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준구 교수님 게시판, 2008/05/16)
일전에 우리 문화와 서양 문화를 비교하는 글에서 신체 접촉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잠깐 언급했었습니다. 신체 접촉에 대한 감정은 문화적 차이도 있지만, 생물학적 차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예컨대 동성연애의 경우, 이것이 Nature냐 Nurture냐는 논쟁이 있지만, 요즘은 대체로 Nature의 영향을 인정합니다. 동성 간 신체 접촉을 태어날 때부터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죠.
제 경우를 본다면, 원하지 않는 신체 접촉을 매우 꺼리는 편입니다. 군 훈련을 받을 때, 친한 동기생 한 명이 반가워서 제 머리를 툭 친 적이 있는데, 제가 너무 화를 내서 그 친구가 당황했던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생물학적으로 그런 인자를 타고난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오래 생활하다 보니 그런 Nature에 Nurture까지 가세해서 신체 접촉을 꺼리는 성향은 더 강화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택시 기사와 그 문제로 큰일이 벌어지기도 했죠.
미국에서는 합의되지 않은 신체 접촉을 매우 꺼립니다. 극단적이면 총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죠. 그래서인지 의도적으로 남의 몸을 건드리는 것은 큰 결례입니다. 고의가 아닌 신체 접촉도 서로 sorry를 주고받는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하듯이 모르는 어린애 뺨을 귀여워서 건드리든지 하면 큰일 납니다. 부모가 성희롱으로 고발할 수도 있죠.
체벌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끔 우리나라에서 갓 이민 온 부모님이 자식을 사랑의 매로 다스려서 경찰이 출동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부모-자식 사이에도 과도한 신체 접촉은 공권력 개입 사유가 됩니다. 아예 학교에서 그렇게 교육하기 때문에 자식이 욱해서 전화기에 911만 찍으면 금방 경찰이 출동합니다. 그리고 일단 때린 아빠나 엄마를 애들에게서 격리시키고 조사합니다.
아마도 이런 전통은 사유재산 보호를 중시하는 서양의 개인주의에서 비롯되었을 것입니다. 각 개인의 몸은 전형적인 "사유재산"이므로 신성불가침에 가깝겠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개인주의적 사고가 점차 팽배해져서 요즘은 이전과 같지는 않을 것입니다. 근본 원리는 자유주의에서 타인의 신체를 건드리려면, 사회적 혹은 개인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연애하실 때, 이 근본 원리를 깜빡 잊지 않으시도록 유의하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 그러나 너무 조심하시다 결정적 기회를 놓치는 우는 범하지 마시길... (저... 자유주의 원칙에 따라서 손잡기 합의가 필요합니다. 합의해 주시겠습니까? 이렇게 얘기해서 잘 풀릴 수도 있고, 망칠 수도 있겠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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