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Alumni Board, GSIS, SNU, (2003/02/25)
오늘 대통령 취임사를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지난 한 달 동안 나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정치개혁연구실에서 상근 자문위원으로 일했다. 일을 시작하고 나서 보름 정도는 대부분 하루에 잠을 4시간 정도밖에 자지 않고 정치개혁에 대해서 고민하고, 토론하고, 글쓰기도 했다. 재미있었다. 서울대에 재직할 때 학교행정 일을 했던 것과는 달리, 잠이 모자랐어도 피곤함을 별로 느끼지 못하고 일할 수 있었다. 설 연휴 중 휴식한 날은 설 하루밖에 없었지만 더 쉬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다행히도 박사학위를 받은 로체스터 대학교에서 수강했던 강의들이 정치제도와 관련된 것들이 많아서 톡톡히 덕을 봤다. 내 의견이 받아들여진 것도 있고, 당연히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 나 자신이 여러 학자와 함께 일하면서 많이 배웠고, 그런 소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개혁연구실의 활동이 마감될 즈음에 같이 일했던 이들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다.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이번에도 정치개혁이 어느 정도 되지 않으면 정말 억울하겠죠?"
연구실에서 중요한 역할이 아닌 조그만 역할을 했던 나로서도 정치개혁이 일어나는 것을 꼭 보고 싶다. 그렇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억울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대통령 취임사를 들으면서 정치개혁을 꼭 해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결의에 찬 음성을 들으면서, 미력이나마 내가 인수위에 협조한 것이 아직은 보람찬 것이라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던 것일까?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대통령은 정치개혁의 주도권을 잡고, 과거와 같이 기득권을 가진 정치인들과 야합하지 않고, 국민이 원하는 정치개혁을 초지일관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나는 다시 눈물을 흘릴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떠나 오면서 주위 분들에게 "조만간 한국에서 다시 뵙겠습니다."라고 감히 말씀드렸다. 여러분에게도 똑같은 얘기를 하고 싶다.
"가까운 시일 내에 우리 다시 만나서 얘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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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중에도 나를 만나기 위해서 압구정동 포장마차와 선릉역 옆 커피빈에 나온 옛 제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옛 생각을 나누면서 같이 자리를 했던 직원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피차의 여러 사정으로 이번에 만나지 못한 여러분은 다음에 꼭 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사진 출처: http://ojsfile.ohmynews.com/down/images/1/staright_100532_1%5B1%5D.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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