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Notice) | 방 명 록 (GuestBoard)

2009년 8월 18일 화요일

[자유]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2)

(왼쪽부터, 마르크스, 엥겔스, 레닌, 스탈린)
http://m.blog.hu/ma/mavo/image/marx_engels_lenin_stalin.jpg

1. 자본주의와 반자본주의: 사회주의 = 공산주의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졌습니다. 못사는 사람들은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했고, 돈이 많은 자본가는 더 부자가 되는, 요즘 말로 양극화 현상이 심하게 나타났던 것입니다. 그래서 일부 지식인은 자본주의가 사람을 못살게 군다고 인식했습니다. 사회주의가 등장했습니다. 자본가가 약탈적으로 부를 축적하므로 부의 사유화에 반하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그것이 부를 공유하는 근대/현대 사회주의 경제이념의 시작입니다.

부를 공유하는 아이디어를 매우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주의 경제이론입니다. 따라서 자본주의에 반하는 경제이념 혹은 경제이론이라는 점에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같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어제 글에서 (1) 번 주장의 핵심입니다. 이념은 ideology이고, 이론은 theory입니다. 그 차이는 은실 씨가 영문 위키 등을 참조해서 스스로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그것도 헷갈리면 다시 질문하셔도 좋습니다. ^^

2. 마르크스의 공산주의 경제이론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서는 기본적으로 인간이 탐욕적일 수 있다고 가정합니다. 반드시 탐욕적이라는 것이 아니라, 탐욕적일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현실에서도 그런 인간 유형이 흔히 관찰된다고 봅니다. 그러나 마르크스가 펼친 역사의 마지막 단계에서 공산주의의 인간은 탐욕적이지 않습니다. 일종의 성선설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기술이 발전하여 충분한 물자가 생산되면, 노동자들이 혁명을 일으켜서 자본가가 없는, 즉 계급이 없는 좋은 평등 세상이 된다는 것이 마르크스 공산주의 이론의 핵심입니다. 그 세상에서 인간은 자신이 필요한 만큼 물자를 확보하고 사용하며, 서로 싸우지 않는다는 것이죠. 마르크스의 공산주의 이상향입니다.

여기서 생산수단, 생산요소(생산수단 + 노동력), 생산양식 등의 복잡한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은실 씨가 교과서나 참고서(믿어도 될까요?^^), 인터넷 자료, 학교 선생님 도움 등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3. 어떻게?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이, 아무리 이론이 훌륭해도 어떻게 현실화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마르크스 자신도 이 문제에 대해서 똑 부러진 답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경제를 하부구조, 정치를 상부구조라고 하는데, 마르크스는 주로 하부구조인 경제를 파고들었거든요. 심지어 상부구조는 하부구조의 "졸개"라는 견해를 내보였죠. 마르크스를 깊게 연구한 학자들 사이에 마르크스가 정치, 예컨대 관료의 역할을 어떻게 봤느냐는 문제에 대해서 이견이 있기는 합니다. 전문가에 따라서 마르크스가 정치의 독자적 영역도 인정했다는 해석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공산당 선언>만 해도, 그 내용을 읽어보면 자본주의의 참담한 실상에 대한 스케치와 전 세계 노동자들이 단결해서 자본주의를 몰아내야 한다는 선언적 내용만 있지 공산주의를 현실에서 구현할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답답한 노릇이죠. 그래서 레닌 같은 사람이 현실 공산주의 운동에 대한 지침서를 적었던 것이죠. 이 부분에서 정치가 심하게 개입합니다. 레닌은 노동자 계급 전위대(아방 가르드, Avant Garde)라는 일종의 엘리트 이론을 내놓는데, 마르크스 공산주의 이론 원형에 비춰보면 궁합이 잘 맞지 않습니다. 계급이 없는 세상을 꿈꿨는데, 엘리트가 있으면 되겠습니까. 레닌으로서는 궁여지책이었을 것입니다. 저 무지개 너머에 유토피아가 있는데, 갈 길은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이죠. 그 딜레마를 해결하는 한 전략으로 일시적인 엘리트 선도 그룹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입니다.

4. 이상으로서 공산주의

이상과 현실은 다릅니다. 공산주의는 이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마르크스가 주장한 공산주의 세상은 자본가 계급이 없는, 착취가 없는 완전한 평등 세상입니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전 세계 모든 나라가 공산주의를 채택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일부가 공산주의 국가이고, 일부는 자본주의 국가라면, 자본주의 자본가들이 공산주의를 착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레닌 같은 공산주의자들이 신경 썼던 것이 공산주의자 국제조직입니다. 코민테른(Comintern)이라고 들어보셨죠?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현실에서 일시에 모든 국가가 공산주의를 채택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이 문제점을 해결한 방안이 여럿 있었는데, 레닌의 노동자 계급 전위대와 스탈린의 일국 사회주의론도 그 예입니다. 전 세계가 공산주의화 되는 것이 먼 이야기이니, 소련 한 나라라도 제대로 된 공산주의 지향 국가로 만들자는 것이 스탈린의 주장이었죠.

이런 해법의 단서는 마르크스 자신도 제시했다고 합니다. 이른바 낮은 단계(lower phase)의 과도기적 반자본주의로 사회주의를 언급했다는 것이죠.

"Karl Marx posited that socialism would be achieved via class struggle and a proletarian revolution and become the transitional stage from capitalism to communism."
http://en.wikipedia.org/wiki/Socialism

낮은 단계에서는 자본주의와 반자본주의가 섞여서 나타날 수 있고, 그때 반자본주의는 사회주의로 분류하는 것이죠. 제가 방명록 댓글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습니다.

"한 줄 요약: 자본주의 => 사회주의 => 공산주의, 마르크스 할배는 이렇게 스케치를 했는데, 사회주의는 공산주의에 훨씬 가까운 것으로 그렸다고 합니다. ^^"

이제 그 의미를 아실 것입니다. 즉,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에서 공산주의로 가는 과도기에 나타나는 상대적으로 "약한" 반자본주의라는 뜻입니다. 물론, 자유민주주의에서는 그런 도식을 믿지 않습니다. 특히 자유주의에 따르면, 역사가 인간의 자유의지에 의해서 지그재그로 갈 수도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단선적으로 역사를 규정할 수 있느냐고 반박합니다.

5. 결론

우리가 보통 공산주의라고 하면, 그 의미를 반자본주의로 받아들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회주의도 반자본주의입니다. 엄격하게 표현하면, 공산주의는 반자본주의자들이 꿈꾸는 이상향 경제체제를 신봉하는 것이고, 사회주의는 같은 종류의 반자본주의이지만, 자본주의와 어느 정도는 타협할 수 있는 경제체제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 엄격한 의미의 공산주의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일종의 수사(Rhetoric)로서 공산주의라고 하면 사회주의 중 더욱더 반자본주의적인 경제체제를 지지하는 경제이념이라고 보면 됩니다.

현실의 예를 보시죠. 북한도 가구별로 텃밭을 경작하는 것을 허용합니다. 공산주의에서는 이런 사유 개념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엄격한 의미의 공산주의는 아닙니다. 그러나 중국에 비하면 사유 재산을 부정하는 정도가 훨씬 강하죠. 따라서 상대적 레토릭으로 북한을 공산주의 국가로 부를 수 있겠습니다.

중국에 빠진 제 제자인지 친구인지 헷갈리는 사나이는 중국을 중국식 자본주의 국가로 봅니다. 저는 "수정 사회주의"라는 제 나름대로 고안한 개념으로 파악합니다. 그 사나이가 저를 많이 야단쳤습니다. 토지가 아직 사유화되지 않은 꼬투리를 잡고 사회주의 운운하는 것은 뭘 몰라도 한참 모른다는 비판이었습니다. 중국 전문가 말씀이니 소홀히 여길 수는 없겠습니다. 중국은 겉으로는 여전히 사회주의 경제이념을 주창합니다.

결론적으로, 현실에 나타나는 공산주의 지향은 사회주의이고, 그것은 공산주의의 약한 형태 경제이념으로 저는 그 차이를 이해하고 있습니다.

제 말을 믿습니까? 막무가내로 믿으면 안됩니다. 공부할 때는 회의하는, 즉 의심하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데카르트 선생이 생각하라!라고 외쳤죠. 일단 은실 씨가 생각해서 제 설명이 논리적으로 이상이 없는지 따져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 것입니다. 확인 작업이 필요합니다. 제가 공산주의 전문가도 아니고, 그 전공 공부를 집중적으로 한 것도 아니거든요.

확인 방법을 가르쳐 드릴까요? 여러 방법이 있는데, 이번에는 집단 이성을 활용해보시죠. 제 설명을 요약해서 이준구 교수님 게시판에 올리는 겁니다. 그 게시판에 경제학 고수들이 많습니다. 안병길이라는 작자가 이런 설명을 했는데, 사기인지 아닌지 확인 부탁합니다!라고 글을 올리면 집단 이성이 작동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ㅋ 이해가 잘되지 않거나, 표현이 애매한 부분은 다시 질문하시기 바랍니다. 이상, 숙제 끝. 야호! ^^

댓글 4개:

  1. 은실씨 덕분에 저도 안박사님께 많이 배워 갑니다.^^
    저도 점심 값은 내야겠죠?ㅎㅎ

    저는 고등학교 때(기억이 가물가물 가물치이지만)

    공산주의는 자본주의의 반댓말,
    사회주의는 민주주의의 반댓말로 배웠던 기억이 납다.

    막무가내로 믿는 것은 아니지만,
    안박사님의 도식을 채택하고 조금씩 능력껏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만ㅠ) 회의해 보겠습니다.

    답글삭제
  2. 공산주의 반대말이 자본주의인 것은 맞는데...
    사회주의가 민주주의의 반대말이라고 배웠다고요? 기가 찹니다.
    이렇게 말해도, 저도 그렇게 배웠을 것 같네요. 유신이 민주주의라고 배웠으니까요.
    자유주의, 민주주의 반대말은 권위주의/독재이지요.
    反자유주의, 反민주주의라고 불러도 됩니다.

    훌륭한 점심값이었습니다. ^^

    답글삭제
  3. 저는 고딩때 철학 수업이 선택과목이었는데...
    학교가 종교색채가 너무 강한 곳이라(심지어 수녀님이신 선생님들도 계시고..) 철학 시간엔 정작 철학은 거의 못 배우고, 교부 철학만 반복해서 들었었어요.

    그런데 뜻하지 않은 국어시간에 갑자기 국어 선생님께서 (역시 수녀님) 제게 전체주의와 개인주의에 대해 질문하셨더랍니다. 그때.. 공부는 좀 했던거 같은데 선생님들 사이에서 문제아 비스므리 찍혔었어요.. 수업시간에 잠을 많이 자서... 1학년때는 관심이 안가는 과목이 너무 많죠.. 아마 그래서 질문이 들어온듯..

    지금도 그렇지만 어릴때 사회쪽 과목은 쥐약이었거든요.. (제가 재경 택한 이유가 별게 없었어요. 글로 된 과목을 피해보려고 머리썼다가...;;;) 그래서 즉흥적으로 막 생각해서 내놓은 답이 전체주의사회=공산사회 이고 개인주의사회 = 자본사회라고 대답했더랬어요.

    근데 이 답이 틀렸었나봐요.
    국어수녀님께서 저더러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으셨고 저는 공산주의 사회에서 전체적으로 같은 생각을 하게 하거나 행동을 하게 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선 개인들 맘대로 하는게 가능하다고 대답했는데 때마침 종치는 바람에 답이 뭔지도 모르고 끝났어요. 근데 박사님 글 읽으면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저는 이런 얘기들이 정말 너무 어렵게 다가와요.

    답글삭제
  4. 헷갈릴 만합니다. ^^
    제 글에서 설명했듯이 마르크스의 공산주의는 경제이론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현실에서 추구하다 보니 정치가 개입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전체주의 모습을 보였던 것이죠. 따라서 예컨대 소련이나 북한에서 선보인 공산주의의 정치부분 모습을 고려하면, 전체주의라고 비판할 수 있죠. 그때 전체주의는 공산주의 경제이념의 원래 모습은 아니라고 보시면 됩니다. 전체주의는 정치/사회 질서에 관한 이야기이지, 경제이념은 아닙니다.

    자본주의도 경제이념입니다. 자본주의가 당연히 개인주의를 바탕에 깔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와 자유주의가 결합하는 핵심 고리가 개인주의입니다.

    하여튼 복잡한 이야기입니다. 이론, 이념, 현실이 왔다갔다해서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서 다른 주장이 가능합니다.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