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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25일 화요일

[자유] "좌파"라는 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에 그 유지를 받들어서 친노 진영은 진보 연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진보도 연구하면 좋죠. 그렇지만, 진보라고 하면 저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먼저 머리에 떠오릅니다. 또한, 참여정부의 정치적 지향은 중도였다는 것이 제 소견입니다. 진보 연구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기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은 2007년 12월 27일에 작성한 글입니다.)

최근 어떤 글에서 현재 우리 정치에서 “좌파”라는 용어는 폭압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주장을 읽은 적이 있는데 공감이 간다.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했던 경북대 이정우 교수는 시사인에 기고한 글에서 좌파를 이타적인 것으로, 우파를 이기적인 것으로 대별시켰는데, 이것은 아마도 좌파는 사회적 평등을 보다 우선시하고 우파는 자본주의 질서에 입각한 개인 이익을 상대적으로 중시하는 점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2005년 어느 더운 여름날, 열린정책연구소에서 집담회를 한다고 참석을 요청해서 갔다.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에 관한 비공식 회의였다. 창당된 지 1년 반이 지난 시점에 당의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는 자체가 별로라고 나는 생각했다. 당의 정체성은 당을 만들기 전에 이미 결정되었어야 한다는 독백을 머릿속에서 뇌까리면서 다른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는데, 더위를 싹 가시게 하는, 나를 깜짝 놀라게 한 용어가 튀어나온 것이다. 그것이 바로 “좌파”라는 말이다.

그 당시 열린우리당은 재보선 등에서 연전연패하면서 도대체 열린우리당의 주요 고객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것을 정체성 연구라는 형태로 당 정책연구소에 맡긴 것이었다. 그 참석자는 열린우리당이 좌파 정당이라고 설명했다. 나는 한 마디로 그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좌파 정당이라면 참여정부가 좌파 정부가 되어야 하는데 지구 상에 그런 좌파 정부는 없다. 좌우의 이분법으로 묻는다면 오른쪽이라고 답할 수밖에 없고, 좌중우의 삼분법을 원용하면 중도라고 구분할 수는 있어도 좌파로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선거에 이기기 위한 당 정체성 모색이라면 왼쪽으로 움직일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오른쪽으로 약간 움직여야 되는 시점이었다. 왜냐하면, 열린우리당의 오른쪽에 한나라당이 자리 매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열린우리당이 왼쪽으로 제법 많이 움직이면, 한나라당이 왼쪽으로 조금만 움직여도 중도 유권자층을 더 많이 흡수하게 되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현상적으로나 선거전략 측면에서나 열린우리당은 좌파도 아니고 좌파로 가서도 안된다는 것이 나의 입장이었다. 나는 그 회의에서 고민할 것 없다고 단정적으로 얘기했다. 열린우리당은 중도정당이라고. 그렇게 얘기하면 된다고.

이정우 교수는 참여정부를 중도우파 정도로 평가했다. 중도우파를 좌파로 자리매김했으니 한나라당은 극우라고 실토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참여정부가 주요 언론의 조작에 의해서, 그리고 한나라당의 공격에 의해서 좌파로 몰리는 폭압을 당했으니 이 교수가 울분을 터뜨릴 만도 하다. 우리나라가 분단국가라는 구조적 요인을 악용한 사례로서 주요 언론/한나라당의 “좌파” 공세는 역사상에 남을 것이다.

2009년 8월 12일 수요일

[자유] 왜 보수와 진보로 싸우는가?

현재 정치 상황에서 제가 가장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보수와 진보의 싸움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려서 이념 전체의 정체성을 걸고 보수 대 진보로 싸우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왜냐하면, 보수, 중도, 진보는 자유민주주의가 건설적으로 발전하는 데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성장이나 분배에 대한 장기 발전 방향이나 정책으로 갑론을박, 난형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서로 잡아먹을 듯이 싸우는 것은 제가 보기에 전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상대 진영 정체성 거부하기 싸움을 하다 보니, 역설적으로 각 진영에서는 과도하게 이기적인 정체성 사랑 혹은 자부심을 보이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자기네가 정통이라는 것이죠. 스스로 그렇게 외치면 권위가 서는 지 저는 의문입니다. 자유민주주의 정치판에서는 절대적으로 옳은 것도 없고, 절대선도 없습니다. 그런 것이 있다고 주장하는 정치판은 파시즘이나 과거 소련이나 북한 같은 공산주의를 채택한 권위주의 정치판입니다. 따라서 자기네 입장이 절대적으로 혹은 매우 옳다고 주장하면, 오히려 권위주의가 아닌지 의심해도 좋을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분단국가라는 구조적 결함을 갖고 있습니다. 민족은 하나인데, 국가는 남과 북, 둘입니다. 해방 이후부터 이 구조적 결함은 우리 정치를 왜곡시켰습니다. 그래서 북에는 김일성 독재가, 남에는 박정희 독재가 성립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닙니다. 북한은 아직도 독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벗어날 것입니다. 역사상 왕정이 아닌, 독재가 100년을 넘긴 예가 없습니다. 북한이 그 기록을 깨면 매우 특이한 사례로 남겠죠. 남한은 우여곡절 끝에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쟁취 민주화 항쟁으로 겉으로 보이는 권위주의 정치에는 한 매듭을 지었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인 권위주의 청산은 아직 멀었다고 저는 봅니다. 아직 자기네가 거의 절대적으로 옳다고 강변하는 정치단체나 정치인이 제법 있죠. 그 세력이 미미한 존재가 되어야 정치판의 권위주의 청소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정치를 보십시오. 미국의 민주당이 공화당 전체를 악으로 몰지는 않습니다. 영국 보수당이 노동당 전체를 무슨 괴물 보듯이 하지 않습니다. 독일의 사민당도 우파 기독교 당 전체를 청소할 듯이 째려보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 정치가 아직 선진 정치 문턱에도 못 간 것으로 평가해도 정치인들은 아무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정치인들부터 각성해야 합니다. 보수, 중도, 진보를 막론하고, 싸움을 하려면 제대로 된 싸움을 해야 합니다. 자유민주주의에서 그 순기능을 인정하는 보수, 중도, 진보, 그 자체를 두고 공격하고 이전투구를 하면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것입니까. 일당독재가 하고 싶은 것일까요?

그림 출처: http://mediagirl.org/graphics/political-compass.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