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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21일 금요일

[정치] 현행 대통령 선거제도 개선

(이준구 교수님 게시판, 2008/12/26)

[설명]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흔히 부른다. 국민 개별 선호가 전체 의사결정이 되는 선거는 그만큼 중요하다. 특히 국가지도자를 뽑는 우리 대통령 선거는 모든 국민의 관심을 끄는 최고 중요 정치 이벤트임이 틀림없다. 이 글에서 필자는 현행 대통령 선거제도가 심각한 결함을 내포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그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 결선투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으로 선호하는 인물 1위가 박근혜 의원, 그리고 2위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새 대통령을 선출한 지 1년밖에 안 됐지만, 다음 대통령에 대해서 관심을 두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여당은 정권 재창출에 항상 관심을 두고, 야당도 정권 재탈환에 큰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죠. 야당에서는 급기야 반기문 총장을 차기 대선 후보로 떠올리는 비상수단까지 고려하는 모양입니다.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언제 다시 유엔 사무총장과 같은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있는 인사를 쉽사리 배출할 수 있겠습니까. 연임하는 관례를 고려하건대, 반 총장은 한 번 더 사무총장직을 수행하는 것이 본인이나 국민에게 득이 된다고 봅니다.

저는 1995년에 작성한 한 발제문에서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제도가 심각한 결함을 갖고 있으므로,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현행 대선제도가 절차적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시되는 원리인 “단순과반수 원칙”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아직 그대로입니다. 그동안 제 주장을 여러 전문가와 정치인에게 설명하고 반응을 살펴봤는데, 이론상으로는 맞는 이야기이지만 현실에 적용하기는 어렵겠다는 평이 제법 있었습니다.

1) 선거를 한 번 더 하는 비용 문제, 2) 제도 수정의 현실적 난관(예컨대, 야당의원은 여당이 합의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여당의원은 야당이 반대할 것이라는 반응), 이 두 문제였죠. 그런데 대선 결선투표를 채택하는 프랑스와 러시아 등을 참조한다면 절차적 민주주의를 더 정교하게 만들어서 발생하는 편익이 그 비용을 능가하는 것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이제는 우리 경제 역량이 가장 중요한 선거를 한 번 더 하는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죠.

따라서 두 번째 문제만 해결된다면 우리도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여 단순과반수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의 탄생을 지켜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화 이후 과반수 유효득표를 한 대통령 당선자가 없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공공선택이론으로 심하게 이야기하면 결정적인 결함이 있는 제도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표가 분산되어서 40% 득표를 했지만, 그 당선자를 55%가 반대할 수 있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제대로 된 민주주의라면 그 후보는 당선되면 안 됩니다.

저는 앞으로 정치부문의 화두로 대통령 선거제도 개선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경제가 위중해서 쟁점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 장기 국가발전 프로젝트로 검토되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입니다. 현 국회의장께서 취임 초에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여러 정황을 고려하면, 제18대 국회에서 개헌을 하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만약 개헌범위를 권력구조 개편이라는 최소한으로 국한한다면 혹시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쟁점과 관련하여 우리 대선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려면 개헌이 반드시 필요한지 의문이 있습니다. 헌법 관련 조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헌법 제67조

1. 대통령은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한다.

2. 제1항의 선거에 있어서 최고득표자가 2인 이상인 때에는 국회의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한 공개회의에서 다수표를 얻은 자를 당선자로 한다.

3. 대통령후보자가 1인일 때에는 그 득표수가 선거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아니면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없다.

4. 대통령으로 선거될 수 있는 자는 국회의원의 피선거권이 있고 선거일 현재 40세에 달하여야 한다.

5. 대통령의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제2항이 문제가 될 수 있겠습니다. 이 의문을 포함하여 여러분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


[토론]

[회원1] 헌법 제67조 제5항은 결선투표를 법률로 규정할 수 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결선투표를 도입하려면 개헌을 해야 한다.

[필자] 공직선거법, 제187조(대통령 당선인의 결정·공고·통지)에는 대통령 당선을 어떻게 결정하는지 규정하고 있죠. 이 규정에 결선투표를 삽입해서 개정하면 위헌이 될까요?

[회원2] 결선투표 도입은 50보 100보이다. 오히려 칼 포퍼를 참조하여 “사악한 지도자”를 뽑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 회원2님은 제 문제제기를 너무 확대하여 해석하신 것 같습니다. a, b, c 대선 후보가 있다고 합시다. 각각 40%, 35%, 25%를 득표했습니다. 현행 제도로는 a가 대통령이 됩니다. 그런데 결선투표를 하면 b가 60:40으로 a를 꺾을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a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비민주주의이며 비효율이라는 것이 제 주장의 요점입니다. 오십보백보라는 식으로 대충 해석하셨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큰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회원1] 공직선거법은 관련 헌법 조항을 구체화 내지는 반복하는 규정이다. 헌법 제67조 제2항 결선투표 외에 다른 형태의 결선투표를 공직선거법에 넣는 것은 헌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필자] 회원1님이 해석한 것과 같이 유추할 수는 있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최고 득표자”, “다수표”라는 표현이 있어서 결국 단순다득표제(plurality)를 내포하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크겠네요.

[게시판 주인] “좋은 아이디어입니다만, 우리가 지난 선거를 다른 방식으로 치렀다고 지금의 상황이 달라졌을 것 같지는 않네요.”

[회원3] 게시판 주인 생각에 동감이다. 더 늦기 전에 개선이 필요하므로, 필자 생각에도 동감이다.

[필자] 제 생각에도 제17대 대선 결과는 결선투표를 했어도 다르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결선투표 대부분이 과반수 획득을 선출조건으로 하지만, 변형도 있습니다. 예컨대 1등이 45%, 46%, 혹은 47% 이상 득표하면 결선투표 없이 당선을 결정짓는 것입니다. 이 변형은 이론상 결함은 있지만, 일부 불필요한(경험적으로) 결선투표를 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습니다. 기준이 자의적이라서 저는 변형을 찬성하지 않습니다.

[회원4] 게시판 주인과 동감이다. 미국식 중임제는 어떨까?

[필자] 연임 허용 4년 임기 대통령제에 결선투표를 결합하는 형태를 지지하는 정치학자들이 지금은 제법 있습니다.

[회원5] 개헌 없이 결선투표 도입은 안될 것이다. 결선투표 도입은 찬성한다. 단순다수제와 지역구도가 결합하여 특정 지역은 일당 독재나 마찬가지이다. 연대와 연합을 조장하는 결선투표가 국회의원 선거에도 도입되면 좋겠다.

[필자] 회원5님의 의견에 동감입니다. 일단 대선에 결선투표를 도입해서 시행하고, 다음 단계에 총선까지 확산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심려 깊은 의견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

[토론 평] 이 토론에서 발제자인 필자는 필요한 정보를 획득했고, 여러 회원으로부터 발제 취지에 동의하는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일부 회원은 그 실현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한 회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국회의원 선거에도 결선투표가 도입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여 필자의 동감을 이끌어냈다.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에서 각자의 의견이 제대로 전달된 잘 된 토론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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