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정치 상황에서 제가 가장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보수와 진보의 싸움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려서 이념 전체의 정체성을 걸고 보수 대 진보로 싸우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왜냐하면, 보수, 중도, 진보는 자유민주주의가 건설적으로 발전하는 데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성장이나 분배에 대한 장기 발전 방향이나 정책으로 갑론을박, 난형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서로 잡아먹을 듯이 싸우는 것은 제가 보기에 전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상대 진영 정체성 거부하기 싸움을 하다 보니, 역설적으로 각 진영에서는 과도하게 이기적인 정체성 사랑 혹은 자부심을 보이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자기네가 정통이라는 것이죠. 스스로 그렇게 외치면 권위가 서는 지 저는 의문입니다. 자유민주주의 정치판에서는 절대적으로 옳은 것도 없고, 절대선도 없습니다. 그런 것이 있다고 주장하는 정치판은 파시즘이나 과거 소련이나 북한 같은 공산주의를 채택한 권위주의 정치판입니다. 따라서 자기네 입장이 절대적으로 혹은 매우 옳다고 주장하면, 오히려 권위주의가 아닌지 의심해도 좋을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분단국가라는 구조적 결함을 갖고 있습니다. 민족은 하나인데, 국가는 남과 북, 둘입니다. 해방 이후부터 이 구조적 결함은 우리 정치를 왜곡시켰습니다. 그래서 북에는 김일성 독재가, 남에는 박정희 독재가 성립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닙니다. 북한은 아직도 독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벗어날 것입니다. 역사상 왕정이 아닌, 독재가 100년을 넘긴 예가 없습니다. 북한이 그 기록을 깨면 매우 특이한 사례로 남겠죠. 남한은 우여곡절 끝에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쟁취 민주화 항쟁으로 겉으로 보이는 권위주의 정치에는 한 매듭을 지었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인 권위주의 청산은 아직 멀었다고 저는 봅니다. 아직 자기네가 거의 절대적으로 옳다고 강변하는 정치단체나 정치인이 제법 있죠. 그 세력이 미미한 존재가 되어야 정치판의 권위주의 청소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정치를 보십시오. 미국의 민주당이 공화당 전체를 악으로 몰지는 않습니다. 영국 보수당이 노동당 전체를 무슨 괴물 보듯이 하지 않습니다. 독일의 사민당도 우파 기독교 당 전체를 청소할 듯이 째려보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 정치가 아직 선진 정치 문턱에도 못 간 것으로 평가해도 정치인들은 아무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정치인들부터 각성해야 합니다. 보수, 중도, 진보를 막론하고, 싸움을 하려면 제대로 된 싸움을 해야 합니다. 자유민주주의에서 그 순기능을 인정하는 보수, 중도, 진보, 그 자체를 두고 공격하고 이전투구를 하면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것입니까. 일당독재가 하고 싶은 것일까요?
그림 출처: http://mediagirl.org/graphics/political-compass.jpg
결국 가장 중요한 말은 '증오'를 없애야 하는 것이로군요.
답글삭제우리나라에서는 나와 다른 의견이 자신의 의견을 조금이나마 지적하면 그에 대한 리액션으로 증오를 품어서 조금 문제인 것 같습니다.
불쾌한 것은 사실이지만 불쾌한 것이 증오의 원천이 되어선 안 되는 것인데 말이지요.
권위주의를 미워하시는 자유는 만끽하셔도 괜찮겠습니다. ^^
답글삭제원 글에서 간략하게 설명했지만, 이 주제로 설을 풀면 책이 한 권 될지도 모릅니다. 현실에서는 권위주의가 보수, 중도, 진보 가면을 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권위주의자이고, 누가 자유민주주의자인지 헷갈리게 되죠. 그래서 시민이 자유민주주의를 더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자유민주주의를 내보이지 못하는 정치인은 다음 선거에서 떨어뜨려야 합니다.
권위주의자의 특징이 여럿 있지만, 가장 두드러진 것은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죠. 주위에서 잘 살펴보세요. 제법 보일 것입니다.^^
완전 공감합니다.
답글삭제비단 정치인뿐 아니라, 영향력있는 언론인이라든지 우리 사회내에 다름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주류 세력이 더 적어질 때 진정한 자유민주주의가 정말 될 수 있겠죠.
저는 대학생인데, 우연치 않게 정규재(한경 논설위원)씨의 강연을 두번이나 듣게 되었습니다. 저는 약간 진보적 성향인 반면, 그분은 보수진영의 대표적 인물이라 함은 익히 알고 있었죠. 그럼에도 그와 상관없이, 학생인 저와 달리 저보다는 훨씬 지식도 많으시고, 한국경제라는 메이저 신문사의 논설위원이라는 직에 계신걸 보면 많은 것을 그래도 배워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아, 그런데 왠걸 ..
스스로를 '진'짜 '보'수 '진보'라고 일컬으시며, 보수의 가치만이 절대적인 것이며, 다른 '진보'는 또라이에, 머리가 나쁜 사람들이 따르는 것으로 깊이없는 근거와 잘 모르는 대학생들에게 호통치듯 개조시키려는 듯한 발언들.. 스스로 어떤 이념논쟁에 있어서 '선', '악'은 없다고 하면서 계속해서 진행되는 강연은 보수, 신자유주의 만이 '선'임을 말하더군요.
어떻게 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사의 높은 직을 차지하고 계신 분께서, 소통하려 하지 않고 우기기와 뻔뻔함 그리고 협소한 지식에 근거한 완전히 주관적인 믿음만을 강요할 수 있는 건가........싶어서 더 알고 싶어서 찾아보다가, 님이 비판하신 글을 읽었습니다.
아 정말 속이 시원하네요.
제가 그분 강연에서 배운 게 있다면 정말 제대로 공부해야 겠다는 겁니다. 저같은 사람들에게 님처럼, 논리있고 근거있는 지식으로 반박하고 싶어서요...
-,.-;; 괜히 흥분해서 마구 적었네요.
아무튼 글 잘 읽고 갑니다.
공감하시고, 응원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우리 자유민주주의가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익명님도 조그만 자유민주주의 성냥불이라도 높이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답글삭제자주 오셔서 코멘트를 남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간단한 코멘트나 인사말이 저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