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나라당은 쪼개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관찰한 바로는 한나라당은 극우부터 중도까지 뒤섞여 있는 오락가락 정당입니다. 비빔밥 정도면 괜찮겠죠. 뒤섞인 정도가 너무 심해서, 잘 차려진 비빔밥으로 평가하기는 무리입니다. 제대로 된 보수정당으로 재탄생하려면 극우 색채를 빼내는 쪼개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제 소견입니다. 따라서 이 쪼개기 시리즈는 한나라당을 위한 고언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한나라당이 자유민주주의를 충실히 떠받치는 공당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우리 정치에 바람직한 자유민주주의 정당 체제를 향하여 나아가는 한 축으로서 건설적인 역할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자유민주주의와 권위주의가 뒤섞인 정당은 쪼개져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아예 사라져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하는데, 그런 강한 주장도 자칫 잘못하면 권위주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강변보다는 한나라당이 보수 정당으로 제 기능을 건설적으로 수행해서 자유민주주의 성숙에 일조하기를 기대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의제 설정을 하는 것이 공룡 정당 쪼개기의 마지막 방안이며, 제 복안입니다. 이전 글 "왜 보수와 진보로 싸우는가? (http://ahnabc.blogspot.com/2009/08/blog-post_4381.html)"에서 제 생각을 이미 밝힌 셈입니다. 이념 논쟁으로 보수 대 진보로 싸우면, 소위 보수라는 공룡의 결속이 더 다져지는 효과도 발생합니다. 그렇다면 그 속에서 권위주의를 빼내기 어렵죠.
민주 대 반민주라는 의제 설정도 가능합니다. 그런데 민주주의 자체에 궁극적인 정답이 없다는 중요한 사실을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여러 번 인용했습니다만, 애로우 교수의 불가능성 정리가 던지는 화두를 곰곰이 따져보면 소위 민주 진영에서 반민주로 지칭하는 상대 진영도 똑같은 주장을 소위 민주 진영을 향해서 할 수 있겠습니다. 더구나 절차적 민주주의는 제법 달성한 현 상황에서는 특정 진영을 반민주로 강하게 압박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연유에서 자유민주주의 혹은 자유주의 대 권위주의 의제 설정이 오히려 빛을 낼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기 위해서 머리를 열심히 돌려서 전략을 잘 짜고, 비슷한 뜻이 있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에 태클을 걸 분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전 글 시리즈에서 약자는 뭉치자!라고 주장한 명확한 명분이 있습니다. 여러 상황이 있겠지만, 제가 관심이 있는 것은 약자는 자유민주주의자, 강자는 권위주의자인 사례라서 그렇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이 자유민주주의를 주창하므로, 권위주의자에 맞서 투쟁하여 이기자는 주장은 당연히 충분한 명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보수를 쳐부수자!라고 주장하면, 용어의 혼선이 생길 수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에서 보수는 공공의 적이 아닙니다. 오히려 제대로 된 보수는 자유민주주의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자유민주주의 기본에 충실한 사회구조를 지키는 역할을 보수가 할 수 있죠.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진보는 좌빨, 친북 좌파, 깔아뭉개자!라고 주장하면, 폭언이 될 수 있죠. 좋게 봐주면, 진보 쪽에서는 보수 진영의 많은 인사를 권위주의자로 간주해서 정치적 수사로 보수를 몰아부치고, 보수 쪽에서는 진보 진영의 많은 인사가 친북 좌파로 보여서 정치적으로 험하게 대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싸움의 중심을 잡고 싶습니다. 그 중심은 자유민주주의입니다. 보수든 진보든 권위주의자가 자유민주주의 가면을 쓰고 있으면 벗기는 것이 제가 하고 싶은 일입니다. 음... 양쪽에서 저를 회색분자로 볼 수도 있겠군요. ^^ 괜찮습니다. 칼 슈미트가 "정치적"인 것을 정의했듯이 현상의 적과 친구를 확실히 구분하지 않아도 제 정체성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좋고 싫음은 있습니다. 저는 권위주의자를 싫어하고 자유민주주의자는 좋아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권위주의자를 "악"으로 여기지는 않습니다. 그들도 권위주의를 버리고 자유민주주의자가 되면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전선이 잘못되었습니다. 전선은 자유민주주의 대 권위주의가 되어야 합니다. 이 "전쟁"부터 자유민주주의가 이겨야, 더 건설적인 정당 및 정책 경쟁의 길이 열린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와중에 자유민주주의 내부 경쟁을 멈추라는 주장은 아닙니다. 우선순위를 권위주의 척결에 놓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유선진당도,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창조한국당도, 진보신당도, 민주노동당도, 그런 권위주의 분위기나 정치인을 포함할 수 있습니다. 자체 내 청소도 하고, 상대방과 싸울 때는 그 권위주의를 우선 타겟으로 하는 것이 우리 정치발전을 위한 길입니다. 우리 시민과 정치인이 발상의 전환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공룡 정당이 권위주의를 쪼개서 버리는 결과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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