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Notice) | 방 명 록 (GuestBoard)

2009년 8월 7일 금요일

[자유] 약자는 강자를 어떻게 이길 수 있나요? (3)

권위주의자와 자유주의자가 맞짱 토론을 하면 누가 이길까요? 권위주의자가 이길 가능성이 큽니다. 왜 그럴까요? 권위주의자는 스스로 권위가 있는 것으로 착각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아는 지식이 절대적 진리에 가깝다고 믿는 속성이 있습니다. 반면에 자유주의자는 지적 상대주의를 바탕에 깔고 있어서 상대방이 옳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죠. 권위주의자는 자신이 믿는 바를 계속 주장하고, 자유주의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지칩니다. 자유주의자의 최후 방어선은, 상대방도 옳을 수 있고, 자신도 옳을 수 있다는 정도가 될 것입니다.

어떤 사회에서 자유주의자가 혼자서 고군분투하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면, 맞짱 토론과 같은 상황이 됩니다. 심지어 독불장군이라는 공격을 받을 수 있죠. 사실은 권위주의자가 독불장군인데, 거꾸로 누명을 쓸 수도 있습니다. 권위주의자들의 집단 공격으로 왕따가 되는 현상이죠. 자유주의자들은 서로 도울 필요가 있습니다. 분열되면 좋은 먹잇감이 됩니다. 조심해야 합니다. 약자일 때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권위주의자가 얼마나 골치 아픈 존재냐면,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끝장 토론을 관찰하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제가 가입한 한 인터넷 동호회에 매우 특이한 토론자가 있습니다. 제삼자로서 관찰해보면, 거의 일방적으로 반대편 의견이 우세한데, 끝까지 자신이 맞다고 주장합니다. 그것이 가능합니다. 의제설정을 통해서 가능합니다. A라는 토론 범위가 있다고 하죠. 제법 긴 시간 의견교환을 하여 중지가 모였다고 합시다. 그러면 그 토론자는 A'라는 쟁점으로 옮깁니다. 그런 의제 전환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하고 말려들면, 토론이 끝나지 않고 계속 진행됩니다. 여러 낮밤이 지나도 계속 할 수 있죠. ^^ 인간사나 인간관계에 연결된 변수가 매우 많아서 얼마든지 가능한 정치적 조작입니다.

이럴 때 민주주의 친구가 도울 수 있습니다. 의견교환이 어느 정도 이뤄진 다음, 1+1=2와 같은 정답을 찾을 수 없으므로 투표하자!라고 주장하는 것이죠. 자유민주주의 해법입니다. 그런데 권위주의자에게는 이것도 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재미있죠? 권위주의자는 자신이 권위라고 착각하기 때문에, 자신을 제외한 모든 토론자가 반대의견을 내놓아도, 자신이 옳다고 주장할 수 있죠. 이런 사람이 권력을 잡으면 독재자가 됩니다.

자유주의에서는 독재자가 될 가능성이 짙은 사람의 존재도 인정합니다. 생각은 자유이기 때문입니다. 생각 자유는 절대적이죠. 사람 머리 속에서 벌어지는 것은 자유주의에서는 건드리지 않습니다. 권위주의에서는 건드립니다. 북한의 주체사상이 그런 것이고, 지난 시절 우리의 국민교육헌장도 비슷한 속성을 갖고 있죠.

생각 자유는 절대적이지만, 표현의 자유는 상대적입니다. 헌법에서도 이 점을 명확하게 적어놓았습니다. 적극적으로 말할 자유와 소극적으로 듣지 않을 자유가 부딪힐 수 있어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유주의는 표현 자유를 최대한 허용하기 때문에, 그 제한은 매우 조심스럽게 해야 합니다.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주의로 제한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앞의 막무가내 토론자의 예를 대입해봅시다. 충분한 의견교환을 한 다음, 토론 주제에 대한 결론에 대부분 토론자가 동의한다면, 그것을 다수의견으로 발표하고 토론을 끝내야 합니다. 그 막무가내 토론자의 주장은 소수의견으로 남는 것이죠. 만약 막무가내 토론자가 의제 전환을 통해서 토론을 계속 끌고 가려고 하면 상대를 해주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점잖게 한마디만 하면 되죠.
"당신의 의견을 소수의견으로 존중합니다. 절대적으로 틀렸다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적으로 우리 의견이 더 적절한 것이 이번 토론의 결론입니다."

이렇게 민주적으로 잘 봉합하려면, 권위주의자보다 자유주의자 숫자가 더 많아야 합니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지배를 뜻하니까요. 여기서도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나죠. 그런데 자유주의자들은 자유분방하기 때문에 서로 의견이 어긋날 때가 잦습니다. 이때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 사회 전체가 자유주의로 흘러 넘치면 갑론을박하면서 난형난제하는 재미를 만끽하면 됩니다. 그러나 권위주의자가 여기저기서 출몰하는 상황이면, 자유주의자들은 일단 그 재미를 접어두고 전열을 정비해야 합니다. 힘을 합치지 않으면 권위주의자들의 폭압에 심하게 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적으로 누가 더 자유주의적인가를 잘 따져야 합니다.

이 글 시리즈 2편에서 두 교수님에게 감히 당부한 말씀이 바로 그것입니다. 권위주의라는 적 앞에서 분열되면 곤란하다는 것이죠. 특히, 그 분열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견해차면 더 그렇습니다.

내일은 어떻게 머리를 굴려서, 자유주의 세력을 확장할 것인지에 대한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정치뿐만 아니라 가정이나 직장에서도 이 문제의식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권위주의자들이 다수인 가정이나 직장에서 자유주의자가 어떻게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한지 생각해볼 만합니다. 자유주의자 여러분, 힘내십시오. 서로 격려해서 엔돌핀이 돌도록 노력합시다.

그림 출처: http://images.chron.com/blogs/nickanderson/archives/and0820blog.jpg
권위주의 정부를 풍자했습니다.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내용이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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