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8/17 오마이뉴스에서 펐다고 제 메모에 적혀 있습니다.)
[미담] 촌지 되돌려주고 우동값 하시라고 1만원 더 넣어
고 대위가 한 병장 부친에게 쓴 편지
존경하는 000 아버님께
멀리 이곳 양구땅을 방문해 주신 00이 부모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봄, 여름, 가을이 짧고 겨울이 긴 강원도 오지 양구로 귀한 아드님을 떠나보내시고 그간 얼마나 노심초사 하셨습니까?
저는 우리 000군을 만난 것을 인생의 큰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많은 활약상과 앞으로의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000를 볼 때마다 전역 후 크게 대성할 것을 확신하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제 힘든 하루 하루의 군생활들이 23개월로 접어드는 병장 000은 새로운 사회의 구성원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000에게 항상 격려의 말과 용기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백두산 부대 정비대대에서 근무하는 중대원들의 모든 부모님은 제게 귀한 자녀들을 보내주셨고 때로는 형으로서, 때로는 중대장으로서, 때로는 부(아버지)로서 잘 관리해 주기를 바라시고 계신다는 것을 저 육군 대위 고병오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한 부모님들의 마음을 알기에 저는 아침 출근과 동시에 모든 중대원 개개인을 위해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하느님! 오늘도 우리 ○○아들 아무 사고 없이 잘 지켜주시고, 몸 상하지 않고 부여된 임무완수와 자기발전을 위해 노력하게 해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이처럼 기도합니다.
아픈 사람은 군대 병원에서 조치가 되지 않으면 민간병원에 데려가서 진료를 받게 해 줍니다. 발에 무좀이 심하여 악성일 때는 중대장이 직접 발을 씻어주기도 합니다. 그러면 다음부터는 잘 씻습니다.
오늘 저는 두 분을 뵙고 너무나도 기뻤고 참으로 유익하고 고마운 대화의 시간이었습니다. 두 분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며 한편으로 공직에 근무하시는 아버님의 실수는 이해하기 힘이 듭니다.
보내주신 금전은 제가 쓰기에는 너무나도 과분하고 어처구니없는 돈이오니 다시 돌려드립니다. 멀리서 오셨는데 따뜻한 식사 한 끼 대접 못한 저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000가 전역하고 나면 또 광주방면에 근무할 기회가 있으면 찾아뵙지요.
이번에 000 병장이 외박을 갈 수 있는 것은 우리 대대장님의 각별하신 배려가 있었습니다. 000에게 남은 외박은 전혀 없으나 다른 중대원들이 시비를 걸면 저희들도 입장은 난처할 것입니다. 부디 좋은 시간 000와 잘 보내시고 안전하게 돌아가시기를 기도 드리겠습니다.
자식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을 이번에 느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랑과 정성, 노력...
또한 저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전우의 부모님들께 돈이나 받아 챙기는 그런 인간으로 비춰졌다면 미안합니다. 그러나 절대 그런 사람은 아닙니다. 30만원이더라구요. 저 고병오를 믿고 남은 기간 제게 맡겨주시고, 아무 걱정 마십시오.
할말은 많지만 이만 줄이겠습니다.
이천삼년 팔월 팔일
000의 아버지이자 형이자 스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 P.S : 내려가실 때 우동 한 그릇 사 드시라고 돈 만원 동봉합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