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Notice) | 방 명 록 (GuestBoard)

2009년 8월 8일 토요일

[자유] 약자는 강자를 어떻게 이길 수 있나요? (4)

주말이군요. 사람이 머리가 별로 좋지 않으면 고생한다는 말이 있는데, 제가 이번에 그 말에 맞아떨어지는 글 적기를 했습니다. 어제 올린 이 시리즈 세 번째 글을 작성할 때는 캘리포니아 시간으로 목요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제 블로그는 캘리포니아 시간 기준이 아니고, 우리나라 시간 기준이거든요. ^^ 그래서 금요일 새벽에 글이 올라간 것입니다. 하루 지났으니 오늘은 토요일이죠. ㅜ.ㅜ 주말에는 가벼운 말씀을 드리려고 했는데...

머리 굴리기를 했습니다. 어떻게 교묘하게 빠져나갈 길이 없을까... ㅎㅎㅎ 있었습니다. 어제 글 끝에 "가정" 이야기를 했죠. ㅋ 주말이니까, 가볍게 가정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이렇게 빠져나옵니다. 제가 영악하다고요? 에이, 너무 그렇게 빡빡하게 하시면, 돌아가신 아버님께서 자주 하신, "너무 깨끗한 물에는 물고기가 많이 살지 않는다!"라는 말씀으로 다시 슬쩍 비켜나겠습니다. ^^

소재는 가벼운 가정이지만, 주제는 그렇게 가볍지는 않습니다. 저는 가족은 공동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큰 사회집단에 공동체라는 말을 적용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시는 분들이 제법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사람이 많이 모이면 이해관계가 서로 부딪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룻쏘의 공동체 같은 개념이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견해죠. 그런데 가족은 일단 혈연으로 끈끈하게 연결된 가까운 사이이고, 좁게 잡으면, 아빠, 엄마, 형제자매로 단출하여서, 모든 구성원이 공동으로 바라는 무엇을 그려낼 수도 있겠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 가족마저 가끔 공동체가 아니고 이익집단의 속성을 드러낼 때가 있습니다. 예컨대, 돈 문제가 걸리면 그렇습니다. 어떤 가족 결정을 해서 어떤 구성원은 힘들어지는데, 다른 가족은 편해질 때도 공동체로 똘똘 뭉치는 것이 아니고, 다투거나 시기질투할 수 있죠. 가장 작은 사회집단인 가족이 이런데, 큰 정당이 무슨 "공동체"라고, 우리 도덕/윤리 교과서 내용과 비슷한 정치적 구호를 외치면, 저로서는 우습다고 여길 수밖에 없습니다. 관심 있는 분은 주요 정당의 정강이나 강령을 훑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런 정당들이 있습니다.

가장 간단한 가족 구성부터 살펴볼까요? 남편과 아내가 있습니다. 남편은 권위주의자이고, 아내는 자유주의자라고 합시다. 어떤 모습이 떠오르나요? 집에서 아내는 집안일을 열심히 하고, 남편은 폼 잡는 모습이 저는 떠오릅니다.

겉으로 별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죠. 특히, 남편이 돈을 엄청 잘 벌면, 자유주의자 아내의 마음은 불편해도, 생활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입니다. 마음! 이것, 참 아리송한 것입니다. 불가에서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하여서, 남편이 무슨 말을 하든, 어떻게 행동하든, 아내가 마음 속에서 남편은 자유주의자!라고 생각하면 모두 해결된다고도 볼 수 있겠죠. 그러나 그런 해탈 경지에 이른 자유주의자는 별로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이기적 개인주의자이니까요.

이 사례가 전형적인 약자 자유주의자와 강자 권위주의자가 만난 모습입니다. 여자가 약자인 것은 우리 헌법에 나오므로 별 이의가 없을 것 같은데... ㅎㅎㅎ 이 글을 읽는 어떤 남편분은 즉각 반론을 제기하시는군요. 내 아내는 그렇지 않다! 내 아내가 얼마나 힘도 세고, 말도 잘하는지 모르시는군요. 기타 등등 이유를 대면서 저를 비판하십니다. ㅜ.ㅜ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런 예는 제외하겠습니다. ^^ 일반적으로 여자가 약자라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남편은 강자 권위주의자입니다. 자유주의자는 권위주의자를 싫어합니다. 개념 정의상 그렇지 않습니까? 따라서 합리적 자유주의자는 그런 불편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머리 굴리기를 일단 해야 합니다.

여러 다양한 상황이 가능한데, 권위주의자에게 "너, 권위주의자!"라고 대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공적인 관계에서는 괜찮은 작전이지만, 사적 관계에서는 부작용이 심하게 생길 수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제대로 된 전략입니다. 맞대응 전략(Tit-for-Tat Strategy)이라고 있습니다. 제 책 제7장에서 제법 자세하게 소개하는 전략인데,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잘해주고, 그다음부터는 남편이 잘해주면 잘해주고, 잘해주지 않으면 잘해주지 않는 것입니다. ㅋㅋㅋ 남편이 계속 잘해주지 않다, 잘해주면 다시 잘해주는 것도 포함합니다.

맞대응 전략의 탁월한 효능은 이미 연구, 분석되어서 학계 정설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미시간 대학(늑대 Wolverine 학교!)의 액셀로드(Axelrod) 교수님이 잘 설명해주셨습니다. 간단하고, 나이스하고, 적절히 응징하고, 관용도 보여주는, 전략적으로 안정적인 좋은 방안이라는 것이죠. 무엇을 위하여? 이기주의자 사이에 상호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훌륭한 전략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이 전략을 인터넷 생활에서 항상 사용합니다. 인터넷에 이기주의자들이 득실거리죠. ^^ 제가 편하려고, 제 행복 추구를 위해서 그 전략을 활용합니다. 액셀로드 교수님이 틀렸다는 것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저는 부부 사이에 분업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에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내가 전업 주부라면, 대부분 가사일을 맡는 것이 적절하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해서 남편이 마초 행세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남편이 자발적으로 요리, 설거지, 청소 등을 거들면 좋죠. 또한, 아이가 있으면, 아내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육아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맞벌이에 아이가 없는 자유주의자 아내와 권위주의자 남편을 생각해보시죠. 이런 때 자유주의자 아내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맞대응 전략을 적용할 수 있을까요? 이론을 현실에 곧바로 적용하면 부작용이 날 수 있습니다. "당신이 배신 전략을 썼으므로, 나는 응징에 들어간다! 각오해라!" 부부 사이에 이런 대화가 오가면... 부부 싸움이 납니다. 서로 불편해집니다.

응용의 미학을 발휘해야 합니다. 남편이 청소로 깨끗해진 공부방을 무척 좋아하면, 별말 없이 청소를 슬쩍 건너뛰는 겁니다. ㅋ 아니면, 남편이 쇠고기를 무척 좋아하는데, 장을 볼 때 닭고기 위주로 장을 보는 것이죠. 적절한 설명도 해줘야 합니다. "닭고기가 쇠고기보다 몸에 덜 해롭다고 하죠?" 기타 등등... 싸우지 말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져서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심할 때는 절절한 심정을 담은 편지를 보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아야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협력해오지 않으면... 알아서들 하시기 바랍니다. ㅜ.ㅜ

제가 각 맞벌이 남편과 아내가 어떤 선호를 가졌는지, 구체적인 타입은 무엇인지, 문제가 되는 쟁점이 무엇인지, 일일이 따져서 전략을 보여 드리지는 못하니 독자께서 양해하시기 바랍니다. 원리는 나름대로 설명했으니, 각자 머리를 잘 굴리시면 되겠습니다. ^^ 제 머리를 빌리고 싶으신 분은 연락해주세요. 공짜 점심은 없으니,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시기로 합의하시면 빌려 드립니다. 그런데 큰 기대는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제 머리 성능이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닙니다. ㅋ

머리 굴리기에 더해서 남의 힘을 빌려올 수 있으면 빌려오는 것이 좋습니다. 아내와 남편이 외딴섬에 사는 것은 아닐 테니 연결된 분들이 반드시 있죠. 대표적인 예가 아내의 부모, 남편의 부모가 계십니다. 그런 분 중에 자유주의자가 있으면, 당근 연합 전선을 펴서 권위주의자에게 세력을 과시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만약, 모두 권위주의자이거나, 귀차니스트이거나, 점자니스트라면, 그분들 중 가장 자유주의에 가깝거나 아내의 뜻에 동감해줄 수 있는 분부터 자유주의 진영으로 모셔야 합니다.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힘을 모으는 연합에서 눈사람 만들기를 참조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처음에는 작게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크게 만드는 것이죠. 꼬마 눈사람 노래를 들으시거나, 제가 올려 드리는 "똥퍼 내줘(표현 죄송! Tombe la Neige, 똥버 라 네줘, 내리네 눈이)"를 보고 들으시면서 편안한 주말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

Tombe la neige - SALVATORE ADAMO

사진 출처: http://cfs7.tistory.com/image/29/tistory/2008/08/14/11/36/48a39a22d52d7

댓글 6개:

  1. 저는 수험공부에서 경제학을 처음 접한 케이스에요.

    맞대응 전략을 처음 공부했을 때의 제 느낌은...
    음.. 경제학 몰랐는데도 그렇게 하고 살았는데...
    다들 그렇게 하고 살지 않나?? 였거든요?
    근데 여기와서 알게된 애들에게 물으니 경제학을 배우고 맞대응을 깨달았다하더라구요..


    제가 못됐다는 거겠죠???? ㅠ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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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럴 때는 "지혜롭다"라는 표현을 쓴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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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정말로 "똥퍼 내줘"로 들리네요.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하는 순간 웃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우리 집에서 자유주의자들이 연합해 내 독재에 맞선다?
    그거 우리 가족에게는 가르쳐 주기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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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이고, 선생님, 자유주의자 독재라는 개념은 모순어법입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사모님을 자유민주 성냥불 구단 이사장으로 모시는 것은 어떨까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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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한순구 교수님 저서인 『경제학 비타민』에 아마...여자는 타고난 경제학자다....라는 얘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만;;ㅋㅋㅋ
    역시 와사비 누나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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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사람마다 조금 다르지 않을까요? ^^
    저희 어머님은 말하신 "경제학자" 스타일과 전혀 거리가 먼, 아낌없이 주시는 나무 스타일이시거든요. 물론 상대에 따라서 그 정도는 차이가 있지만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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