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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29일 토요일

[여행기] 뉴욕시, 코네티컷주 하트포트, 예일 대학교, 프린스턴 대학교


사진: 서울대 이준구 교수님께서 작년에 직접 촬영하신 자유의 여신상 뒷모습입니다.

제가 미국 유학길에 오른 해는 1987년입니다.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 내려서 그 당시 만 한 살이던 아들의 목마름 내지는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서 Milk를 시켰더니 맥주가 나왔던 에피소드가 발생한 해입니다. 아마도 제 영어 발음이 별로라서 Milk를 Beer로 들었던지, 아니면 근처의 Milwakee(밀워키 맥주가 있음)로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상처받은 영어 실력을 다시 테스트해보기 위해서 박사과정 학교가 있던 로체스터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옆 좌석에 앉은 백인에게, "Which one is correct, 로체스터 or 라체스트?"라고 물었는데, 그 백인 왈, "What's the difference?"라고 대답해서 다시 한번 자존심이 상했던 에피소드가 있었던 해입니다.

가을 학기가 끝나자 과감하게 뉴욕시 일원을 돌아보는 여행에 도전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즈음의 눈길을 헤치고 학교 동아리 선배가 학생으로 계셨던 프린스턴을 목적지로 길을 떠났습니다. 그 여행에서 보았던 도시들이 뉴욕시, 코네티컷주 하트포트, 예일대학교가 있는 뉴헤이븐, 뉴저지주 프린스턴입니다. 저는 뉴욕주에 4년을 살았지만, 뉴욕시는 한 번밖에 가보지 못했습니다. 별로 가고 싶지 않은 도시라는 인상이 너무 깊이 박혀 있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겨울에 뉴욕시를 방문하면 눈이 녹은 길들이 너무 지저분해 보입니다. 따라서 록펠러 빌딩 앞의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도 그 지저분한 길들에 가려서 별로 빛을 발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관광용 마차를 끄는 말들의 배설물들이 간간이 보이는 뉴욕시의 겨울 거리는 별로 유쾌한 기억이 되지 못했습니다. 자유의 여신상도 보지 못했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도 올라가 보지 못했답니다.

겨울에 동부를 여행하면 우중충한 도시 색과 함께 분위기가 착 가라앉은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저는 아마도 그것이 싫었던 것 같습니다. 서울에 눈이 온 다음 날씨가 흐려 있는데, 눈이 녹을 즈음의 거리 풍경을 상상하시면 거의 맞습니다. 그런데 프린스턴 대학교 교정은 겨울임에도 그 아기자기한 멋이 두드러졌던 기억이 납니다. 학교가 작은 편도 아닌데도 특색있는 건물들이 잘 배치되어서 예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학교를 구경시켜주신 선배 내외의 친절도 한몫했을 것입니다.

코네티컷주 하트포트는 아내의 친구가 공부하고 있어서 그 하숙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졌습니다. 전통 뉴잉글랜드 풍의 일반 가정집이었는데 침대도 고색 찬란하고 실내 온도도 적당히 낮았습니다.^^ 근처의 공원에서 떼를 지어서 날고 있던 갈매기들이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예일 대학교 건물은 대부분 고딕식 건축양식입니다. 어떻게 보면 프린스턴 대학교 건물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지만 예일 고유의 특색이 있습니다. 프린스턴 대학교는  그 경계가 외부와 구분되지만, 예일은 도시 속에 뒤섞여 있어서 더욱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피자집이 학교 건물 사이에 있는 것을 보고 신기하게 생각했습니다. 예일 대학교가 있는 도시인 뉴헤이븐은 정치학적으로 유명한 연구대상이 된 사례도 있습니다. 흑인지역과 백인지역이 나뉘어 있어서 정치학적으로 비교 대상이 된 경우입니다. 예일 대학교 분위기는 영국의 옥스포드와 비슷합니다.

미국에 온 지 반년 만에 운전도 잘하지 못하는 로체스터 촌놈이 뉴욕시 근처의 고속도로에 밀려 들어오는 차들을 보고 진땀을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기억이 가물가물 하는데 그 여행에서 워싱턴DC도 구경했던 것 같습니다. 워싱턴 DC는 몇 번 갔기 때문에 따로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는 장거리 자동차 여행을 마치고 로체스터로 돌아왔을 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그다음 방학에 또 장거리 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장거리 운전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댓글 6개:

  1. 미국가면 제일 가보고 싶은 곳이 예일대학교에요.
    그 곳에서 공부한 친구가 캠퍼스가 영국식처럼 멋지다는 자랑을 많이해서 왠지모를 환상이 생겼구요, 또 예일대학교 내 미술관에 있는 작품들, 학교내에 있는 작품들을 직접 보고싶은 마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최고의 미대라고 꼽히는 예일대 미대에 대한 환상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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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비아양, 그렇지만 Yale대가 있는 New Haven은 엄청나게 험악한 곳이야.
    갱단이 총 싸움 하는 소리도 가끔 들린다더군.
    난 새가슴이라서 그런 데서는 못 살겠어.

    그러나 미술관이 규모는 꽤 크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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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 예일대 미대가 최고였군요. 제가 미술에는 도통 문외한이라서 처음 들었습니다. 외교학과 신욱희 교수가 예일대 출신입니다. 학생일 때 제가 놀러가서 기숙사 방에 들어가봤습니다. 방이 제법 괜찮았는데 옛날에는 마부가 썼던 방이라고 하더군요.^^ 운이 좋으면 도련님 방을 배정받기도 한다고 해서, 이상한 나라에 온 것으로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건물 분위기가 영국을 연상시키죠.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그런 측면 때문에 New Haven이 정치학 연구대상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아프리칸 어메리칸들이 모여 사는 가난한 지역이 있고, 주위는 잘사는 코케시언 지역이라서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게 구분된다는 연구였습니다. 아무래도 빈민들이 많이 모인 곳에는 치안이 불안하기 마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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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매년 미대 순위 발표가 나면 로드아일랜드미술 대학과 예일대 미대가 번갈아 1위를 하더라구요.
    그런데 두학교의 성향이 다릅니다. 로드아일랜드의 경우 예술학교이구 예일대의 경우 종합대학이라 개인의 선호도나 성향에 따라 더 좋은 학교를 정하는 것이지요.

    좀더 보수적이고 아카데믹하고 제도권내의 기득권층들이 예일출신이 많아 예일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그런점들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저는 서울대다니면서 종합대학의 유익함을 너무 즐겨서 그런지 전문 예술학교보다는 종합대학이 좋더라구요..ㅎㅎ
    그래서 저는 예일대 미대를 최고라고 간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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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로드 아일랜드도 한 미술 하는 모양이네요. ^^
    이 무식을 벗어나려면 비아 씨에게 많이 배워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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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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