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7일 월요일
[수필] 학점 이야기
[작성자]
안병길晴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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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2:10
학기말이 되면 모든 학생이 최종 학점이 어떻게 나올까 노심초사하게 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제가 컨설팅을 제공했던 고객의 해당 과목 학점이 나왔는데, 학점이 낮게 나와서 전체 평점을 깎아 먹는다는 고객의 감상을 읽고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학점을 잘 받은 것 같은데, 역시 사람마다 눈높이가 다르고 학점은 高高益善이니 고객으로서는 아쉬운 마음이 들겠지요.
호랑이가 담배를 피우던 80년대 중반 즈음까지 외교학과는 교수님들이 학점을 전반적으로 "짜게" 주시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수석 졸업생을 기준으로 제 기억에 4년 평점이 약 0.5 점 차이가 났습니다. 경제학과 수석이 4.1 정도면 외교학과 수석은 3.6 정도였죠. 80학번 경제학과 수석 졸업생은? 알고 계시죠? 물론 경제학과 학생들이 더 우수했겠지만, 그 정도 차이라면 학점을 부여하는 교수님들의 성향 차이도 분명히 있었을 것입니다.
어떤 교수님께서는 "A+는 나보다 더 잘해야 하는데, 그것이 가능한가?"라는 농담 반 진담 반 학점 기준을 제시하시기도 했죠.^^ 그 교수님 강의에서 B+가 최고 성적인 경우가 제법 있었습니다. 전공필수라서 피할 수도 없었으니...
나중에 성적우수 장학금 제도가 신설되었는데 외교학과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외교학과에는 해당 학생이 한 명도 없어서 학교본부에서 배당을 해줘도 그 장학금을 받을 수 없었던 것이죠.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외교학과에 광명이 비추어졌습니다. 학점이 급상승하게 되어 급기야 외교학과에도 평점 4.0을 넘기는 학생이 탄생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줄을 잘 서야 된다."라는 말이 있죠. 이것이 학점에도 해당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물론 외교학과에 매우 우수한 학생들이 그 이후 몰렸던 영향도 있었을 것입니다. 외교학과 후배들이 자랑스럽습니다. ㅎ
알찬 교육을 받기 위해서, 또 대학 성적표가 상당 기간 꼬리표로 따라다니기 때문에 학생이라면 학점 관리에 당연히 정성을 많이 들여야 할 것입니다. 주의해야 할 것은 매사가 그렇듯이 주객이 전도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너무 학점에만 매달려서 더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면 곤란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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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현
답글삭제(2008/12/14 01:37) 80학번 수석 졸업생이 어느 분이시죠?? 웬지 80학번 경제학부 수석 졸업생은 이창용 교수님이시고 외교학과 수석 졸업생은 안병길 박사님이며 위의 "4.1", "3.6"은 두 분의 학점을 말씀하신 거 같습니다만...;;;
근데 이창용 교수님이 아니신 걸로 알고있습니다 -_- 김대일 교수님 아니신가요..?? 쿨럭;;;;;;
안병길
(2008/12/14 03:11) 저는 학점이 별로 좋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모 위원회 부위원장 아닌가요? 저는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J.Paul
(2008/12/14 07:53) "A+는 나보다 더 잘 해야 하는데, 그것이 가능한가?", 정말 너무하셨네요. 으흐.
김규식
(2008/12/14 07:59) 이번에 뜰 평점은, 수업 들은 교수님들이 "A+는 나보다 더 잘 해야 하는데, 그것이 가능한가?" 라는 생각을 갖고 계신거라고 자기최면을 걸겠습니다....;;;
이준구
(2008/12/14 15:46) 안박사 말씀이 맞습니다. 각 학과마다 기준이 달라 학생들이 엉뚱한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지요. 그래서 사회대학 수석 졸업이라는 것도 별 의미가 없어지구요.
요즈음은 어떤지 모르는데, 나 졸업할 때 농생대가 아주 재미있는 시스템을 쓰더군요. 각 학과 별로 기준이 다르니까 아예 농생대 수석 졸업을 학과별 돌려먹기식으로 정하더군요. 내가 졸업하는 1972년 서울대 전체 수석(대통령상)이 농생대 차례였습니다.
그때 상을 받은 분은 농생대에서 차례가 된 데다 서울대 전체에서 차례가 되어 대톨령상을 받았습니다. 억세게 재주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요즈음은 유학 때문에 학점 따기 경쟁이 말도 아닙니다. 작년에 우리 학부에서 유학가는 학생 중 4.0이 넘는 사람이 거의 10명 가까이 되더군요.
임형찬
(2008/12/14 16:42) 경제학과에 복수전공이 좀 많은 편인데, 대부분 인문대학이나 다른 사회대학생, 또는 생활환경대학생들이 경제나 경영을 복수전공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복수 전공 신청할 때 선발을 해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4.0이 넘어야 복수전공 신청을 할 수 있는데, 커트는 그 보다 더 높았습니다. 공대생이나 법대, 자연대 학생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큰 고난은 없을겁니다.ㅎㅎㅎ 그런데 더욱 기분이 나쁜 것은.. 일부 시간강사분들의 몰지각한 기준 때문에 학부수업의 질이 더 떨어지더라는 것이지요.
"4학년은 출석만해도 B+를 주겠습니다"라던지 "무조건 30% 이내에는 A0 이상을 주겠습니다" 이것은..정말 안 좋은 방법인거 같습니다. 기운이 쫙 빠져버리거든요- 더 이상 공부를 할 유인을 빼앗아버리는;;; 그래놓고 커트를 저렇게 높여버리다니 말이지요. 저 정도의 수업 수준을 할 것이라면 기회라도 넓히지 말입니다.ㅎㅎㅎㅎ
여담입니다만은 90년대 학번이 남아있던 제 신입생시절에는 4학년 전관예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전공 수업에서 A+를 받아야 할 성적이었음에도 밀려나 A0를 받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4학년 취업을 위해 1학년이 희생해라라는?? 지금은 공대에서도 없어졌습니다만은 그런 방식의 학점 기준이 결국 부메랑이 되어 날라오더라가 제 생각입니다. 전 차라리 어렵고 빡세게 학점 드럽게 안 나와도 그 만큼의 프라이드가 있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김규식
(2008/12/14 17:03) 다른 학교는 어떨지 모르겠는데, 저희 학교는 A+ 10% 하는 식으로 되어 있어서 채점이 되면 전산망으로 돌려서 나오는 듯 하더라구요....물론 교수님 재량도 어느 정도 있는 듯하지만요.
아직까지 저는 고학번들 때문에 성적에서 피 본 적은 없는 걸 보면, 또 고학번이 시험 보는 연륜이 쌓여서 좋은 점수 받는 것을 보면, 저희는 고학번 때문에 피해보는 일은 적은 것 같습니다...(그래도 전공 들어가면 또 달라지겠지요...;;)
ps. 그런데 (보통) 교수님이 채점 안 하시고 조교가 채점해도 되는 건가요...???어쩌다보니 그런 경우를 보게 됐네요..ㅎ
임형찬
(2008/12/15 10:50) 조교 분들이 채점하는 경우도 저도 봤는데 대부분 기준표를 따로 가지고 하더군요. 답안에 '이런 이런 문장의 존재 여부' '이런 이런 과정의 검토 여부' 뭐...그런 것들...말이죠. 가끔 교수님 중에서 학부 수업에 사랑이 식어 백지 위임해버리시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마다 학부생들은 클레임을 걸지요. 성적 이의를 제기하면 티가 나거든요-(근데 솔직히 학생 입장에서 성적 이의는 별로 하고 싶지 않다는...)
제가 이야기한 고학번 전관예우는 아마 386세대의 산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때는 학점이 유난히 낮았었기 때문에...(민주화 운동하시느라;;) 그저 돌려먹기 식으로 혜택을 보고 나가고 그러던 시절이었다고 하더군요- (덕택에 소위 386 정치인들이 저 모양 저 꼴인지도...) 요즘엔 거의 사라졌는데.. 가끔 분위기 파악 못 하시는 시간 강사분들이 저렇더랍니다^^ㅎㅎㅎ
일정 퍼센트를 무조건 어느 학점 이상 줘라는 상대평가는 교수님들에게 큰 고민을 안겨줄 것이라 봅니다. 분명 집단 파업(?)하는 분반은 A+을 주고 싶어도 못 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말이죠. 10% 전산으로 돌리면 교수님들의 불만도 어느 정도 있을 듯 하네요. 저희 학과에서는 전에 한번 '전자기학'이라는 과목이 A0 1명 B+ 3명 B0 2명 D0 4명 나머지 F로 전설이 된 경우가 있습니다. ㅎㅎㅎㅎ
다음 학기에 왜 학점을 적게 주냐는 항의에 교수님께서 "학점은 아는 것과 비례하는 것"이라는 말로 일축하시더군요- ㅎㅎㅎ 물론 이것은 절대평가 시절의 일입니다. 요즘엔 상대평가로 교수님들의 불만이 쌓여가시는 중;;; ㅎㅎㅎㅎ
덧. 저도 안박사님 말씀처럼 학점 때문에 진짜 알아야할 학문의 진수에 대해서 제대로 모르고 넘어간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대학은 취업 학원은 아닐진데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