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Notice) | 방 명 록 (GuestBoard)

2009년 8월 30일 일요일

[잡담] 증명해봐!

(서울대 이준구 교수님 게시판, 2008/02/25)

논문을 읽다 보면 가끔 증명을 건너뛰는 부분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럴 때 논문 저자는 "이 부분은 자명하므로 증명을 생략함" 혹은 "간단한 산수를 적용하면 쉽게 도출됨" 등의 표현이 나오죠. 그런데 그런 부분들을 쉽게 봤다가 낭패를 보는 때도 있습니다.

미국 후배 중에 이스라엘 출신이 있었습니다. 원래 머리가 좋은 것인지, 어릴 때부터 교육을 잘 받아서 그런지 모르지만 유대인 중에는 똑똑한 친구들이 많습니다. 미국 학계에서도 유대인들의 활약은 눈부시죠. 그 후배는 똑똑하면서 조금 잘난 척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하루는 그 친구가 앞에 나가서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목은 잉글랜드에서 온 교수님이 담당했는데, 매우 샤프한 분이었습니다. 증명을 하던 중, 위에서 말한 그런 부분이 나왔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간단한 산수로 쉽게 도출되므로 다음으로 넘어감" 이렇게 설명했죠. 그 말을 듣자마자 그 교수님 왈,

"증명해봐!"

그 친구, "..............................."

제가 둘러보니 수강생 대부분 고소하다는 눈치였습니다. :)

여러분도 조심하세요. 이 교수님께서 이 초식을 쓰실지도 모릅니다.

댓글 5개:

  1. (댓글 일부가 없어져서 연결이 잘 되지 않습니다. 이 교수님께서 증명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셔서 학생에게 증명을 시킬 일은 없을 것이라는 댓글을 주신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댓글에 대해서 한순구 교수님은 그 초식을 쓸 수 있겠다고 제가 의견을 냈습니다.^^ 사진의 나무 이름을 몰랐는데 어느 분이 피라칸타(파이러캔써)라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저 위에
    (2008/02/26 13:48) 저 위에 대사... 내쉬가 나오는 것을 보니 뷰티풀 마인드인가요?-_-a 아니면 가르쳐주세요^^;;;

    안병길
    (2008/02/26 15:26) 그 영화에 보면 내쉬가 바둑을 두는 장면이 나오는데, 정말 내쉬가 바둑을 뒀는지, 뒀으면 어느 정도 뒀는지 궁금하더군요. 영화를 위한 설정인지... 혹시 아세요?

    이준구
    (2008/02/26 18:26) Nash의 진짜 생애는 책에서 묘사된 것과 비슷할 텐데, 영화는 책과 너무나 다르더군요.
    약 90% 정도 다를 것이라고 보는데요. 바둑도 할리우드식 각색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책에는 바둑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걸 보면요.

    ps. 그렇지만 나는 그 영화 보면서 예전의 Princeton 캠퍼스 모습 때문에 기분이 아주 좋았답니다.

    동문
    (2008/02/26 22:16) 피라칸타가 맞아요.알알이영구는 사랑

    안병길
    (2008/02/26 23:15) 프린스턴 대학교... 저는 이유 없이 프린스턴은 아담하고 예쁜 그런 학교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찾아가서 보니, 예쁜 것은 맞는데 학교 크기는 아담 사이즈가 아니고 매우 넓어서 놀랐습니다.

    답글삭제
  2. 안 박사, 시카고 대학 통계학과에서 한 과목 수강하던 중 교수님으로부터 들은 episode 하나야.

    이 교수님이 한 유명한 수학자(이름은 까먹음)가 발표하는 세미나에서 본 것인데...
    그 수학자가 발표를 하면서 어느 한 claim에서 obvious라 하면서 넘어갈 듯 하더니, 스스로 "is it obvious?"라고 반문하더래. 그러면서 칠판 앞을 왔다 갔다 한 10분을 생각하더니, "yeah, it's obvious."하고는 넘어가더라는 것이야. ㅎㅎㅎ

    답글삭제
  3. ㅋㅋㅋ 전형적이 nerd 스타일인 것 같습니다.

    저도 들은 이야기인데, John Ferejohn 교수님이라고 스탠포드에 재직했던 합리적 선택이론 학자가 있습니다. 천재형으로 알려졌습니다. 하루는 세미나 중에 청중석에 앉아 있던 Ferejohn 교수님이 발표를 들으면서 종이에 뭔가 열심히 적고 있었답니다. 한참 지나고 나서 갑자기 손을 들더니 발표자의 증명이 틀렸다고 지적했답니다. 모두 깜짝 놀랐겠죠. 나중에 다시 따져보니 틀린 것이 맞았답니다.

    내공이 높은 학자들은 정말 무섭습니다. ^^

    답글삭제
  4. 안 박사님 때도 계셨죠? 윌리엄 톰슨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말씀하시길, 논문을 읽다가 'it's obvious' 라는 부분에서 잘 이해가 안되면 꼭 물고 늘어져라. 새로운 논문 주제가 될 거야....제 경우에는 제가 띨띨해서 이해가 늦는 부분이 대다수였습니다. ^^

    답글삭제
  5. 톰슨 교수님이 제 논문 심사위원회 위원장이셨습니다.
    학위논문 발표 때 그분이 저에게 왜 Model을 불어 식으로 발음하냐고 혼내셨죠. ^^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