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7월, 현대자동차 노조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라고 합니다.
제목 : ♡ 4,750원의 행복 ♡ 올린이: 걸상
김동건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11시에 만납시다!’니까 꽤 오래전이었습니다. 그 소녀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생김새의 소녀였습니다. 아마도 성실하게 사는 소녀 가장이라 토크쇼에 초대되어진 모양입니다.
소녀는 병든 할머니와 어린 남동생과 함께 산동네에 산다고 했습니다. 소녀의 아버지는 소녀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고, 그런 얼마 후 어머니가 집을 나가셨다고 합니다. 그 소녀의 이름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소녀는 자신도 남들처럼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했습니다.
김동건씨가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느냐고 그 소녀에게 물었습니다. 소녀는 동생과 함께 어린이 대공원에 가서 아이스크림도 먹고, 평소에 타보고 싶은 바이킹이란 놀이기구도 타고 싶다고 얼굴을 붉히며 말했습니다. 김동건씨의 눈이 붉어지며 그 비용을 자신이 낼 테니 얼마면 되겠냐고 소녀에게 물었습니다.
소녀는 의외의 제안에 조금 생각에 잠기는 듯 했습니다. 소녀는 조심스럽게 4,750원이라며 상세한 사용처를 밝혔습니다. 입장료, 아이스크림, 바이킹요금, 대공원까지의 버스 요금…. 텔레비전을 보며 속으로 십만 원쯤 생각했던 나는 조그맣게 “바보… 바보… 바보” 라고 읊조렸습니다.
지금은 크리스마스도 오월도 연말연시도 아닙니다. 하지만 주변에는 우리가 상상도 못하는 액수로 한 달을 생활하는 소년소녀 가장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백스물 두 가지의 핑계를 대며 그들을 돕는 걸 망설입니다. 아니 한푼을 갖고 큰일날 것 처럼 서로으르렁 댑니다. 나만 잘살면 그만인것 처럼.. 남이사 죽든 말든...
며칠전 TV뉴스에서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애들을 창밖으로 던져 죽이고 자기도 세상을 뜬 어느 가난한 여인이 생각납니다. 그 여인이 애들을 먼저 죽일 때 심정이 어떠했겠습니까? 그래도, 자신이 낳은 죄로 애들이 거지로 고생할까봐 고귀한 생명까지도 거두어 갔습니다. 만약 걔들이 살아있어 우리들 앞에 구걸을 왔을 때 우리는 어떤 행동을 취했을까요?! 마음이 찢어 집니다. 만약 회사가 잘못되어 우리네 연인들이 그런 입장이 되었다면 누가 우리의 여인들을 돌봐 주겠습니까?
우리는 4,750원만 있으면 행복하다는 소녀의 바램을 깊이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 소녀를 생각하며 절약해서 기쁘게 사는 지혜도 배워야 합니다. 심란한 시기에 이런 말 올리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같은 말을 듣고 또 말할 수 있는 대한민국 사람들입니다. 서로의 입장을 헤아려 좋은 결실로써 주어진 휴가를 멋있게 갔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출처: http://www.nanumedu.org/data/geditor/0805/3661064578_5d09187a_BBE7B0FA.JPG
아 선생님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답글삭제아이들이 슬프지 않는 세상, 낙원에서만 가능할런지요.
Hyun 씨 감성을 건드렸나요? 나도 이 글을 볼 때마다 가슴이 찡해요. 잘 지내죠?
답글삭제박사님, 참 가슴이 아픈 글입니다.
답글삭제하지만, 그런 불쌍한 아이들이 처한 현실이 개선될 여지가 점점 더 보이지 않는 절망감에, 더욱 가슴아파집니다.
영환씨, 어서 오세요. 안타깝지만 현실이 그렇게 녹녹하지는 않네요. 장기적으로 보고 희망을 갖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