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재 정치판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소위 보수라는 진영이 강자이고, 그 이외 진영이 약자죠. 국회의원 숫자를 헤아려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약자 진영은 머리를 잘 굴려야 하고, 그것도 부족할 수 있으니 힘을 합쳐야 합니다. 효도르도 저 같은 사람 10명과 붙으면... 우리 쪽이 질까요? 그렇다면, 복싱 선수 10명과 붙으면 효도르가 질 겁니다. ㅋ
프레시안에 신촌 S대 정외과 교수님이 칼럼을 기고하셨는데, 진보라는 말을 아무렇게나 쓴다고, 매우 기분 나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90803081227&Section=01
"진보가 그렇게 부러운가?"
최근에 자유주의 무슨 연합이 자기들이 진정한 진보!라는 광고를 대문짝만 하게 일간지에 실은 것이 그 교수님 심기를 대단히 불편하게 만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인지 이전 참여정부 때 같은 지역인 신촌의 E 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님이 청와대 홍보수석을 할 때 이야기까지 끄집어냈더군요. 참여정부가 진보라고 표현한 것이 못마땅하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로, 진보가 영어로 (the) progressive인데, 그 홍보수석은 (the) liberal로 표기했으니, 제 나름대로 해석하자면, 무식이 철철 넘쳐났다는 가공할 만한 공격이었습니다. 표현을 직접 보시죠.
"다만 문제는 liberal을 자유주의가 아니고 진보라고 번역한 뒤 자신들이 진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progressive가 진보지, 어떻게 liberal이 진보인가? 영어단어 공부부터 다시 할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shit'을 '똥'이 아니라 '빵'이라고 번역한 뒤 '똥'을 보고 '빵'이라고 우기는 꼴이다. 자신들이 진보세력이라고 주장하는 민주당 지지자들, 노무현 정부 참여 지식인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은 progressive인가? 이에 대해서는 progressive는 아니고 liberal이라고 꼬리를 내릴 것이다."
상당하시죠? 화가 많이 난 모양입니다. 화내면 지는데... ^^ 제가 보기에는 화낼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liberal이 progressive를 포괄할 수 있거든요. 그렇지 않습니까? 자유주의(liberalism)는 모든 사상의 자유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니, 진보주의도 자유주의 사상으로 인정받을 수 있죠.
참여정부를 보는 시각에 따라서 보수(FTA와 이라크 파병 참작), 중도우파(경북대 이정우 교수 표현), 그리고 그 홍보수석의 리버럴 진보까지 다양한 정체성으로 불리는 것은 저로서는 별로 이상하지 않습니다. 참여정부에 진보 색채가 전혀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더구나 지금 이명박 정부와 비교하면 참여정부를 "마일드" 진보로 불러도 괜찮습니다. 진보도 결국 상대적인 개념이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참여정부를 진보 정부로 평가하는 것은 아닙니다. 보수, 중도, 진보로 삼분법을 적용하면, 참여정부는 전체적으로 중도 정도였다고 봅니다. 이라크 파병이나 FTA 추진은 보수였죠. 실패했습니다만 4대 개혁법안 추진은 진보 특성이라고 봐야죠. 기타 등등...
신촌 S대 교수님이나 E 여대 교수님이 적어도 겉으로는 현재 강자 진영에 속하지 않는 것은 분명합니다. (사람 속은 알 수 없습니다. 어느 날 다른 진영에 떡 서 있는 분도 저는 봤거든요. 마음의 자유가 있으니까, 저는 그것도 이해합니다. ^^) 그렇다면, 약자들끼리 힘을 합쳐야 하는데, 위 인용처럼 퍼부으면... 힘을 합치기 어렵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혹시 두 분이 이 글을 보시면 훌훌 털고, 진보-보수에 너무 신경 쓰지 마시고, 아직도 싯! 퍼렇게 살아서 날뛰는 권.위.주.의.자.들을 준엄하게 꾸짖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주제넘었나요? 저는 이런 말을 할 자유가 일단 있는데, 모르겠습니다. 두 분 중에 저에게 방종이다!라고 태클거실 분이 없길 바랄 뿐입니다. 저는 이런 것으로 논쟁하기 싫거든요. 저는 앞으로 권위주의자 위주로 태클을 걸 생각입니다.
그리고 진보를 우상화한다든지, 무슨 만병통치약이나 특효약으로 생각한다든지, 어떤 특정 범주 안에 딱 고정된 것으로 파악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신촌 S대 교수님이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유연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머릿수 싸움일 때가 잦거든요. 무엇이 옳다고 계속 주장하면서 딱딱하게 굴면 사람이 잘 모이지 않습니다. 또한, 정치이념이 종교가 아닌 이상, 절대적 진실을 주장할 수는 없죠. 보수나 진보나 유연해야 사람을 모을 수 있고, 이념 내적 결함을 수정하면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영국의 보수가 꽉 막힌 것이 아닙니다. 유럽의 사민주의도 고인 물과 같았으면 여러 나라에서 집권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제3의 길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유연! 그것 아니겠습니까?
휴~ 또 말이 많아졌습니다. 내일 계속 하겠습니다. 약자는 머리를 잘 굴리자, 그리고 힘을 합치자! 그래야 강자를 이길 수 있다! 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림: 김승근 화백, 상생(相生), 243 x 114Cm, 광목 + 혼합채색http://pds10.egloos.com/pds/200901/18/17/a0101817_4972378c91beb.jpg
S교수님이 보시면 좀 의아해할 정당 이름이 있어 올립니다. 제가 처음 캐나다 와서 정당 이름들 보고 아주 혼란스러웠습니다. 분명 사회 정책상 상대적인 진보-보수의 스펙트럼이 있을텐데, 아래의 정당 이름에서 유추하기가 좀 어렵더군요.
답글삭제New Democratic Party
Liberal Party
Progressive Conservative Party
진보보수당....좀 웃긴 이름짓기 아닌가요? 현 집권당입니다. -_-;;
낭만수학자님께서 무플의 굴욕에서 저를 벗어나게 해주셨습니다. ㅜ.ㅜ 감사합니다.
답글삭제댓글 내용이 정말 리버럴합니다. ^^
진보보수당... 이것도 리버럴하네요. ㅋ 게다가 집권당이라니. 캐나다 정치도 공부를 해야겠습니다. 능력은 보잘 것 없고, 공부할 것은 많고... 에고 에고.
말장난들이 너무 심한 것 같아요.
답글삭제결국은 내용이 문제이지 이름이 문제가 아닌데요.
선생님께서 또 핵심을 제대로 말씀해주셨습니다.
답글삭제진보든 보수든 내용을 두고 비판을 하든지 하면 좋겠습니다.
선생님의 코멘트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