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http://www.kdec.re.kr/photo/image_photo_edu_2/dang.jpg)
얘기는 약 7년 반 전으로 올라간다. 제16대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여권의 가장 큰 고민은 국회에 있었다. 전형적인 여소야대의 모습을 갖고 있었던 국회를 여대야소로, 혹은 여당이 원내 제1당으로 바뀌는 것이 물론 여권의 희망사항이었다. 그렇다면 2004년 봄에 치르는 제17대 총선에서 승리해야 되는데, 관건은 그 당시 민주당의 모습으로 총선을 이길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신당 얘기가 나왔다.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이 있었지만, 열린우리당 탄생의 기본 동력은 결국 여소야대 해소라는 정치적 조작(political manipulation, 공작이라는 부정적 의미가 아니고 정당한 방법으로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려는 노력) 측면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 당시 민주당으로는 안된다는 분위기는 2003년 봄에 있었던 재보선에서 여당이 패배함으로써 재확인되었고, 신당 창당은 가동되기 시작했다.
신당에 대한 밑그림은 당선자의 의중과는 상관없이 2003년 인수위 시절에 이미 그려져 있었다. 그것은 정치개혁을 주도할 국민참여형 정당이었다. 바람직한 일정으로는 2003년 6월에 창당하여 신진 정치인을 대거 영입하고, 국민참여형 상향식 민주주의를 실천하여 국민적 지지를 얻어서, 2004년 총선에 승리하는 것으로 제시되었다. 현실에서는 창당이 처음부터 지지부진하여 6월이 아닌 11월에 열린우리당이 탄생했고, 원래 의도한 바와는 다르게 민주당이 여전히 존재하는, 한 치도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선의 정치판이 되었다. 총선을 불과 5개월 남겨두고 창당된 열린우리당은, 참여형 민주주의의 실천으로 국민적 지지를 얻어서 원내 제1당으로 진출한다는 원래 그림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제17대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획득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정치적 대실수인 대통령 탄핵의 반사작용으로 열린우리당이 총선에서 압승했던 것이다.
열린우리당 창당이 늦어진 여러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당청 분리와 제왕적 대통령 탈피의 부작용을 들고 싶다. 이래나저래나 열린우리당 창당의 근본 동력은 대통령한테서 나오는 것인데, 노 대통령은 일찌감치 당청 분리와 제왕적 대통령 탈피를 선언했었다. 한나라당에서도 이슈가 된 당, 정, 청 분리와 제왕적 대통령 탈피는 노 대통령의 정치 업적이라고 평가해도 무리가 없다. 문제는 대통령이 순수한 직업 공무원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기도 하지만 막대한 영향력을 지닌 정치인이라는 사실이다.
당청 분리는 여당과 청와대가 별개로 독립하여 따로 논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분리되면 상호협력이 더 절실해진다. 제왕적 대통령하에서는 당, 정, 청이 일사불란 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협력이라는 개념이 큰 역할을 할 필요가 없지만, 각각 고유의 권한을 가지고 움직이는 분리일 때는 정치적 혹은 정책적 목표를 향해서 서로 잘 연결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 중심에 대통령이 있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여당과 노 대통령의 예를 보면 분리는 잘 되었지만, 그것을 보충할 상호협력은 잘 이뤄지지 못했던 것이다. 이 점은 열린우리당 창당 과정에서도 잘 드러났다. 참여정부 초기에는 정무수석이라는 자리가 계속 유지되었다. 그 직책이 당, 정, 청의 협력관계를 조율하는 대통령의 메신저 역할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그 당시 정무수석은 여당에서 속된 말로 잘 먹히지 않았다. 또한, 창당을 추진하는 실무진으로 일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사도 “너는 뭔데?”라는 식의 반향을 여권 실세로부터 받았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경선 과정이나 선거운동 과정에 노 대통령에게 딴죽을 걸었던 민주당 인사들은 분당이든 창당이든 그 자체를 반대했다.
당청 분리의 부작용은 그 이후 정무수석과 정치특보라는 자리가 없어진 이후에는 더욱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집권 중반기가 되면 여당 의원 중 일부는 “대통령이나 나나 다를 게 뭐 있어?”라는 오만에 빠지게 된다. 노 대통령 덕분에 여의도에 들어간 사실은 잊혀 가고 있었고, 당, 정, 청 분리는 잘 되었지만, 당, 정, 청 상호협력이 삐걱거리게 된 것이다. 한나라당이 고민한 것도 바로 이런 점일 것이다. 어떤 양상으로 갈 것인지 매우 흥미롭다.
그 당의 이념적 색채에는 그다지 동조하진 않지만, 사실 당 구조 자체로만 보면 참여자가 주인이 되는 모델인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적 당 구조가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열린우리당의 그러한 시도 자체는 괜찮았던 것 같은데.. 요즘 신문보니 친노계열 신당이 발족할 예정이더군요. 행정구조개편, 선거제도개편, 정당제도개편 등등.. 향후 몇년간 상당한 정치실험이 진행될 것 같습니다.(동시에 헌법이 개정되기 전에 빨리 붙어야겠다는 생각이... ㅠㅠ)
답글삭제친노 신당 이야기가 나오는 글을 적고 있습니다. 준비되면 올리겠습니다.
답글삭제열린우리당의 취지는 괜찮았는데, 그 운영이 문제였죠. 내부 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실패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예컨대 정동영-유시민 불협화음이 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