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준구 교수님 게시판, 2008/08/21)
오래전에 어떤 유명 인사의 칼럼에서 우리 국민이 너무 개인주의적이라고 개탄하는 것을 읽고 고개를 갸우뚱 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우리에게 개인주의는 오히려 모자라는 것으로 보이거든요. 물론 편협한 이기주의는 일반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만, 건설적인 개인주의는 우리 사회에서 오히려 더 장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칼럼이 개인주의를 편협한 이기주의로 해석한 것으로 설명했다면 이해했을 텐데, 흔히 언급되는 공동체 의식과 대비시키면서 개인주의를 탓해서 저로서는 동감할 수 없었습니다.
긍정적인 공동체 의식도 물론 우리 사회 발전에 중요합니다. 그러나 공동체라는 개념을 복잡한 현대 사회 전반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특히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부문에서 마냥 공동체만 강조하면 자칫 집체주의로 흐를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정치인들이 공동체를 주창하면, 저는 일단 회의적으로 바라봅니다. 왜냐하면, 현대 자유민주주의 정치와 공동체 개념은 궁합이 잘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이해관계가 어긋나므로, 공동의 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상호 득실이 타협 혹은 조정되는 것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공동체 상황이라고 강변한다면, 그것은 권위주의적 집체주의가 됩니다.
베이징에서 경기를 끝낸 우리 선수들이 귀국하고 싶은데도 귀국하지 못하고 소일거리를 찾아서 헤매고 있다고 합니다. 일을 이렇게 만든 이들은 엉뚱한 곳에서 공동체를 찾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체육회나 정부는 더 개인주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되겠습니다. 누구를 위한 공동체입니까? 박태환 선수는 PC 게임 그만 하고 오늘 당장 귀국할 수 있는 성숙한 개인주의 의식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려야 되겠습니다. 그것이 박태환 선수뿐만 아니라 더욱 많은 국민의 이익에 맞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동명
답글삭제(2008/08/21 20:02) 문득 마틴 s. 립셋이 쓴 '미국예외주의'가 생각나네요. 저자가 이야기하길 미국은 개인주의적 바탕에서 만들어진 첫번째 세속국가라고 하면서 이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일본의 특이성론을 소개했었는데요. 그 책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일본이나 중국, 한국같은 동북아시아 국가의 경제성장의 기반을 유교사상에 기반한 계층제적 질서로 설명하는 듯 합니다.
제 짧은 생각에 요즘 동북아 지역에서 발생하는 국제정치적 이슈들, 그러니까 국가주의의 새로운 대두가 이런 유교주의적 계층제의 왜곡에서 발생하는 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가끔 사람들이 다른 집단이 가지고 있는 획일적 이데올로기에 대해서는 문제라고 말하면서도, 자신들의 그러한 성향에 대해서는 당연시하는 걸 보고는 무서워질 때가 있습니다.
이것도 압축성장의 결과물이라면 결과물일까요?
이준구
(2008/08/21 22:17) 그런데 왜 선수들을 베이징에 잡아놓고 있대요? 숙박비 절약하기 위해서라도 빨리 귀국시켜야 마땅한 일일 텐데요. 휘발유 값이 1700원 대로 떨어졌는데도 공무원들에게는 자기 차도 못 타게 하면서 말이지요.
Silence
(2008/08/22 01:25) 25일날 카퍼레이드한다고 메달리스트들은 귀국못하게 했다네요..어느 한 선수만 오기도 눈치보여서 다 머무르고 있다고 합니다
홍두령
(2008/08/22 07:58) 5공 시대, 3S 정책 이야기가 나오면서 국내에서의 여론이 계속 나빠지자 카퍼레이드는 하지 않겠다고 대한체육회에서 말하더군요. 대신 입국 때 범국민적인 환영행사를 하겠다나.. "한 명 한 명 따로 들어오면 분위기가 좀 그렇잖아요?"가 이유던데 정말 가소롭고 같잖고 아니꼽고 한심하고 개탄스러워서 그냥 웃엇습니다. 물론 비웃음이지요. 돌+아이들 같으니라구..
이준구
(2008/08/22 10:13) 선수들의 피땀을 자신의 정치적 입지 구축에 악용하려는 염치없는 친구들이 정말로 가소롭게 보이는군.
wunderhorn
(2008/08/23 00:21) 요즘 대통령님이나 주위 참모들이 하는 행태를 보면 그들이 제일 좋아하는 이야기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일거라는 생각이 듭니다..언필칭 "잃어버린 10년"이라 하지만, 하는 행동을 보면 20년동안 잤다가 깨어난 사람들이 국가를 운영한다고 호언하는 형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