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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4일 화요일

[자유] 공동체와 개인주의

(서울대 이준구 교수님 게시판, 2008/08/21)

오래전에 어떤 유명 인사의 칼럼에서 우리 국민이 너무 개인주의적이라고 개탄하는 것을 읽고 고개를 갸우뚱 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우리에게 개인주의는 오히려 모자라는 것으로 보이거든요. 물론 편협한 이기주의는 일반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만, 건설적인 개인주의는 우리 사회에서 오히려 더 장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칼럼이 개인주의를 편협한 이기주의로 해석한 것으로 설명했다면 이해했을 텐데, 흔히 언급되는 공동체 의식과 대비시키면서 개인주의를 탓해서 저로서는 동감할 수 없었습니다.

긍정적인 공동체 의식도 물론 우리 사회 발전에 중요합니다. 그러나 공동체라는 개념을 복잡한 현대 사회 전반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특히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부문에서 마냥 공동체만 강조하면 자칫 집체주의로 흐를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정치인들이 공동체를 주창하면, 저는 일단 회의적으로 바라봅니다. 왜냐하면, 현대 자유민주주의 정치와 공동체 개념은 궁합이 잘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이해관계가 어긋나므로, 공동의 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상호 득실이 타협 혹은 조정되는 것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공동체 상황이라고 강변한다면, 그것은 권위주의적 집체주의가 됩니다.

베이징에서 경기를 끝낸 우리 선수들이 귀국하고 싶은데도 귀국하지 못하고 소일거리를 찾아서 헤매고 있다고 합니다. 일을 이렇게 만든 이들은 엉뚱한 곳에서 공동체를 찾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체육회나 정부는 더 개인주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되겠습니다. 누구를 위한 공동체입니까? 박태환 선수는 PC 게임 그만 하고 오늘 당장 귀국할 수 있는 성숙한 개인주의 의식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려야 되겠습니다. 그것이 박태환 선수뿐만 아니라 더욱 많은 국민의 이익에 맞는 것으로 보입니다.

2009년 7월 29일 수요일

[자유] 이기적 이타주의

자신을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타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 자신을 생각해봤습니다. 제가 공부한 합리적 선택이론이나 게임이론에서는 사람을 이기적이라고 가정합니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가정입니다. 물론, 마리아 테레사 수녀님 같은 숭고한 이타주의를 실천한 분도 계시지만, 제가 아는 많은 사람은 이기적입니다. 인터넷의 누리꾼들을 관찰해봐도 그렇고,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봐도 이타적이라기보다 이기적인 예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사람은 이기적이라고 가정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특히, 돈이나 권력 같은 희귀한 자원에 대해서는 더 그렇습니다.

그런데 반드시 이기와 이타 이분법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맞습니다. 사람이 천편일률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니까요. 어떤 때는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어떤 때는 이타적으로 행동하기도 하죠. 수전노가 보육원에 기부하면, 이기주의자가 이타적 행동을 하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어떤 분은 그 기부도 자신의 행복을 위한 이기적 행동이라고 주장하겠지만, 그렇게 고무줄 늘이듯이 이기적 잣대를 주물이면 테레사 수녀님도 이기주의자가 되겠죠. 즉, 이기주의에 모든 것을 환원하는 생각은 무엇을 설명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과학적 방법론에서 환원주의(reductionism)를 매우 경계합니다. 종교에서는 도움이 됩니다.

지금 말씀드린 그런 사례가 아니고, 이기주의자가 이타주의자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가 그렇습니다. 생각을 돕기 위해서, 어떤 사회에 A와 B 두 대안이 있다고 합시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입니다. A와 B, 둘 중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애매모호한 상황이라고 하죠. 그러면 자유주의에 따라서 각자 옳다고 주장하고, 민주주의에 따라서 사회적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A 혹은 B를 지지하는 각 진영에 리더가 있습니다. 각 진영이 서로 자신의 대안을 전체 결정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겠죠. 그러면 리더를 도와야 합니다. 리더의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도록 참여해야겠죠. 이것이 자유민주주의적 참여이며, 이기주의자가 이타주의자가 되는 사례가 될 수 있겠습니다.

자유민주주의에서는 머릿수 다툼을 흔히 합니다. 선거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정책에 있어서도, 민주주의가 다수 지배를 의미하므로, 사람을 더 많이 모으는 정책이 관철될 가능성이 더 크죠. 물론, 대의제에서는 이전 선거에서 이긴 진영의 뜻이 더 존중되지만, 그래도 여론의 향배를 무시하지 못합니다. 뭐, 최근의 미디어법 같은 막가파식 사례가 나오기도 합니다만...

상대적으로 옳은 견해를 갖는 비주류가 외롭게 되는 예를 우리는 흔히 봅니다. 그것은 알게, 모르게 그렇게 될 때가 잦습니다. 자유민주주의 대 권위주의를 생각해보시죠. 자신이 권위주의 형이라는 것을 모를 수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헌법 아래 살고 있으면, 저절로 자유민주주의자가 되는 것은 아니죠. 그렇다면, 특정 상황에서 겉으로는 자유민주주의가 다수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유민주주의자가 소수이고, 권위주의자가 다수일 수 있습니다. 이것은 꼭 수로만 따질 것이 아니라, 권력 지도까지 포함해서 따질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자유민주주의를 위해서 이기주의에 기반을 둔 이타주의가 필요합니다. 서로 도와야죠. 장기적 관점에서는 이기적 행위이겠지만, 그 시점에서는 이타적 행위입니다.

주위에서 옳고 바른 견해를 가지고 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소수나 외톨이가 된다고 생각하는 분이 계시면, 이기적 이타주의를 한번 발휘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경쟁이 벌어지면 이기는 것이 좋죠, 지는 것보다는. 저는 이기적 이타심을 가능한 한 자주 발휘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제 근본은 자연스럽게 건전한 이기주의에 두고 말입니다.^^

p.s. 이 글은 이준구 교수님의 말씀,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유주의자는 자신의 자유와 권리뿐 아니라, 남의 자유와 권리까지도 조금이라도 침해된다면, 목숨을 걸고 싸울 용기를 갖고 있어야 해."에서 생각의 나래를 펼쳐서 작성한 것입니다. 저는 처음에 모순어법처럼 들렸습니다. 자유주의자는 이기적인데, 남을 위해서 격렬한 투쟁을 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습니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 "남"은 권위주의자가 아니라 자유주의자였던 것입니다. 빙고! 이미 알고 계셨나요? 그렇다면, 제가 우둔했습니다. ㅜ.ㅜ

좋은 화두를 던져주신 이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데카르트에 따르면, 생각은 인간 존재의 충분조건이라고 합니다. ^^ 사진은 스탠포드 미술관에서 직접 찍었습니다. 로댕 진품이라고 합니다. 조각품은 진품이 여러 개 있다고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