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7시에 명동성당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님 장례미사가 봉헌되었습니다. 주례사제는 정진석 추기경이었고, 김홍일 씨를 비롯한 유가족 그리고 전현직 국회의원 여러분과 경향각지에서 찾아온 추모객들로 성당안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정 추기경님은 강론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뵐 때 마다 왜 사람들이 김대중 대통령을 '선생님!' 이라고 하는지 알겠다."며 "김 대통령이 자신을 박해한 사람을 용서해 주는 미덕을 보여 주셨는데, 그것은 진정한 자유주의자가 아니고선 하기 힘든일이다."고 하셨습니다. 흔히 볼수 있는 고인에 대한 북받치는 그리움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었지만, 돌아가신 분에 대한 그리움을 차분한 어투로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이번 장례미사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끈 또 다른 하나는 휠체어에 앉아서 병마 속에 힘겹게 몸을 지탱하던 김홍일 씨의 모습이었습니다. 파킨슨 병으로 그 옛날의 풍채당당하던 모습은 사라져 버리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가련한 모습으로 나타난 김홍일 씨의 모습은 보는 사람마다 한숨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대체로 가톨릭 신자들은 정치에 대해서 보수적인 견해를 갖고 계신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몇몇 가톨릭 신자 분들은 고인에 대한 근거 없는 중상모략에 부화수동(附和隨動)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고인에 대한 추모의 정을 표출하는 가톨릭 신자들의 모습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야 될까요? 그것은 후회, 회한 그리고 아쉬움의 감정이 뒤섞여진 것이지만, 이 나라에 참된 권위를 갖고 국민들을 아우르는 진정한 의미의 지도자를 잃어버렸다는 아쉬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 추기경께서 "자유주의자"라는 표현을 쓴 것이 제 눈에 확 들어옵니다.
답글삭제민우 씨가 뜻깊은 추모의 시간을 가지셨네요.
시의적절한 글을 올려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가톨릭 교구별로는 심하게는 정치 문제로 공동체가 분열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가톨릭이 훨씬 익숙한 분위기라 이런 저런 경험들이 생각납니다.
답글삭제민우님이 마음을 잘 추스렸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