀라기도 했구요. 잠이 많은 친구들을 '잠모총장', '함잠의장' '국방부잠관', '국무잠리'로 등급화하기도 했습니다.
안병길
(2008/07/31 13:41) 특전 출신 "국무잠리"가 제일 웃기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