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준구 교수님 게시판, 2009/01/16, 자세히 보시면 도토리를 입에 문 다람쥐가 보일 것입니다.^^)
저희 집 밖에 큰 도토리나무(Oak)가 몇 그루 있습니다. 제법 덩치가 커서 매년 도토리들이 많이 열리죠. 그 도토리들을 주식으로 하는 다람쥐들에게 최근에 큰 화근이 생겼습니다. 몇 년에 한 번씩 가지치기를 해줘야 하는데 지난 늦가을에 감행했던 것입니다. 가지치기를 해주지 않으면 겨울바람에 큰 가지가 부러져서 집을 파손시킬 수 있기 때문에 관리해야 합니다.
문제는 그때 많은 도토리가 잘린 가지와 함께 사라지거나 마당으로 떨어졌다는 것이죠. 다람쥐들의 식량 보급에 큰 변화가 생긴 것입니다. 그 점을 고려해서 한동안 마당에 떨어진 도토리들을 치우지 않고 그냥 뒀습니다. 덕분에 아침저녁으로 식사를 하는 다람쥐들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제 친구들이 된 것이죠.
그런데 너무 오래 마당을 치우지 않으면 미관상 추해 보이기 때문에 지난 주말에 모두 치워버렸습니다. 요즘 다람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우왕좌왕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식량을 일부 공급해주고 싶은 연민의 마음도 생기는데 야생동물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그냥 두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제 다람쥐 친구들이 이번 겨울과 봄을 잘 버텨야 할 텐데요... 도토리를 찾아서 방황하는 다람쥐 친구들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괜히 가지치기를 하지는 않았나라는 생각에 가끔 마음이 아프기도 합니다...
(이 친구들이 토마토를 날치기 한 장본인입니다. ㅜ.ㅜ)
제자*오
답글삭제(2009/01/16 12:10) 집과 그 옆의 나무, 다람쥐, 이를 안쓰럽게 바라보시는 안 박사님을 줌 아웃하며 상상해보니 정이 담긴 그림이 되는군요.^^
이준구
(2009/01/16 13:01) 안박사, 걱정 마세요. 야생 동물들은 모두 저마다의 생존비법을 갖고 있답니다.
다람쥐와 관련해 한 가지 재미있는 얘기가 있습니다. 다람쥐의 기억상실 때문에 참나무 숲이 생긴다는 얘기입니다. 가을철에 다람쥐들이 도토리를 수확해 여기저기에 묻어 놓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들 기억에 한계가 있어 묻어놓은 곳을 모두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남게 된 도토리는 다음 해 싹을 튀우게 됩니다.
이게 바로 참나무 숲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랍니다.
안병길
(2009/01/16 13:06) 요즘 다람쥐들이 마당과 화분 이곳 저곳을 파헤치고 다니는데 도토리를 숨기기도 하고, 숨겨둔 도토리를 찾기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다람쥐가 파헤친 곳을 다시 덮느라 고생하고 있습니다.^^
신영기
(2009/01/16 13:16) 나뭇잎이 아직도 파란색이군요. 제가 사는 곳은 어제, 오늘 영하 20도에서 15도 사이의 기온을 보이고 있습니다.
안병길
(2009/01/16 13:24) 신 교수님, 캘리포니아가 그립죠? 이사 오세요.^^ 동부는 한파가 몰아쳤던데, 이곳은 기록에 가까운 따뜻한 날씨였습니다. 많이 미안하네요.
Ekim
(2009/01/16 19:16) 글들을 엮으니 아름다운 동화가 되네요.
다람쥐-도토리-참나무 숲->돌아다니는 다람쥐-늘어나는 참나무-동글동글 도토리-나무 위 다람쥐를 바라보는 온정
* 어우러짐을 느낄 수 있어 미소를 짓고 갑니다.
* 홈페이지에 맑은 기운이 흐르네요^^
안병길
(2009/01/16 22:29) Ekim님이 시놉시스를 제공하셨네요. 이제 누군가 동화로 만들면 되겠습니다. 제목은 무엇이 좋을까요? ^^
김규식
(2009/01/17 02:00) 무난하게 '다람쥐의 겨울 나기' 어떨까요?ㅎㅎ
그런데 사진에 찍힌 건 우리나라에서는 청설모라고 부르는 녀석이 아닌가요?? 꽤 덩치가 크고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안병길
(2009/01/18 12:35) 덩치가 제법 있습니다. 청설모인 것 같기도 해요.
조석우
(2009/01/19 01:41) 다람쥐는 귀가 둥그스름 하고
청설모는 귀가 뾰족한 특징이 있죠.
근데 사진상으로는 판독이 애매..하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