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준구 교수님 게시판, 2008/07/26)
노르웨이의 대표적 작곡가 그리그(Edvard Grieg, 1843-1907)의 대표작은 피아노 협주곡과 "페르 긴트(Peer Gynt)" 모음곡입니다. 각각 네 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1번과 2번 모음곡은 입센의 동명 희곡을 입센의 요청에 의해서 음악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이야기가 있는 음악이죠.
방탕한 아버지의 기질을 물려받았는지 페르 긴트는 집안을 다시 세워달라는 어머니 오제의 희망과는 전혀 다른 행동들을 보여줍니다. 애인 솔베이그가 있었어도, 다른 사람과 결혼하려는 잉그리드를 납치해서 산속으로 들어가죠. 잉글리드도 버리고, 또 다른 여자를 만나게 되는데 마왕의 딸이었습니다. 마왕이 둘을 결혼시키려 하자, 간신히 마왕의 소굴에서 빠져나와서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때 어머니 오제가 돌아가시죠.
정신을 차린 페르 긴트는 돈을 벌어보고자 외국으로 떠납니다. 부자가 되어 모로코에 도착한 그는 사기를 당하여 빈털터리가 됩니다. 그러자 예언자 행세를 해서 단숨에 거부가 되어 아라비아로 들어갑니다. 베두윈 추장의 딸 아니트라가 페르 긴트를 유혹하고 그는 다시 전 재산을 날립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금광을 개발하여 큰돈을 다시 모으고, 늙어서 드디어 제대로 정신 차리고 고국산천으로 돌아옵니다. 노르웨이에 도착하기 직전 전 재산을 가득 싫은 배가 난파되고, 결국 페르 긴트는 무일푼으로 솔베이그 곁으로 돌아와서 쓸쓸하게 생을 마친다는 이야기입니다.
모음곡 1번 1악장은 "아침 기분"입니다. 풀룻과 오보에의 잔잔한 선율로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죠. 페르 긴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가 시작되기 전의 폭풍 전 고요라고나 할까요.
Grieg 'Peer Gynt' Suite No. 1, Op. 46 - 'Morning'
1번 2악장은 어머니 오제의 죽음을 묘사했습니다. 3악장은 아라비아 추장 딸 아니트라의 춤을 그렸는데, 농염한 아라비아풍 무희가 춤추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Volker Hartung conducts the Nanyang Academy of Fine Arts Orchestra in Edvard Grieg's Peer-Gynt Suite. Live from Lee Foundation Theatre, Singapore.
모음곡 1번 4악장은 마왕의 소굴을 묘사한 것인데, 콘트라베이스와 파곳의 저음 연주가 마왕의 뒤뚱뒤뚱 걷는 모습을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In the hall of the mountain king" from Peer Gynt suite, by Edvard Grieg, performed at the Musikfestspiele Potsdam Sanssouci by the Deutsches Filmorchester Babelsberg under the direction of Scott Lawton.
모음곡 2번 1악장은 "신부의 약탈과 잉그리드의 탄식"이며 2악장은 "아라비안 춤"입니다.
Grieg - Peer Gynt suite2-1 & 2, NHK
모음곡 2번 3악장은 페르 긴트가 배타고 귀향하는 것을 표현했습니다. 폭풍이 몰아쳐서 배가 난파되는 장면이죠. 마지막의 "솔베이그의 노래"가 가장 잘 알려진 선율입니다. 솔베이그의 애절한 사랑과 기다림...
American soprano Barbara Bonney sings Solveig's song from E. Grieg's incidental music to Ibsen's play "PEER GYNT". 2001
그 겨울이 가고
또 봄이 가고
또 봄이 가고
여름도 역시 가면서
해가 바뀌고
또 해가 바뀐다네
아! 그러나 나는 분명히 안다네
내 님이 돌아 올것을
다시 올것을
내님이 다시 돌아 올것을
내님이 다시 돌아 올것을
그래서 내가 약속 한대로
내님은 기다리는 나를 찾아올것이네
내님은 기다리는 나를 찾아올것이네
맞아요, 내가 약속한 대로
내님은 기다리는 나를 찾아올것이네
내님은 기다리는 나를 찾아올것이네
가사 출처: 조수미 영어 버전 솔베이그의 노래 포함
제자*오
답글삭제(2008/07/26 13:00) 예전 하숙집에서 1년 선배랑 같은 방을 쓴 적이 있는데 그 선배는 문화생활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클래식 음반 전질을 사서 듣더군요. 그 덕에 저는 밤마다 좋은 음악을 많이 들었죠. 페르귄트는 제가 자주 듣던 클래식 음악 중 하나였습니다. 특히 솔베이지의 노래는요.
박사님 덕택에 학생회관 음악감상실을 다시 방문하는 느낌이 듭니다. 저도 제 눈에 들어온 음감실 여학생이 있었는데 결국 안면을 트는 것으로만 만족했지요. 그런 면에서 보면 박사님은 제게 대단하신 분입니다.^^
안병길
(2008/07/26 13:13) 핫, 저도 그 때는 안면 트는 정도였죠. 1학년일 때 안면 트고, 4학년 여름방학 때까지는 아무 일도 없었으니 음감실 효과는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미성년
(2008/07/26 23:09) 음악으로 맺어진 인연이라.... 제게도 좀 그런 일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군요 ^^
원래 클래식 문외한이었는데, 잠시 눈에 들어왔던 사람이 이쪽에 좀 관심이 있었습니다. 라흐마니노프를 특히 좋아하더군요. 그래서 저도 그 양반의 피아노 협주곡은 좀 들어 봤었죠. 지금은 사람은 떠나고 CD들만 책상을 지키고 있네요. 산다는 게 그런 거겠죠. 그리그 작품 중에는 이것 말고 피아노 협주곡 a minor가 좋아서 좀 들어본 정도인데 이 페르귄트와는 또 느낌이 다른 것 같더군요.
안병길
(2008/07/27 01:26) CD는 의구한데 사람이 없군요... 새로운 CD들과 사람이 잘 어울리는 시간이 조만간 찾아오기를 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