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Notice) | 방 명 록 (GuestBoard)

2009년 8월 17일 월요일

[자유]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1)

1. 고등학생 은실 씨의 연락

지난주에 제가 모르는 고등학생 은실 씨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은실 씨가 평소 궁금하게 여겼던 것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 것입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사회주의(Socialism)과 공산주의(Communism)의 차이' 입니다."

제 노동력을 제공하는 대가로 은실 씨가 점심값을 내라고 요구했습니다. 서울대 이준구 교수님의 지론인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를 인용했죠. ^^ 은실 씨는 제 블로그에 가입하는 점심값을 선급으로 냈습니다. ㅋ 점심값을 냈으므로 점심을 드실 권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글로 그 점심상을 차립니다. 은실 씨, 맛있게 드시기 바랍니다. 체하시지 않도록 기름지거나 느끼한 반찬은 가능한 한 뺐습니다. ^^

2. 조선일보 토론장에서

은실 씨의 질문이 있었던 즈음, 제 글 "왜 보수와 진보로 싸우는가?"를 조선일보 인터넷 토론장에 올려봤습니다. 어떤 의견이 올라오는지 궁금해서 올렸는데, 추천 수 찬반은 거의 대등하게 나오더군요. 적극적으로 의견을 올린 누리꾼은 딱 두 명 있었습니다. 누리꾼 의견에서 재미있는 표현을 발견했습니다. 진보는 친북의 가면을 쓴 것이라는 표현이었습니다. 음... 심각합니다. 진보 전체가 친북이라니... 빨갱이나 좌빨이라는 더 심한 표현을 쓰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우리나라가 휴전 중인 분단국가라서 어떤 사람이나 단체를 "친북"으로 자리매김할 때 조심해야 합니다. 친북이 아닌데, 친북으로 지칭하면 권위주의적 언어폭력이 됩니다. 진보 전체가 빨갱이, 좌빨, 혹은 친북이 아닌 것은 자명하므로, 그 누리꾼은 권위주의적 언어폭력을 행사했다고 봐도 괜찮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에서 공산주의 혹은 사회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에는 조심해야 합니다. 그 용어를 함부로 사용하면 인권 침해 사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산주의자가 아닌데 공산주의자로 몰리면, 과거 독재나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는 모처에 끌려가서 심한 고문을 억울하게 당하기도 했죠.

3. 사회주의국가 북한

북한이 공산주의 나라이지요. 상식적으로 우리는 북한이 공산주의를 채택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 헌법의 정식 명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 헌법"입니다. 우리 헌법 제1조는 아시죠? 북한 헌법 제1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1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전체 조선인민의 리익을 대표하는 자주적인 사회주의국가이다."

북한 헌법 서문에도 공산주의라는 표현은 나오지 않습니다. 제1조에는 아예 북한이 사회주의국가라고 대못을 박아놓았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인지, 공산주의 국가인지 헷갈릴 수가 있겠죠. 이 헷갈림을 해결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같은 것이다. => 상식과 북한 헌법상의 용어 차이를 깨끗하게 해결합니다.
(2)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완전" 다르다. => 상식이 잘못된 것으로 보는 시각입니다.
(3)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같은 면도 있고, 다른 면도 있다. => 뭔가 있어 보이는^^ 의견 같습니다.

은실 씨가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보면 이 세 의견이 모두 부분적으로 일리가 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더 헷갈릴 수 있겠습니다. 제가 제시하는 답은 뭔가 있어 보이는 3번입니다. ㅋ

4. 공산주의는 정치체제 이야기도 포함하는가?

인터넷에 보면 다음과 같은 설명을 만날 수 있습니다.

"One point that is frequently raised to distinguish socialism from communism is that socialism generally refers to an economic system, while communism generally refers to both an economic and a political system."
http://www.wisegeek.com/what-is-the-difference-between-socialism-and-communism.htm

사회주의는 일반적으로 경제체제에 관한 것이지만, 공산주의는 경제에도 걸치고, 정치에도 걸친다는 주장입니다. 일리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왜냐하면, 공산주의의 대명사 칼 마르크스는 창출된 부를 어떻게 배분하느냐에 대해서도 주장을 했거든요. 이 "배분" 문제가 전형적인 정치 쟁점이므로 공산주의를 정치체제와 관련 있는 것으로 갖다 붙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But(제 말은 끝까지 들어보시는 것이 좋아요.^^) 우리가 흔히 정치체제라고 하면, 배분을 똑같이 한다는 공산주의식 교통정리만 있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지요. 그래서 저는 위와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저로서는 공산주의는 간단하게 경제이념입니다. 사회주의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이런 오해가 생겼느냐면, 공산주의를 실천에 옮긴 사례에서 정치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련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이론을 러시아에서 현실화시킨 정치인이 레닌입니다. 레닌이 권력 승계자로 변변찮게 여겼던 스탈린도 있습니다. 두 정치인은 공산주의라는 이상을 러시아에서 어떻게 펼칠 것인지 고민했는데, 결국 정치를 건드리지 않고서는, 즉 권력을 잡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죠. 그래서 정치적으로는 전체주의(Totalitarianism, 권위주의의 "심각한" 한 형태)가 소련에서 등장한 것입니다. 이 현상을 뭉뚱그려서 공산주의가 정치체제 이야기도 하는 것으로 후대에 해석한 것이 위의 인용입니다. 일종의 도매금으로 넘기기 초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혹자는 경제이념 공산주의는 communism(소문자 c), 소련에서 나타난 정치체제 혼합형 공산주의를 Communism(대문자 C)으로 구분하기도 했죠. 저는 그렇게 보지 않고, 소련의 경제이념은 공산주의/사회주의, 정치체제는 전체주의였다고 평가합니다.

5. 수험서의 오해?

은실 씨 편지에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과정의 제법 유명한 수험서에는 아주 간단하게 이를 '같은 것인데 전자(사회주의? 공산주의?)는 정치적, 후자는 경제적 측면에서 바라본 것' 이라는 식으로 설명을 해 놓고 있습니다."

은실 씨 요약이 맞았다면, 그 수험서의 설명은 어떻게 해석해도 틀렸습니다. 설사 전자가 공산주의가 되더라도 틀렸습니다. 문장 자체가 이상하죠? 같은 것이면 같은 것이지, 하나는 정치적, 다른 하나는 경제적이라고요? 그럼 다른 것이지, 어떻게 같은 것이 될까요? 보충 설명도 없는 데 말입니다. 기가 찹니다.

제 생각에는 앞에서 설명한 공산주의의 정치적 모습에 대한 설명을 어디서 대충 읽고 수험서 저자가 얼렁뚱땅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공산주의에는 정치적 요소도 들어 있다는 식으로 설명했으면 그래도 봐줄 만합니다.

(내일 계속 하겠습니다. 은실 씨, 과식하면 탈 납니다. ^^ 제 설명 중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질문하시기 바랍니다. 정보 교환에 있어서 침묵은 금이 아닙니다.)

댓글 6개:

  1. 저는 공산주의의 특징을 atheism에서 찾습니다.
    사회주의에서는 종교에 대한 특별한 제약을 정의한 적이 없었지만 소련 후의 공산주의는 종교에 대해서 무신론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하더라구요.

    즉, 일반적으로 자유 민주주의가 중요시하게 여기는 pluralism이 있다면 공산주의는 그 어떤 종교도 다양한 이념의 공존도 허용하지 않는다는데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인 특징을 표현적으로 atheism에서 볼수있지 않나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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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제가 이공과라 보니 제 상식은 요 정도입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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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사회주의가 특별한 제약이 없었다는 것은 수정하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 표현이 너무 극단적이라..

    사회주의는 세속론 이라고 생각(이것도 특별한 제약이라고 생각하므로)합니다. 공산주의는 무신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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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공산주의도 여러 모습이 있죠. 그런데 공산주의 원형이라고 하면, 마르크스의 공산주의가 정설일 겁니다. 내일 말씀 드리겠지만, 마르크스가 말한 바로는 소련의 공산주의도 사회주의로 봐야 될 것입니다. 사회주의나 공산주의가 경제이념 혹은 이론이므로 경제 그 자체에서 차이점이나 같은 속성을 집어내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해요.

    마르크스가 종교를 싫어한 것은 맞지만, 흔히 평가하듯이 종교를 주적으로 간주할 정도로 혐오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마르크스의 종교와 소외에 대한 견해를 해설한 글이 있네요.
    http://www.mukto-mona.com/Articles/himel_shagor/Religion_Marx.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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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안박사가 조선일보에 올린 글에 찬반이 반씩 나왔다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조중동 가끔 가보면 자기네들 구미에 맞지 않는 글의 경우 찬반이 대략 1:9 정도의 비율인 것 같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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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혹시 그쪽이 쪼개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요? 권위주의만 있는 것은 아닐 테니까요... 희망사항이기도 하지만, 의제 설정만 제대로 하면 권위주의를 빼내는 쪼개기가 가능하다고 저는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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