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Notice) | 방 명 록 (GuestBoard)

2009년 8월 3일 월요일

저축률, 그리고 과소비

<*방명록에 있는 terraic 님의 글을 보고 적습니다.*>

이틀정도 이 문제를 머릿속에 담아놓고 지내왔는데.. 아무래도 제대로된 결론은 나지 않는것 같습니다. (물론, 정확한 답을 낼 수 있다면, 여기 저기서 이미 큰 돈을 벌 수 있었겠죠.ㅋ)

그래도 가진 것은 두꺼운 철판의 얼굴 뿐인 녀석이라, 한번 집단지성의 힘을 빌고자 포스팅은 해봅니다~ (이거이거.. 블로그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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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raic님의 댓글입니다.
http://www.cbs.co.kr/nocut/show.asp?idx=1219482
요지는 우리나라의 저축률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이유는 사교육(이건 저도 동의)과 과소비(이건 동의하기 힘들어요)다. 과소비는 비싼 집값(이건 상당히 생뚱 맞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집사는 것이 과소비?.. 이건 생활비 인데...)과 명품소비(몇이나 그짓거리 하고 다닌다고..) 고급양주 소비(그야 말로 뒷목잡을 지적) 이다 라는 식으로 국내 언론에는 보도되고있죠...
물론 저축은 미덕이기도 하고 악덕이기도 합니다. 저도 받는 돈에서 생활비 나가는것(먹을것 그런것이죠... 근데 제점심값은 학교 학생 식당 밥값입니다...교수식당안가요 비싸기도 하고 음식도 별로고 그 무거운 분위기는 소화줄량의 원인이고)빼고나면 모조리 집값갚는데 들어갑니다. 국립대교수월급 얼마된다고 1년에 3천만원씩 꼬박꼬박 들이 밀어야 합니다. 집사람 월급도 다 거기들어 가죠.. 그러니 저축비율이 한때는 소득의 2/3에서 지금은 5%아래 입니다. (돈 버는거는 장기 저축에는 소액들어가고 나머지는 3개월안에 뺄수있는 계좌로 가니까..) 과연 그들의 지적이 정당할까요? 그리고 그걸 받아 적는 우리의 언론은 제정신일까요? 국민들은 뼛골빠지는데 그거 과소비다 타령만 한다면... 물론 그따위 기사야 말로 전형적인 관광객 기사죠.. 그사회의 성격이나 특징은 모르면서 지멋대로 관광하듯이 갈겨써대는... 토목과 건축으로 경기 부양한다는 나라에사는 국민의 비애 이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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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기사를 보면서 저도 조금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읽었습니다..

#1.
그런데, 이런 류의 기사를 볼 때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과소비"가 나타내고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거죠. "적절한 소비 수준을 넘어서는 소비"를 "과소비"라 하면 될 듯하기도 한데 "적절한 소비수준"이 무엇을 나타내는 것인지 조차 밝히기가 어렵네요.

무엇보다 "사람들의 행동은 이미 그들의 효용을 극대화 한 상황이다"라는 주류 경제학의 샤워를 받은 무지한 학부생인 저는 "과소비"에 대해 명확한 정의를 하기가 조금 어렵네요..
(네이버 백과사전(http://krdic.naver.com/search.nhn?query=%EA%B3%BC%EC%86%8C%EB%B9%84)에는 "과소비 : [명사] 돈이나 물품 따위를 지나치게 많이 써서 없애는 일. ‘지나친 씀씀이’로 순화." 로 풀이를 해 놓았습니다. )

과소비란 도데체 무얼 말하는 걸까요? (안박사님 말씀을 흉내내보자면) 과소비란 자유일까요? 방종일까요? 과소비란 과연 합리적 소비행태일까요? 비합리적 소비행태일까요?

#2.
사교육이 저축률을 줄인다.. 라는 사실에 대해서도 조금 갸웃 거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교육의 특성상 사교육비로 지출된 돈의 상당부분은 국내에 머무르게 될 터이고 사교육 종사자들이 어느 정도 저축을 해 준다면 저축률의 심대한 감소는 가져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사교육비 가계에 부담이 된다는 말에는 납득이 가지만, 저축률을 줄이는데 과연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 도 생각해봐야 할 거 같구요.

물론 사교육 종사자들이 그 돈을 저축하지 않고 마구마구 써버린다.. 라고 생각한다면 되기도 하지만.. 저를 비롯한 사교육 종사자들은 대다수 미래에 대한 엄청난 불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걸로 평생 먹고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거든요. 남들은 점점 연봉이 올라가고, 수입이 증가하는 반면, 사교육 종사자들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시간이 흐를수록 연봉이 급감하는게 사실이거든요. 하여 많은 사교육종사자들은 저축을 꽤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중고등학교 학원교사 뿐만 아니라 고시학원, 공무원학원, 영어학원 등 대다수 사교육의 강사들이 말이죠. (들은 풍문이라 정확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한줄로 줄이자면 사교육이 (사교육 종사자가 아닌)가계의 저축을 줄일수는 있다. 하지만 국가 전체의 저축률에는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것인가?

#3.
"고급아파트, 명품핸드백, 수입위스키 등 과시성 소비행태도 한국의 저축률을 줄인다."
...
해당 기사에는 전후 맥락 없이 딱 한줄로 표현되어있는데요... 이건 아무래도 뭔가 이상하군요...

#4.
해서 원문기사를 찾아보았습니다.
(http://www.washingtonpost.com/wp-dyn/content/article/2009/07/29/AR2009072903191.html)

몇가지 재미있는 내용을 찾아볼수 있는데요..
1. 한국 기사에의 박덕배 연구원의 말이 경제연구원이라 하기 어려울 정도로 단어선정이 안좋다.. 느꼈는데요.. 원문 기사를 보니 조금 이해가 가네요.(이걸 왜 이렇게 옮겼다죠??;;;)
2. 원문 기사에서는 "이유"에 대한 설명은 별로 없네요. 주로 "현상"과 그에 따른 "영향"을 이야기 하고 있지..
3. 해외여행, 영어캠프 등을 지적하는 것은 빠져있네요. 이런 것들은 부를 해외로 유출시키는 것이라 우리나라 저축률을 감소시키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 합니다.
4. 서글픈 내용도 들어있군요..(한국은 OECD국가중 일하는 시간이 가장 길고, 수면시간은 가장 짦으며, 자살율은 가장 높고, 컴퓨터 앞에서 사는 시간은 2번째로 높으며, 여가활동에 쓰는 시간은 뒤에서 2번째.. 출산률도 바닥..)... 대한민국 만세입니다.ㅠ

아무래도 노컷뉴스 측에서 기사를 옮기면서 자기들이 원하는 말을 좀 했는가.. 싶네요. 워싱턴포스트의 원문은 노컷뉴스측보다는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음.. 영어라 그런가요??;;)

#5.
돌아 돌아 왔는데요.. 한국의 저축률이 급감하고 있는 건 사실이고,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요??
사실 제가 생각한 답은 워낙 뻔해서.. 들을 필요도 없을 것 같군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빚내서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자신의 소득으로 살 수 없는 물건을 사고싶을 때 돈을 저축해서, 물건을 살 경우 저축이 생겨나지만, 카드를 긁어, (할부로)물건을 살 경우 부채가 생겨나는 거겠지요. 급감하는 가계저축에 비해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우려하는 말들이 많은 것도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게 하죠... (http://news.mk.co.kr/newsRead.php?sc=30000001&cm=%ED%97%A4%EB%93%9C%EB%9D%BC%EC%9D%B8&year=2009&no=383867&selFlag=&relatedcode=&wonNo=&sID=) 최근 중앙일보에 올라온 미네르바의 사설에 의하면, 한국의 가계부채는 670조(http://news.joins.com/article/783/3701783.html?ctg=220)라는 군요.. 09년 1/4분기 국내 총생산이 251조 정도라는 걸 비교해보면.. 어마어마하죠..

그럼 이런 빚내서 소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외환위기이후 급증한 카드 사용입니다. 또, 덕분에 발생한 신용대란도 하나의 원인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요. 사실 여기서 아무 생각없이 글 쓰다보면 노컷뉴스의 기사 마냥.. 사치성 품목에 대한 소비로 쭈욱 이어지겠지요.. 아무래도 노컷뉴스의 기사는 이렇게 머릿속에서만 쓰인 것 같습니다.

terraic 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집을 사는데 (재벌집이 아니라면) 반드시 대출이 필요한 한국의 실정에선.. 주택대출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되겠구요.(여타 다른 나라에서는 주택담보가 없겠습니까만은.. 한국 부동산 가격이 소득에 비해 상당히 높다는 점에서 볼 땐 이게 우리나라엔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게 좋겠죠..)

무슨 말인고 하니... terraic님 말씀처럼.. 한국의 저축률 급감은 무분별한 소비의 문제라기 보다는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는 거죠. 경기가 안좋으면 소비를 줄여야 하는것 아니냐.. 라 지적이 나올수도 있지만.. 경기변동에 비해 소비의 변화는 천천히 움직이기 마련입니다. (단기적으로 한계소비성향은 1보다 작다라고 교과서엔 표현되죠.) 특히 주택대출 같은 장기간 상환해야 하는 부채가 많은 한국의 상황에선 경기가 악화되었을 때는 소비를 줄안다 하더라도 저축을 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죠.

#6.
빚을 내서 소비하는건 분명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경기변동을 심화시킬 수 있거든요. 경제성장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수 있겠지요.. 하지만 개인이 소비를 하면서 "국가경제를 위해서 이러면 안되지~" 이런 말이 나올 시대는 지났다고 보입니다.

빚내서 소비하는것.
이것은 자유입니까? 아니면 방종입니까?

댓글 10개:

  1. 바쁘실 텐데 장문의 기고를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돌비님께 일단 드립니다. 자세히 읽어보고 제 의견을 말씀드릴 필요가 있으면 저도 토론에 참여하겠습니다. 이 분야는 제 가방끈이 짧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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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감에 쫓겨(...??!!)쓴 글이라.. 깔끔하지가 못하네요.ㅠ 종아리 걷어놓고 대기하고 있겠습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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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이고, 돌비님 겸양이 지나치십니다. 바쁘신데 부탁드린 제 종아리를 치세요. 저는 지금 반바지 입고 있어서 걷지 않아도 됩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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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저는 국제경제학을 선택과목으로 하고 있는데요.. 국제경제학이나 거시경제학에서 실증사례를 분석하고 있는 섹션을 보면, 한국의 저축률이 감소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는 것은 예견된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상된 저축률 감소의 수준보다 훨씬 급감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인지 등의 포커스가 확실히 보이지 않는 기사인거 같습니다.

    국제경제학의 다른 관점에서,
    결국 저축의 감소가 문제인것은 투자와 관련하기 때문입니다. 폐쇄경제에서는 저축의 감소는 투자의 여력의 감소를 뜻합니다. 그러나 개방경제에서는 저축이 감소하더라도 국제수지 혹은 순수출이 그것을 보충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축이 감소하더라도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별 걱정 안해도 되겠지요... 그런데 80년대 개방경제인 선진국의 실증분석을 보면 저축의 감소는 여전히 투자의 감소로 이어진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를 두고 펠드슈타인-호리오카의 수수께끼라 하여 엄청나게 논쟁이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현상은 2000년이 지나서는 다소 상관관계가 옅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투자를 생각하면 저축의 감소는 조금 걱정해야 하는 것이 맞는 거 같습니다.


    소비는 결국 개인의 후생으로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저축감소에 대해 소비풍조만을 지적하는 것은 소비를 미덕/악덕으로 보는 이분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그다지 좋아보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에게는 근시안적인 행태라는 것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죠..

    저축을 하는 동기에 대해 여러가지 설명이 있지만 거시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라이프사이클 모형이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의 생애주기를 두고 보았을때 저축은 은퇴이후까지 소비를 평준화하기 위해서 한다고 하는데요.. 은퇴의 시기도 빨라지고 있는 상황과 비교를 해보면 마냥 소비를 하고 있는 행태는 분명 근시안적인 모습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보입니다.

    과소비까지는 모르겠지만 부모님 세대와 현재 20-30대의 가치관이 뚜렷하게 다른 부분이 집장만에 대한 태도인것도 일정부분 사실이라 생각합니다. 집장만이라는 것에는 여러가지 태도가 얽혀있다고 생각합니다. 라이프사이클 가설이 이야기하고 있는 은퇴 이후의 생활의 어떤 수준을 대표하는 기능도 있었으리라 보입니다. 안그러면 허리띠 졸라매고 그렇게 저축을 하셨을리가 없거든요..

    현재 서울의 집값이 엄청나게 높은 수준이라는 것에는 이의를 달기 힘들고, 주변을 보면 자신의 집을 한채 갖는다는 것에 그리 큰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은 드거뭅니다.. 고액연봉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주변에 가장 흔한 일반 사무직 종사자들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결혼조차 잘 안하려고 하구요.. 집장만이라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저축의 동기 하나가 제거되었다고 본다면 저축의 감소가 이제 그 나머지들을 소비함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그다지 이상하게 보이지만은 않는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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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정말 저축의 감소가 걱정되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면 소비에 대해 뭐라고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갖게되는 동기가 구현될 수 있는 사회라는 조건을 성취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저축도 출산율도 개인의 능력으로 자신이 바라는 바를 달성하기 힘든 구조적인 문제들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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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빚내서 소비하는 것, 자유가 될 수도 있고, 방종이 될 수도 있겠네요.^^ 사전적(ex ante)으로 펑가하기 힘들 수도 있고요. 예컨대, 강남 아파트 값이 오를 것 같아서 빚내서 아파트를 마련했다면 방종으로 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만약 예상대로 가격이 오르지 않아서 집을 차압당하는 태클이 들어오면 사후적으로 방종이 될 것 같습니다.

    빚내서 흥청망청하는 것은 방종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그래도 가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자유로 봐야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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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짧은 댓글에 긴 답글을 달아 주셔서 감사 합니다. 우리사회가 참 답답해 졌다는 생각이 드는 것중에 하나가 예전에는 저런 기사 하나 나오면 사회적인 토론이되고 많은 논란이 공공연하게 붙었는데 요즘은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가더라는 겁니다. 사실 우리사회의 저축률이 어쩌고 하는 부분이 아무것도 아닐수있지만 토론거리가 되는 것만은 분명할 것이고 그로 인한 토론의 과정에서 저자분께서 지적하신 신용의 창출을 통한 소비(참 말 잘만들더라구요... )가 타당한지 아닌지가 이야기되고 그러다 보면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한 좀 욕이 안들어 가는 논의가 될것인데...
    암튼 댓글에 감사드리구요 참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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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조금 다른 얘기 적어 보겠습니다.

    외환 위기 이후 카드 대란과 과소비에 관한 얘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김대중 정부 때의 카드 대란에 대해서는
    다들 잘 아시리라고 믿습니다.
    카드의 무분별한 발급과 갑작스런 한도 조절,
    이어지는 카드사의 부실 및 개인 파산...


    그 당시, 이에 대한 TV 다큐멘터리를 봤습니다.
    20대 고졸 여사원이 명품 백을 마구 카드로 구입한 후,
    갑작스러운 한도 조절로 신불자가 된 예와
    30대 중견기업 사원이 카드빚으로 룸살롱 마구 다닌 후,
    갑작스러운 한도 조절로 돌려 막기 실패 후
    신불자가 된 예를 집중적으로 보여준 후,
    개개인의 무분별한 "과소비"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경제 회복도 안 된 상태에서 과소비를 해서 대란을 일으킨
    국민 개개인을 질타했습니다.



    과연 이게 옳은 얘기일까요?
    그 프로그램에서 보여 준 통계에 의하면
    전체 18%의 신용불량자가
    무분별한 소비를 했던 2~30대였다고 하네요.


    82%는 그러면 왜 신용불량에 걸렸을까요?

    신불자 중에는 사치성 소비가 아닌
    생활비를 쓰다가 그런 사람들도 있을텐데,
    제가 하려는 얘기는 그런 사람에 대한건 아니고...


    카드의 무분별한 발급 및 한도 확대는
    IMF의 권고사항에 의한
    은행 BIS 비율 강화와 그에 이은 개인대출 한도 축소,
    거기에 따른 소비시장의 위축에 따른 조치였죠.

    뿐만 아니라, 은행들은
    소상인 및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급격히 줄였습니다.
    한기평 한신평 등 신용평가기준 5등급 아래의 회사에 대한
    대출을 엄격하게 묶었었습니다.

    또한IMF 이후 엄청나게 자영업자가 늘어 났는데,
    (1998년인가 등록제인 요식업소의 갯수가 21만개에서 42만개로 늘었다고 합니다. 정확한 통계는 가물가물...)
    모두 자기자본으로 창업했겠습니까?
    은행에서 대출도 안 해줬는데 어떻게 했을까요?


    퇴직금으로 치킨집 차리신 어르신들도 계시지만,
    많은 경우에는
    은행대출은 안 되고 하니
    카드를 여러 개 만들어 현금서비스를 받아서
    그걸로 자본금으로 삼고,
    그 카드를 돌려 막기를 하면서 이자를 내는거죠.
    당시 17%~23%의 이자였으니,
    딱 제 2 금융권 대출상품 이자와 동일했습니다.
    (카드회사도 제 2금융권으로 분류되나요? 제가 잘 몰라서...)


    암튼,
    저러던 자영업자들이 갑자기 카드한도 축소를 통해
    가게도 개인도 완전 망해 버렸죠.
    신불자의 40여%가 (역시 숫자가 기억이 잘 안 납니다.)
    자본금 1억 이하의 개인 사업자였고,
    그 중 70% 가까이가 5천만원 이하 개인사업자였습니다.
    (숫자가 정확하면 더 좋았으련만, 그렇지 못 해서 죄송...)

    물론, 그런 사람들 중에서도
    핸드백사고 룸살롱간 사람도 있겠지만
    과연 그들이 대다수일까요?

    결국, 카드 대란은
    IMF 권고에 따른 은행들의 급격한 운영 기준 변경,
    특히 대출 심사기준의 강화와
    소비경색을 우려한 정부의
    어이없는 처방으로 무너진
    구조적인 대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국에서는 연일 올바른 소비를 못 하는
    개개인을 탓하기만 하더군요.


    의제 설정이 도가 지나쳐도 너무 하다 싶었죠.


    저도 당시에 조그마한 회사를 차려서
    나름 벤쳐기업 지정도 받고
    기술신보의 보증으로 돈도 많이 빌렸지만,
    결국 남들과 비슷한 고통에 시달렸고, T.T
    그래서 현금서비스를 이용해서 운영자금을 삼았고,
    (1달에 한 번 갚아야 하니 진정한 short-term debt였죠)
    다행히 카드 한도가 급격히 축소되기 두 달 전에
    큰 돈을 벌어 카드빚을 갚았죠.
    신불자는 면했죠. ^o^;



    제가 요즘 한국 경제에 대해 깊이 들여다 보지 못 해서
    함부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저기 나온 저축율 과소비 하는 얘기들도
    비슷한 맥락의 의제 설정이 아닌가,
    구조적 문제를 개개인의 잘못으로 몰아 가는게 아닌가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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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사려 깊은 의견, 잘 읽었습니다. 개인-구조 문제는 참 어렵죠. 정부가 다양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했더라면 개인의 불행을 줄일 수 있었을 텐데요... 형석님의 의견을 읽고 정부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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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아.. 형석님 얘기를 들으니 저도 당시의 분위기가 생생히 기억이 나요.
    그때는 분명 과소비라 불리는 어떤 느낌도 있긴했어요.
    근데 그게 카드 발급에 의한 것에만 기인한다는 건 문제를 쉽게 봉합하겠다는 표면적이고 게으른 지적이에요.

    당시에 IT쪽 부밍 현상이 같이 일어났죠.
    IMF 이후 였는데 구조조정의 대혼란의 시기가 모두의 생각보다 짧은 것만 같던 시기였어요. 그리고 연이어서 IT쪽 대박신화들이 계속되었죠. 어떤 식이냐면 지금 독야청청 네이버가 대박을 친것도 이시기에요. 엊그제만해도 아기 분유값이 벌자고 회사일 말고도 알바프로그래밍 하고 그랬던 분이 하루 아침에 스톡옵션으로 7억 대박치는 그런 식이요.

    그때의 소비붐은 굉장히 잘 관찰해야하는 측면이 있어요.
    카드 돌려막기식으로 진행한 과소비라는 것이 있기야했겠지만 현상으로 체감할 정도의 소비붐은 여러가지가 작용해야 가능한 것이 맞는 거 같거든요.

    지금은 체감되는 과소비는 없어요.
    소비 활황이 백화점에서는 계속 되고 있죠.
    근데 이건 과소비라기 보단 구매력이 충분한 구매자가 구매하고 있는 거라고 보는게 맞는 거 같아요. 없는 살림의 서민이 샤넬 화장품 사러 백화점 간게 아니라.

    과소비로 저축율이 하락한다는 건 잘못 관찰된거라고 생각해요. IMF때 늘어버린 부채수준이 계속 늘어나는 것 역시 부채를 질 수 밖에 없을 정도의 무언가가 있는게 아닌지를 봐야하는게 맞는 거 같습니다. 근데 좀 이상한건...

    그 사이에 소득이 줄진 않았다는 거죠..
    아, 이거 몹시 수수께끼 같네요..

    결국 물가로 인한 실질소득 감소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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