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Notice) | 방 명 록 (GuestBoard)

2009년 8월 20일 목요일

[자유]현 정치판에서 "공룡" 정당 쪼개기 전략이란? (상)

(故 William H. Riker 교수님)

약자가 강자를 어떻게 이길 수 있느냐는 시리즈 글 마지막에 한나라당 쪼개기 문제제기를 했었습니다. 현 정치판에서 제1당인 한나라당을, 가만히 있는 공당을 왜 쪼개느냐 마냐는 문제를 던지는가? 라는 의견이 올라올 것으로 기대했는데, 무플의 굴욕을 맛봤습니다. ㅜ.ㅜ 그런 의견에 대한 제 답은, 한나라당은 쪼개질 거리라도 있지만, 다른 정당은 그런 거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다른 정당들은 오히려 연합해야 될 것입니다. 연합할 명분도 있고, 약자이니까요.

1. 호텔링과 블랙: 중위 투표자 정리

1929년에 호텔링(Harold Hotelling)이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에 대한 중요한 정치적 해석을 제시합니다. 두 정당의 정책이 비슷하다는 것이죠. 이 아이디어를 논리적인 공간모형으로 제시한 것이 1948년 블랙(Duncan Black)의 "중위 투표자 정리(Median Voter Theorem)"입니다. 아시듯이, 선거 쟁점 하나(일차원), 단봉(single-peaked) 선호순서를 가진 합리적 유권자들, 정당 혹은 후보자 둘이라는 가정에서 중위 투표자에 더 가까이 가는 정당이나 후보자가 이긴다는 내용입니다. 호텔링의 해석을 논리적으로 잘 정리한 것이죠.

듀베르제(Maurice Duverger)는 영국 정치를 관찰하여 이 정리가 경험적으로도 말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영국 선거를 살펴보니, 2, 3백만의 중도 성향 유권자가 보수당과 노동당의 선거 승패를 좌지우지했다는 것입니다. 즉, 그들이 선거에 결정적인(decisive)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죠. 미국 정치에서는 무당파 스윙(independent swing) 유권자라는 존재입니다.

중위 투표자 정리의 기본 가정에도 합리성이 역시 들어갑니다. 유권자의 합리성과 정당/후보자의 합리성이죠. 유권자는 자신의 선호순서에 따라서 효용을 극대화하려고 투표하며, 정당은 표를 더 많이 모으려고 한다는 가정이 들어 있습니다. 이 가정에 의문을 제기한 정치학자가 제 미국 사부님 중 한 분인 故 라이커(William H. Riker) 교수님입니다.

2. 라이커: 최소 승리연합 정리 (The Theorem of Minimum Winning Coaltion)

라이커 교수님은 정당이나 후보가 이길 정도만 표를 모으면 되지, 더 많은 표를 모을 필요는 없다는 매우 중요한 아이디어를 제시합니다. 예컨대 후보자가 둘일 때는 단순과반수만 확보하면 이기므로, 그 이상의 표는 필요 없다는 다른 내용의 합리성을 제시합니다. 표를 모으는 데 비용이 들어간다는, 더 경제학적인 분석입니다. 비용-편익 분석이죠. 경제학의 재정학이나 공공선택 분야에서 이런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학자로 부캐넌(Buchanan)과 툴락(Tullock)이 있다고 합니다. 다음은 라이커 교수님의 최소 승리연합 정리에 대한 설명입니다.

"First he says that the intentional exploitation of the outsiders is maximized when the deciding coalition is as small as possible, but still decisive. Then he predicts that exactly for this reason such minimal coalitions will form."
http://www.mobergpublications.se/arguments/ideology.htm#minimal

조금 살벌한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한나라당 예를 들어서 위 인용이 암시하는 바를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압승을 거뒀습니다. 민주주의에서 다수의 지배라고 하면, 과반수만 확보하면 되는데, 과반수를 훨씬 넘는 국회의원을 한나라당이 확보한 것이죠. 그런데 정치판의 이익은 무한한 것이 아니죠. 파이는 일정한데 그것을 나눠 가져야 한다는 "탐욕"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파이를 나눠 먹을 수 있는 그룹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각자가 챙길 몫은 작아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압승은 파이를 챙길 수 있는 국회의원 각자의 이해관계 잣대를 따르면, 그들에게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라고 해석하는 것이 라이커 교수님의 최소 승리연합 정리입니다. 효용의 극대화를 이루려면 승리연합이 최소화되어야 하고, 현실에서 그런 양상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미국 정치를 경험적으로 살펴보면 라이커 교수님의 정리는 매우 일리가 있습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거의 반반으로 의원수를 나눠 갖습니다. 이것이 유권자의 선호순서 때문에 그렇게 된 측면도 있지만, 정치인들의 합리적 효용 극대화 추구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지난 18대 총선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국회의원 숫자는 다다익선이라는, 거의 일당독재를 향하는 정치세계의 냉혹함을 엿볼 수 있는 것이 우리 정치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라이커 교수님의 정리가 우리 정치판에 전혀 무의미한 것은 아닙니다. 정권을 잡고 나면 그 내부에서 항상 권력투쟁이 벌어졌습니다. 이것을 최소 승리연합을 향한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박근혜 씨가 한나라당을 뛰쳐 나가지 않는 이유도 라이커 교수님 정리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라는 정치 이권을 차지하기 위한 최소 승리연합 요건에 한나라당이라는 브랜드가 있다고 볼 수 있죠.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초부터 지금까지 친박계, 친이계라고 하면서 권력투쟁이 있었던 셈이죠. 친이계는 현재 최소 승리연합을 구축하기 위해서, 친박계는 미래 최소 승리연합을 달성하기 위해서 그런 행보를 보여줬다고 저는 봅니다.

이런 구조적 특성 때문에 한나라당은 내부적 요인에 의해서 쪼개질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쪼개지려면 외부의 충격이 가해져야 가능할 것입니다. 어떤 충격이 가능할까요?

3. 정치적 지역주의를 쪼개기

지역주의도 건설적인 것이 있습니다.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리는 전통과 문화가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할 수 있죠. 전라남도 담양의 대나무 문화라든지, 경상북도 안동의 하회탈 전통문화 등의 지역주의는 더 살려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정치적 지역주의는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고질적 병폐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그 부작용이 심각합니다. 이 글에서 앞으로 지역주의는 정치적 지역주의를 말합니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 지역주의 혜택을 받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 지역주의를 완화 혹은 극복해야 하는 이유는 자유민주주의 정치에 비이성적인 왜곡을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프레시안>에 장문의 기고문을 연속으로 게재한 전북대 박동천 교수는 이 지역주의를 "허위문제"라고 주장했는데,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박 교수의 주장은 지역주의 문제 자체가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괴물이기 때문에, 문제의 핵심은 그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일부 일리가 있지만, 원인이 어디에 있든 현재 우리 정치의 발목을 잡는 "물귀신"이라는 점만 들어도 저로서는 허위가 아닌 진짜 문제입니다. 지역주의 해소를 외치면서 속으로는 딴 주머니를 차는 정치인이 허위이지요. 박 교수도 아마 그런 의미에서 지역주의가 허위라는 주장을 펼쳤을 것으로 봅니다.

한나라당이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지역주의에 기대서 그렇게 많은 의석을 차지했습니다. 물론 참여정부에 대한 실망감, 경제를 살려주겠다는 장밋빛 약속, 뭘 상실했는지 모르지만 하여튼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정치적 수사 등도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그래도 지역주의 영향이 결코 적지 않았다는 것이 제 소견입니다. 따라서 공룡을 만든 한 원인인 지역주의를 깨면서 한나라당을 쪼개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4. 지역주의를 지역주의로 쪼개기: 친노 신당?

며칠 전에 드디어 친노 신당의 출범을 알리는 뉴스가 들려왔습니다. 헌법에는 정치적 결사의 자유를 명시하였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라도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규합하여 정당을 만들 수 있죠. 따라서 친노 신당도 노 전 대통령의 유지를 계승한다는 대의명분을 걸고, 전국 정당을 목표로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분들의 정치적 결사의 자유를 존중합니다.

대의명분도 좋고, 전국 정당 목표도 좋습니다. 문제는 현재 정치 지형입니다. 야권이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으로 삼분되어 있는데, 신당까지 실제 정치세력으로 작동하면 사분되는 것이죠. 사분오열이라는 표현이 생각나지 않습니까? 선거에서 연합하면 된다고 간단하게 정리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 진보신당의 조승수 후보가 선거 연합을 이뤄내서 이긴 것을 보면, 앞으로도 그렇게 하면 되겠다는 판단이 설 수도 있겠죠. 그러나 그런 성공 사례가 얼마나 되며, 그 사례마저도 여러 고비를 넘기면서 힘들게 성사된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친노 신당이 구색을 갖춘다면 PK 지역에서는 선전할 것입니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며, TK 지역과는 원래 정서도 다르다고 평가할 수 있죠. 또한,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PK 지역의 현 정부 지지도가 TK보다 훨씬 낮다고 합니다. 따라서 친노 신당이 제대로 작동하면, 내년 지방 선거나 2012년 총선에서 PK 지역 일부를 한나라당에서 쪼개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만약 그렇다면, 이것이 지역주의를 지역주의로 쪼개는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죠.

그런데 다른 지역은 어떻게 될까요? 예컨대 서울/경기 지역에서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친노 신당이 전반적인 선거 연합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저는 어렵다고 봅니다. 야권표가 분산되는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렇게 되면 친노 신당은 전국 정당이 아니고 지역 정당이 되죠.

정치에서는 결과가 중요합니다. 친노 신당에 아무리 좋은 명분과 목표가 있어도, 결과적으로 선출직 당선자가 특정 지역에 몰린다면, 그것은 지역 정당입니다. 특정 정치문화에 따라서 지역 정당이 건설적인 순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연방제를 채택한 나라에서는 그런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지역주의가 이미 심각한 문제인 사례에서 새로운 지역 정당이 생긴다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지역주의를 깨는 효과가 설사 있더라도, 또 다른 지역주의를 만드는 것이니까요. 친노 신당이 전국 정당으로 성공하여 제 예측이 빗나가면 좋겠습니다.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서 자신이 괴물이 되면 곤란합니다. 지역주의를 지역주의로 쪼개는 것이 비슷한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 공룡 정당을 쪼개는 다른 방법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댓글 17개:

  1. 박사님께서 어떻게 들으실지 모르지만.
    저는 정치에 전혀 재능이 없는 사람들로 보이는 인사들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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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ㅎㅎㅎ 정치 소질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겠죠. 제 대답은 항상 이 모양 이 꼴이죠. ^^

    결과로써 객관적인 평가를 하는 길은 있습니다. 민주주의에서는 표를 많이 모으는 정치인이 일단 소질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히틀러도 그런 면에서 소질이 있었다고 봐야 하는 일면 조금 우울한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전체 평균으로 보면 괜찮은 정치 지도자를 더 많이 선출하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장기적 집단 이성을 믿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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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전 잘못되어 보이는 선택을 하였다 해도 신기하게 사람들을 믿어요... 근데 표가 어떻게 던져졌건 그 환경을 극복해야 하는 사람들은 직업 정치인들이라 생각하거든요. 그 사람들이 자랑했던 화려함에 비해 머리가 없는 것처럼 둔탁해보이는 것에 화가 날때가 너무 많아요.

    의제 설정의 심오함까지는 제가 알 수 없어도요, 상대가 누구건 상대를 적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내 집단의 단결밖에는 가져오질 못해요. 그 집단이 한 줌 밖에 되질 않을때는 참 멍청한 지도력이라 보이구요.. 우연성으로 인해 시간의 경로가 바뀌는 일도 분명 있지만,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이들이 우연성을 기다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 만큼 전투력없다는 걸 보여주는 일도 없는거 같아요.

    민노당, 진보신당, 친노그룹.. 사실 왕자병 공주병 걸려서 지들만 소중하다는 거거든요.. 그냥.. 정치를 하나도 모르는 일반인 시각에서 저는 그렇게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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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와사비님의 생각이 전형적인 자유민주주의 시각입니다. 자기 진영이 거의 절대적으로 옳다고 여기는 것은 위험합니다. 교조주의나 심하면 전체주의로 빠질 수 있거든요. 우리 정치판에서는 오히려 그런 권위주의적인 정치 선전이 먹혀 들어갔던 면이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민 의식이 그런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옥석을 가려내야죠. 시간이 제법 걸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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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글 잘 읽었습니다.
    본론의 서론 같은 느낌입니다.
    앞으로의 논의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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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익명님 관심에 감사합니다. 상하가 될지, 상중하가 될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열심히 짱구를 돌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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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제 개인적인 생각은 약간 다른데요..

    우연과 필연이 겹쳐서 민노당, 진보신당, 그리고 유시민계열, 민주당에 대해서 제 나이 또래 치고는 상당히 많은 차이점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제법 했던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인 결론은, 달라도 너무 다른다는 것이었습니다.

    괴물과 상대하기 위해 괴물이 되어선 곤란하다..(니체의 말이던가요? ^^)를 저는 오히려 반대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괴물(한나라당-전 한나라당쪽 이념에 그다지 동의하진 않습니다만 그 쪽의 실력있는 분들도 많다고 생각하기 떄문에 괴물이라고 규정짓긴 좀 뭐하지만..)을 상대하기 위해서 야권의 연합은 새로운 뒤틀려진 괴물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상당한 계열적 차이를 보이는 민노/진보/민주/친노 4 세력이 하나의 연합을 이룬다면, 오히려 그것이야말로 정책적 선거가 아닌 패거리 정치의 전격적인 부활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과거 열린우리당이 결국에는 실패로 끝났지만 탄핵역풍을 타고 전국적 정당으로 발돋움했던 과거를 잘 회상해보면.. 친노신당이 영남지역정당으로 전락하리라고 비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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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글쎄요, 유시민계열과 민주당이 의제가 노동자의 권익실현 단하나라 할때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생각과 달라질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의제가 인권 보호의 실천이라 할때 달라질 수 있을까요? 또한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시장경제 질서와 정의의 실현이라는 의제 앞에서 유시민계열과 민주당과 다를 수 있을까요? 여기서 다르다 / 아니다의 얘기는 찬성과 반대입니다. 그것들을 어떻게 다른식으로 포장하느냐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SapereAude님의 의견은 정치의 또 다른 이름인 국가의 안정적 "관리"라는 측면을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들 사이에서 합의와 타협을 할 줄 모르는데, 균형점이 한나라당에서 이동하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이 합의와 타협의 과정에 "정치"가 있어야하구요. 연합이 단순히 이루어지지 않아요. 엄청나게 빠른 머리로 계산기 두드리는 "정치인"들이거든요.

    탄핵역풍을 타고 전국적 정당으로 발돋움한 우리당의 결론은 자멸이었죠. 그리고 구성원 스스로 아이덴터티의 포기를 선언했던 냉소적이고 패배적인 과정이었습니다. 친노당이 운좋게 영남지역정당 이상이 된다한들 제가 그들에게 왜 표를 던져야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노무현의 사람들이라서 적통성이 있어서요? 혹여라도 유시민씨가 스스로 적자라고 생각한다면 웃기는 소리라고 생각하고 중증의 왕자병이니 꿈깨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딴건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솔직히 없는 거거든요. 정치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 있어요. 그 시간은 아직 아무도 가보질 않았죠. 그러니 적통성따윈 그누구에도 없고, 다르게 말하면 그 누구에게도 있는 거에요.

    정말로 엄청나게 소중한 자신의 생각이라는게 있다면 바닥부터 기어다닐 생각을 하는게 좋죠. 그리고 자신과 의견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한명이라도 더 만드는 것, 그것이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다수 야당의 존재는 전선을 함부로 긋고 차별화를 선언해서 본인들의 이익만을 실현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국민들 위해 어쩌고 저쩌고~ 노 땡큐. 내 할일은 내가 알아서 하니 지들 할일 좀 제대로 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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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우연과 필연이 겹쳐 역사가 된다는 생각은 저도 마찬가지이지만 인간의 행위는 계획하고 실현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전투력을 보이라는 것은 거대 여당에 대해 견제를 하라는 식의 맹한 주문이 아니에요. 제일 중요한 이야기, 기반을 다지라고요. 토대. 기초공사. 몇년 후의 국정운영의 투명한 사진. 협상. 타협. 돌풍의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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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제가 지금.. jkl123.com에 있는 '김윤'입니다.
    그리고, 뭐 굳이 숨길 것 없이 솔직히 정치성을 말씀드리면, 유시민계열의 지지자이기도 합니다.

    먼저, 표현을 좀 부드럽게 써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무슨 싸움을 걸거나 그런 게 아닌데도(전 안박사님 글에 댓글은 단 겁니다..;;;), 좀 표현이 기본적으로 많이 거치시네요.

    제 글에 대한 답글인 것 같아 그래도 적어보면..

    그리고, 첫째 문단에 대해서면, 당연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누구나 다 아는 사례만 들어도, FTA, 이라크 파병 관련해서도 민주당 안에서도 계열이 갈렸었구요. 그리고 민주당 내에서 유시민과 다른 세력 간에 엄청난 구원(舊怨)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차이는, 종북주의 외에도 소위 '한겨레'에 진보라는 기치를 걸고 칼럼쓰던 사람들이 왜 다 탈당해서 진보신당으로 옮겼는지 생각해보십시오. 그들이 바보라서, 와사비님이 보기엔 별 차이없는, 겨우 '포장'의 차이 떄문에 당을 쪼개서 따로 만들었다고 생각하십니까? 너무 판단하시는 것이 오만한 것이 아닐지.

    그리고 적통성.. 왜 그게 와사비님께 그렇게 '조롱'당할 정도의 것인지 잘 모르겠네요. 제가 보기엔 참여정부의 국정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고, 그 정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국민들이 실제로 후계자로서 유시민을 떠올린다면, 그게 '웃기는 소리, 중증의 왕자병, 꿈깨라. 눈에도 보이지도 않고 솔직히 없다. 따위'식의 표현으로 폄하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 이렇게 표현이 거치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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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와사비님이 보기엔 별 차이없는, 겨우 '포장'의 차이 떄문에 당을 쪼개서 따로 만들었다고 생각하십니까?
    --> 네


    저는 조롱을 한 적도 없고, 순화되지 않은 언어를 쓴 적도 없습니다. 왕자병을 왕자병이라고 얘기하는 것에 별 사실의 왜곡이 없을 거 같은데요. 과거의 정부의 적통성만 이야기하자면요. 참여정부의 국정철학? 참여정부를 지지하는 것 저도 마찬가지인거 아시지요? 그런데 우리가 다른 건,제겐 과거의 지난 정부일 뿐인게 미래의 또 다른 정부보다 더 중요하지 않아요.

    계열이 갈리는 것이 합의를 할 수 없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지요. 그렇게 갈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이야기하신다면 계속 그러라고 하는 수 밖에. 다수의 국민이 한 가지 의견에 모두 동조하리라고 생각하면 몽상가라 보입니다. 운좋게 유시민씨가 그런 식으로 복권한다고 해도 거기에 발전은 없습니다.

    김윤님이라면 이야기를 나누기 곤란할거 같군요.
    이런 저런 판단을 해볼때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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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공격본능을 불어일으키는 재주가 있으신지. 저게 조롱이 아니고, 순화되지 않은 게 아니라니.. 정말 순화되지 않은 표현과 조롱을 하실 떄는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네요. 싸움닭같습니다. '순화되지 않은 언어'의 판단기준은 청자입장에 두는 것이 보편적인 것 같은데 말이죠.

    그리고 전 미래의 또다른 정부보다 더 중요하다고 한 적 없습니다. 계열이 갈리는 것이 합의를 할 수 없는 거라고 말한 적도 없구요. 다수의 국민이 한 가지 의견에 모두 동조하리라고 생각한 적도 없습니다. 님이야 말로 몽상가가 아니실지. 맘대로 규정짓지 마세요.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분들이 관악에서 민노당과 진보신당 각각 운동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요즘엔 저도 시험 공부니 뭐니 하면서 바쁜 척하느라 별로 볼 기회가 없지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은 게 많습니다... 님의 '포장'의 차이 정도로 단순화될 정도로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에는 확신이 있습니다. 참 오만하시네요. 도대체 뭘 믿고 그렇게 다른 사람에 대해서 그렇게 내리깔고 그 정도 차이밖에 없는데 당 갈라 싸운다고 폄하하는지. 전 제 판단이 100% 옳다고 주장하고픈 생각도 없지만, 그렇다고 저와 생각이 다른 사람에 대해서 절대 그렇게 내리깔지 않습니다. 제가 정확히 안다고 생각하는 측면에도 분명히 제가 모르는 측면이 있을 테니까요.

    이야기를 나누기 곤란하다는 예감,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전 안박사님께 궁금해서 여쭤봤던건데..
    일이 왜 이렇게 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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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유시민과 자기를 동일시하는 묘한 재주는 김윤님에게 있으시죠. ^ ^

    얘기가 그렇게 나올 줄 알았어요.
    저는 민노당과 진보신당 모두 직접 친했다고 말해두죠.

    내리깔려도 괜찮은 일에 주저하지 마시구요. 다시 말하지만 운좋게 복권해도 제 표는 유시민에게 갈것 같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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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유시민을 소중히 여기시는 것에 제가 반감을 불러 일으켰다면 그점은 사과하죠. 하지만 교조주의라는 말을 곱씹어 살펴보셨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적통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왕권을 이야기하는 사고방식입니다. 참여정부에서 유시민씨의 공로, 그의 좌절, 그가 유연해지게 되었던 그에게 다가왔던 시련, 전임 대통령과 사지에서 나누었던 동지애 그 모든 것이 제게 생생하게 남아 있고 그러기에 저 역시 그 분이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신당 논의는 전혀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그런 식의 분열은 언제 어디서건 가능해요. 화합할 수 있는 것보다 화합할 수 없는 것이 훨씬 손쉬운 방식입니다. 자신들의 이익에는 쉽게 복무해요. 그러나 전체의 이익에 복무하지는 못하죠. 그 전체는 국민입니다. 취향이 다양한 사람들의 선호를 만족시키는 것에 정당의 목적이 있지 않습니다. 정당은 그 태생이 정권의 획득에 있죠. 다수표의 획득입니다.

    보복의 심리, 왕을 중심으로 한 드라마들의 영향력 등등으로 대중에게 어필하여 운좋게 유시민씨가 대권을 차지한다해도요 복권 이후에 기반을 다지는 방식을 취한다면 백패입니다. 국정의 운영은 정치 지형 뿐 아니라 관료의 통제까지 힘을 미쳐야하죠. 민심만 얻어서는 불가능합니다. 포스트 김대중, 노무현에서 논의를 해야할 것은 차이의 명징한 드러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그 차이를 숨길 이유도 없어요. 적어도 분배에 대한 입장까지는 엇비슷하다고 한다면 합의를 도출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대의를 그어야한다고 봅니다.

    신당은 장기적으로도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이 될지는 몰라도 지금은 서로 기꺼이 굽혀야할때라고 생각합니다. 정치권의 의견과 국민의 정서에 온도차이가 있어 그 사람이 만일 유시민씨가 아니라면 유시민씨의 뜻을 다른 사람을 통해 발휘하는 정치력을 그가 보여야 해요. 그게 추미애여도 마찬가지구요, 심상정, 노회찬, 권영길이어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지금 시기가 보여주는 것은 우리가 사는 이곳에 엄청난 경로의존성이 놓여있다는 사실입니다. 그걸 발전주의 폐해라고 볼 수도 있구요, 권위주의의 폐해, 박통의 유산이라 볼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이런것과 전쟁을 벌이기에도 벅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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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김윤씨가 처음에 던진 질문에 대한 제 답은, 어떤 의제 설정을 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봅니다. 이 시리즈 마지막 글에서 제가 생각하고 있는 연합의 축을 제시할 것입니다. 저로서는 그 축은 야권 연합의 대의명분으로, 또한 여권을 발전적으로 쪼개는 데 상당히 설득력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제 과대망상일 수도 있고요.^^

    열린우리당이 제17대 총선에서 보여줬던 돌풍을 친노 신당이 일으킬 수도 있겠죠. 저는 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노 전 대통령 탄핵과 비슷한 사건이 벌어져야 하는데, 글쎄요... 친노 신당 참여에 유시민 씨, 이해찬 씨, 한명숙 씨 모두 머뭇거리고 있죠. 왜 그렇겠습니까? 아직 확신이 생기지 않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특히, 유시민 씨가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친노 신당에도 참여하는지 아닌지 지금은 알 수 없죠. 현재 상황에서 유시민 씨를 적극적인 정치인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 제 소견입니다. 조만간 의사 표명을 하겠죠. 민주당에 있는 친노 인사 대부분이 신당으로 옮길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저는 야권에서도 브랜드 네임을 내걸 수 있는 정당이 나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신당이 그런 브랜드 네임을 갖기는 힘들 것으로 봅니다.

    저는 정치인은 어느 누구라도 신봉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링컨이든, 오바마든, 박정희든, 노무현이든, 김대중이든, 이명박이든, 유시민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합리적 선택이론을 공부해서 그런지 제 눈에는 국민과 민족을 위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더 위하는 합리적 정치 행위자로 보입니다. 그 이익이 더 많은 사람의 이익과 얼마나 잘 일치하는지에 따라서 상대적으로 더 나은 정치지도자라는 평가는 합니다.

    유명 정치인은 공인입니다. 공인은 언제 어디서든 칭송도 받을 수 있고, 비판/비난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심한 욕설과 인신공격만 아니면 괜찮지 않나요? 저는 정말 험한 표현들을 인터넷에서 많이 봤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왕자병"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개인적 차이는 있겠죠. 토론 상대방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은 가능한 한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제 소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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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와사비님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저도 온라인상에서 표현이 거칠어지네요. 사과드립니다. 자꾸 왜 이럴까요... 아직 너무 철이 없나봅니다.

    교조주의라... 전 노무현 탄핵에 앞장내지는 수수방관했던 민주당세력이 이번 서거 사건을 계기로 노무현을 계승하겠다느니.. 이런 것을 볼 때 정말 화가 납니다. 저도 기본적으로 경제학 빠돌이라 안박사님이 말씀하신 '합리적 정치 행위자'로 거의 대부분을 바라보긴 하지만.. 이번엔 좀 화가 나더군요. 이런 걸 보면... '적통성'을 따지는 것도 어느 정도 의미는 있을 것 같습니다.

    /안박사님
    지금 공식적으로 유시민씨는 말씀하신대로 침묵, 또는 친노신당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저도 기본적으로 '합리적 정치 행위자'로서의 유시민 씨의 행보라고 보지만, 전 솔직히 말하면 코드가 맞지 않는 구 민주당 세력과의 결합보다는 좀 더 장기적인 길을 그가 가기를 바라는 사람입니다.(저도 신봉자가 되기엔.. 너무 경제학적 사고방식에 이미 젖어있더라구요...^^;;;)

    그리고 표현방식에 대한 조언은 다시 한번 조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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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제 소견을 건설적으로 받아들여 주셔서 고맙습니다.

    자유주의에서 의견 차이는 당연합니다. 오히려 만장일치가 되면 이상한 것이죠. 더 유익한 의견교환을 위해서 두 분이 노력하고 계시는 모습이 저에게는 아름답게 보입니다.

    유시민 씨가 우리 정치에서 중요한 자산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더 잘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저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침묵이 너무 긴 것 같군요. 소통을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면 지지자들이 더 모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애증이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하죠. 지지자들이 실망하면 금방 돌아서는 것이 정치의 한 모습이기도 합니다. 유시민 씨도 이제는 정치를 한 지 제법 되었으니 그 점을 잘 알고 있겠죠. 저는 좀더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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