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에 그 유지를 받들어서 친노 진영은 진보 연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진보도 연구하면 좋죠. 그렇지만, 진보라고 하면 저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먼저 머리에 떠오릅니다. 또한, 참여정부의 정치적 지향은 중도였다는 것이 제 소견입니다. 진보 연구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기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은 2007년 12월 27일에 작성한 글입니다.)
최근 어떤 글에서 현재 우리 정치에서 “좌파”라는 용어는 폭압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주장을 읽은 적이 있는데 공감이 간다.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했던 경북대 이정우 교수는 시사인에 기고한 글에서 좌파를 이타적인 것으로, 우파를 이기적인 것으로 대별시켰는데, 이것은 아마도 좌파는 사회적 평등을 보다 우선시하고 우파는 자본주의 질서에 입각한 개인 이익을 상대적으로 중시하는 점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2005년 어느 더운 여름날, 열린정책연구소에서 집담회를 한다고 참석을 요청해서 갔다.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에 관한 비공식 회의였다. 창당된 지 1년 반이 지난 시점에 당의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는 자체가 별로라고 나는 생각했다. 당의 정체성은 당을 만들기 전에 이미 결정되었어야 한다는 독백을 머릿속에서 뇌까리면서 다른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는데, 더위를 싹 가시게 하는, 나를 깜짝 놀라게 한 용어가 튀어나온 것이다. 그것이 바로 “좌파”라는 말이다.
그 당시 열린우리당은 재보선 등에서 연전연패하면서 도대체 열린우리당의 주요 고객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것을 정체성 연구라는 형태로 당 정책연구소에 맡긴 것이었다. 그 참석자는 열린우리당이 좌파 정당이라고 설명했다. 나는 한 마디로 그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좌파 정당이라면 참여정부가 좌파 정부가 되어야 하는데 지구 상에 그런 좌파 정부는 없다. 좌우의 이분법으로 묻는다면 오른쪽이라고 답할 수밖에 없고, 좌중우의 삼분법을 원용하면 중도라고 구분할 수는 있어도 좌파로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선거에 이기기 위한 당 정체성 모색이라면 왼쪽으로 움직일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오른쪽으로 약간 움직여야 되는 시점이었다. 왜냐하면, 열린우리당의 오른쪽에 한나라당이 자리 매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열린우리당이 왼쪽으로 제법 많이 움직이면, 한나라당이 왼쪽으로 조금만 움직여도 중도 유권자층을 더 많이 흡수하게 되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현상적으로나 선거전략 측면에서나 열린우리당은 좌파도 아니고 좌파로 가서도 안된다는 것이 나의 입장이었다. 나는 그 회의에서 고민할 것 없다고 단정적으로 얘기했다. 열린우리당은 중도정당이라고. 그렇게 얘기하면 된다고.
이정우 교수는 참여정부를 중도우파 정도로 평가했다. 중도우파를 좌파로 자리매김했으니 한나라당은 극우라고 실토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참여정부가 주요 언론의 조작에 의해서, 그리고 한나라당의 공격에 의해서 좌파로 몰리는 폭압을 당했으니 이 교수가 울분을 터뜨릴 만도 하다. 우리나라가 분단국가라는 구조적 요인을 악용한 사례로서 주요 언론/한나라당의 “좌파” 공세는 역사상에 남을 것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