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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9일 일요일

[단상] 미국 공항에서 만난 사람

[그림 출처] http://www.heart.or.kr/korean/portal.php

아래 편지는 제가 AceTronics라는 IT 중소기업 부사장으로 겸직할 때, 출장 중 임직원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2004년 7월 15일 목요일 오후 11:26)

어제 렌트카를 반납하고 공항으로 가는 셔틀 안에서 중년 백인부인이 앳되게 보이는 동양 여자애와 함께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입양한 딸이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 부인이 저에게 먼저 말을 걸어 와서, 제가 어린이의 원래 출신지가 어디냐고 물어봤습니다. 많은 한국 어린이들이 미국에 입양되었기 때문에 혹시 그 경우가 아닐까 해서 물어봤죠.

"부모가 모두 중국 사람들입니다. 태어나기는 로스엔젤레스에서 태어났죠. 출생 시 심장이 좋지 않아서 원래 부모들이 양육을 포기했습니다. 한국 어린이를 입양하려고 홀트복지회와 연락도 해봤는데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오늘 상당히 힘든 여정이었는데 애가 잘 견디는 것을 보고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심장 수술을 네 번이나 받았거든요. 혹시 혼수상태에서 견디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해맑게 웃으면서 입양한 중국계 딸에 대해서 담담하게 얘기하는 그 부인의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그래서 덕담을 드렸죠.

"You did a great thing!"

"Yes. They did a great thing for me, too!"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 어린이를 입양할 수 있게 해준 원래 부모들에게,. 힘든 심장 수술을 네 번이나 잘 견뎌준 양녀에게 오히려 감사한다는 그 부인의 말이 아직도 제 머릿속에서 맴돕니다.

주말입니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일하시고 즐거운 연휴를 재충전의 기회로 만드시기 바랍니다. 하루에 한 번 정도는 위가 아닌 아래도 내려다보는 여유를 가지시면 더 좋겠습니다.

저는 미국에서 출장 일정을 마치고 월요일 저녁에 인천으로 입국하여 화요일에 출근하겠습니다. 비행기 자리가 여의치 않아서 하루가 지체되겠습니다. 며칠 되지 않았는데 몇 달이 지난 것 같습니다...

안병길 드림

댓글 11개:

  1. 찾아보면 할 수 있는 봉사가 참 많을텐데 무척 게으른 자신을 돌아보게 되네요.. 몸이 게으르면 갖고 있는 거라도 작은 걸 실천하자 싶어서 핸드폰 포인트를 현금화해서 한달에 한번씩 사회봉사하는 곳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통신사를 한번도 바꾼 적이 없어서 포인트가 많이 쌓여있었는데 마침 제 통신사에서 그런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되었어요.

    다시 사회인이 못 된다고 해도 생활인은 될 수 있을테니 그때는 좀더 부지런히 도울 수 있는 것들을 실천해보자고 다짐하게 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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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와사비님의 조그만 성냥불 하나가 우리 사회를 더 밝게, 더 자유롭게 만들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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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참으로 가슴을 훈훈하게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국사람들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 많이 하지만,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인 것은 분명합니다.
    우리 사회에 인정이 많다고 자부하지만, 미국 사람의 그런 인정은 여기서 보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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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선생님 말씀이 맞습니다. 우리가 배워서 도움이 되는 것은 열심히 뒤져서라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와 맞지 않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문화도 많아서 취사선택을 잘해야 될 것입니다. 폭주족 같은 것은 배워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문화가 흐르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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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교수님 말씀이 정말 맞는거 같아요.

    가만히...
    만약에라도 우리나라 소득이 세계1위가 되었을때 다른 나라의 아이들을 입양까지 하면서 살려내고, 키워내려는 사람들인지를 생각해보니... 부정적인 생각들이 드네요. 소득수준이 그런 문화를 자연스레 갖게 하진 않은 거 같아요. 참 많은 이유들을 갖대대며 생명의 값에 대한 가중치를 자의적이면서 극단적으로 매기는 경향이 있는 거 같아요.. 저도 결혼을 하고 제 아이를 갖게 되면 우악스럽게 제 아이만 보호해야한다며 별 수 없이 그렇게 변할까요..

    개인적으로 미국 미디어가 보여주는 이미지들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서 반미정서는 없지만 좋아하지도 않는데요.. 저런 사람들이 있는 나라라는 것이 정말 인정이 됩니다..

    미국이 여유있는 나라이기때문이라고 생각된다면, 우리나라도 미국만큼 강대국이 되었을때 타국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부분이 우리문화에 있었으면 합니다.. 우리나라사람들은 똑똑한거 맞지만 그것 갖고는 주변 나라로부터 진심으로 존경심을 갖게하진 못하는 거 같아요.. 만일 존경받을 문화가 있다면 엄청난 강대국이 되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성질이라고 생각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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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제 생각에는 미국이 다양해서 그렇습니다. 이야기에 나오는 미담도 있지만, 그 정반대의 매우 잔인한 이야기도 미국에는 많죠. 전자는 제대로 작동하는 자유 이야기이고, 후자는 잘못된 방종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그에 반해서 우리 사회는 상대적으로 획일적이죠. 따라서 더 자유주의적으로 사회가 변하면 우리에게도 제가 겪은 그런 미담이 더 많이 생길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방종은 될 수 있는 대로 배우지 말아야겠습니다.

    제가 요즘 너무 자유민주주의에 중독된 것 같죠? 방종인가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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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박사님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밑줄긋기는 좋은 변화를 상기하게 할 것 같은데요? ㅎ

    그런데 핏줄에 대한 집착같은거 있잖아요.. 그런것도 자유와 방종으로 분석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는데 안떠올라요..

    박사님 조돌비의 공벌레글 보셨나요?
    저 저녁부터 속이 안좋아요... = _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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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와사비양, 그 콩벌레 얘기 때문에 아직도 속이 울렁거리나?
    여기 와서 한탄하는 걸 보니 내가 미안해지네.
    조금 저속한 미션이었나?

    그런데 내 게시판에 와사비양에 대한 글 읽고 미션 수행해야 해.
    내가 깜빡 잊고 빈번한 방문객 커테고리에서 와사비양을 빠뜨렸다가 그 착오를 시정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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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저도 이 선생님처럼 겁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읽지 않았습니다. 와사비님 이야기를 읽으니 읽지 않기를 잘한 것 같아요. ㅋ

    와사비님의 음식 이야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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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공벌레 조입니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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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저는 보지 않을 소극적 자유를 만끽했으므로 전혀 불만이 없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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