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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1일 토요일

[단상] 月山 (Mountains of the Moon)

(서울대 이준구 교수님 게시판, 2008/03/20)

일전에 이 교수님께서 경제학 응용 부문을 더 연구했더라면 하는 마음을 피력하신 것으로 기억합니다. (정확하지 않으면 정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이론에 치중한 공부를 했기 때문에 항상 이론과 응용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한 편입니다. 사회과학은 자연과학과 달리 특정 이론의 현실 설명력이나 예측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 이런 고민은 더 심각한 것 같습니다.

영국 탐험가들이 나일 강의 원천을 찾는 내용을 소재로 한 Mountains of the Moon(1990)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나일 강의 원천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많은 호사가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1세기경 그리스 상인인 디오게네스가 나일 강의 원천을 찾았다고 주장했고, 프톨레마이오스(Ptolemy)와 고대 그리스-로마 지리학자들이 그것을 인정했다고 합니다. 디오게네스는 중앙아프리카의 동쪽 해안으로 가서 내륙으로 들어가 눈 덮인 산들과 큰 호수들을 발견했는데 그들이 나일 강의 원천이라고 했답니다. 원정 기간은 25일이었으며, 원주민들이 그 산들을 Mountains of the Moon으로 불렀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이후로 나일 강의 원천은 月山으로 알려졌습니다.

영화는 1862년에 있었던 영국 왕립 지리학회의 나일 강 원천 찾기 원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원정대도 디오게네스와 마찬가지로 중앙아프리카 동쪽 해안으로 가서 내륙으로 들어갑니다. 원정대가 발견한 것은 빅토리아 호수와 탕가니카 호수 등으로 구성된 Greater Lakes였으며, 그 호수들을 나일강의 원천으로 학회에 보고하고 그것이 정설이 됩니다. (영화에서는 원정대 대장들의 갈등 등을 포함하여 보다 극적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후일 인공위성 탐사를 통해서 빅토리아 호수로 흘러들어오는 사소한 지류의 원천까지 모두 밝히게 됩니다. 나일 강의 원천을 찾기 위해서 강의 하구부터 시작한 원정도 많았다고 합니다. 모두 실패했답니다. 그런 면에서 디오게네스나 영국 원정대가 선택한 아프리카 동부 해안은 매우 적절한 것이었죠. 아마도 그들은 나일 강의 풍부한 수량을 참작하여 나일 강이 일정한 거리는 흘러야 된다는 이론적 추정에 따라서 그런 결정을 내렸을 것입니다. 저는 그 영화를 보면서 나일 강의 원천을 찾기 위하여 원정대가 이집트에서 출발하지 않는 것을 신선한 충격으로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이론의 힘이 아닌가라고 생각해봤습니다.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기회 되면 한번 보실 것을 권합니다.

댓글 1개:

  1. 세헌
    (2008/03/20 21:50) 올리신 글과 별개로....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안선생님께서는 이준구선생님과 어떻게 인연을 갖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예전에 게시판 눈팅하면서 한교수님이나 이창용교수님의 예전 이야기들 볼 때마다, 신기했거든요. 개인 사생활에 관련된 거라, 이런 거 여쭈는 거 실례인가.....;;; 실례라면, 반성하고 이 댓글 지우도록 할게요.

    안병길
    (2008/03/20 22:18) 제가 1997년부터 2000년 8월까지 국제지역원(현 국제대학원)에 재직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에 이준구 교수님을 자주 뵙지는 못 했구요, 가끔 테니스 장에서 뵈었습니다. 최근에는 교수님의 대운하 시론을 읽고 홈페이지를 방문했는데, 이 교수님 글들을 읽고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평소에 생각하던 것들이 그 글들 속에 잘 표현되어 있어서 놀랐습니다. 그 이후로 이 교수님을 스토킹? 중입니다. ^^

    이창용 교수는 제가 박사과정 학생일 때, 그 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부임해서 더 친해졌습니다. 사회대 동기동창이기도 하구요. 이창용 교수가 제 입을 막으려면 뭐든지 재갈을 물려야 될 것입니다. ㅋㅋㅋ

    한 교수님은 직접 만난 적은 없습니다. 조만간 만나서 인사해야겠습니다. 또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 보세요. 불필요한 사적 정보는 제가 답을 하지 않으면 되니까 걱정마시구요.

    이준구
    (2008/03/20 22:46) 안박사, 지식의 샘.

    안병길
    (2008/03/20 23:02) 과찬의 말씀이옵니다. 요즘 유난히 옛날 생각이 많이 나서 예상 외로 글 소재가 근근이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많은 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선배님께 감사드립니다.

    세헌
    (2008/03/20 23:21) 아~ 답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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