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18일 일요일 오후 9:09, 미국 출장 중 작성했습니다.)
에이스트로닉스 가족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 글을 읽으실 때는 아마도 월요일 아침일 것으로 생각합니다요. ^^
이번 출장 중에 미국에서 묶은 여관이 Chantilly에 있는 AmeriSuites입니다. Suites는 보통 조그만 부엌이 갖춰져 있거나, 거실 혹은 작업 공간이 별도로 달린 여관을 뜻합니다. 가족 여행 때 많이 이용하죠. 가스레인지는 없고 전자레인지, 작은 냉장고, 싱크대, 찬장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그 지역 호텔을 찾아보니 방값이 상당히 비싸더군요. 그래서 찾고 찾아서 하루에 $78(세금 제외) 정도의 여관을 예약했었습니다. 다른 호텔들은 $250까지 있더군요. 요금을 고려하면, 기대했던 것보다 더 깨끗하고, 작은 책상도 있었고, 아침 식사도 "거하게" 제공하더군요. (와플, 소시지, 빵, 과일, 시리얼, 음료수...)
도착한 그 다음 날 밤, 마음이 갑갑해서 근처에 있는 Bar를 찾았습니다. 바텐더가 오늘 소개할 브랜던 씨입니다. 무슨 맥주를 원하느냐고 브랜던이 물어봐서 "혹, 캐나다 맥주는 있는지요? (대장금 식으로)"라고 되물어봤죠. 그랬더니 몰슨(Molson)이 있다는 반가운 답이 왔습니다. 캐나다를 대표하는 맥주로는 몰슨과 러배츠(Labatt's)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러배츠를 더 좋아하는데, 없는 곳이 많답니다. (미국에서는 미국 맥주를 별로로 취급합니다. 버드와이저가 그런 경우죠. 많은 미국인이 버드는 "별로"라고 생각합니다. 호주 맥주인 Foster는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죠.)
빨간 모자를 쓴 동양인을 친절하게 대하는 브랜던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래서 브랜던과 서빙을 담당하고 있던 베니사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몰슨을 한 모금씩 마셨습니다.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서 브랜던에게 한 장 찍어 달라고 부탁했더니 흔쾌히 찍어 주더군요. 나중에는 브랜던의 친구 폴과도 "찰칵"했습니다. 브랜던에게 그 사진들을 받고 싶으냐고 물어봤죠. "Yes." 그래서 브랜던의 전자우편 주소를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그 사진들은 보내줘야겠죠? 브랜던의 친절이 고마워서 친구인 폴에게 제가 한 잔 샀습니다. 폴과 브랜던이 너무 고마워 하더군요. 그 다음 날 다시 한번 놀러 오겠다고 브랜던과 약속하고 여관으로 돌아와서 단잠을 잤습니다.
그 다음 날은 상당히 피곤한 날이었습니다. 영어로 계속 떠들었으니 얼마나 제가 힘들었겠습니까? 그래도 전날 한 약속이 생각나서 예의 그 Bar로 향했죠. 작별 인사를 해야 되니까요. 브랜던이 일을 하지 않고 그냥 서서 음료수를 마시고 있더군요. 다른 바텐더가 몰슨을 가져 오면서 브랜던이 사는 것이라고 얘기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국만리에서 곱슬머리 백인이 사주는 생맥주를 얻어 마시는 "쾌"가 저에게 생긴 것입니다! 너무 피곤해서 오래 있지는 못했습니다. 브랜던이 마시던 음료수를 제가 다시 사주면서 "빅"을 만들고 금방 일어나서 여관으로 돌아왔습니다. 물론 브랜던과 계속 연락하자고 굳게 약속했죠. ^^
마음을 열면 다른 마음이 열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더운 날씨에 습기에 짜증이 날 때도 잦겠지만, 그래도 인생은 살아볼 만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왕 주제넘은 말씀을 마지막에 드렸네요... 월요일 밤이나 화요일 아침에 뵙겠습니다.
안병길 드림
박사님의 "마음을 열면 다른 마음이 열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라는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답글삭제그래서 늘 머릿속엔 누구에게나 열린마음으로 잘 대해야지..하면서도 막상 마음을 먼저 열고 다가간다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용기도 있어야 하는 것 같구요...
ㅎㅎㅎ 그 부분도 전략이 필요합니다. 아무에게나 그러면 우리 사회에서는 당할 수 있죠. 사람을 봐가면서 하시는 것이 답일 것입니다. 어려운 문제입니다. Tit-for-Tat을 응용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제 책이 빨리 나오면 좋겠군요. 책에서 제법 자세하게 소개했거든요. 아래 글 중에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블라블라 네 번째 글에서 그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맞대응 전략이 상당히 유용합니다. 여러모로 쓰임새가 많죠.
답글삭제말로만 듣던 바에서 외국 친구 사귀기이군요. 상당한 내공이 요구된다고 들었는데, 안 박사님 대단하십니다. ㅎㅎㅎ
답글삭제재밌는 점은 저희 동네 근처에 러배츠(Labatt's) 공장이 있는데, 가격은 미국보다 훨씬 비쌉니다.
ㅎㅎㅎ 제가 바에서는 영어가 좀 됩니다요. ㅋ
답글삭제캐나다에서 파는 술과 담배는... 세금 덩어리가 아니겠습니까. 당연히 비싸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