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준구 교수님 게시판, 2009/01/27)
네티즌들이 인터넷에 올리는 글들을 보면 각박한 세태를 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현안에 대한 의견 뿐만 아니라 세상살이에 대한 까칠한 얘기들이 많아서 인상을 찡그릴 때가 제법 많죠. 그런데 가끔 잔잔한 감동을 주는 글도 만나게 됩니다.
최근에 읽은 프로포즈에 관한 담백한 글을 소개합니다. 과묵한 남친을 둔 이 여자분은 결혼 전에 꼭 프로포즈를 받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글 전체를 퍼오는 것을 자제해야 하지만 이야기가 너무 소박하고 재미있어서 옮깁니다. 양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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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가 프로포즈를 안해서 걱정하던;; 여자입니다;;
(부모님께) 인사드리러 가기 전에 제가 먼저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저녁 먹으러 좀 분위기 있는 곳에 가자고 했더니 해물탕집(!)에 가시더라구요.. 그래;; 모 맛있으니까;; 괜찮아~ 라고 생각하며 들어가니 회식하는 테이블이 있어서 난리법썩이더군요..
프로포즈 하기 전에 사랑한다는 말 한 번 듣고 싶어서.. 제 눈을 똑바로 보고 한 번만 말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소주 한 병 다 마시면 할 수 있겠다고 하셔서 결국 둘이 3병 비우고 나서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를 들었는데.. 그 정신없는 자리에서도 눈물이 나더라구요.. 살짝 울먹이면서 저도 사랑합니다.. 저랑 결혼해주세요.. 라고 프로포즈했습니다..
그동안 무뚝뚝하다고 많이 서운했었는데, 그래도 한결같구 올곧은 사람이라서, 저 말 한 마디가 얼마나 무거운 말인지, 마음깊이 느껴지더라구요.. 남자친구도 살짝 울면서, 반지라도 하나 해줄까? 하시는데.. 같이 살려면 집때문에 대출도 받아야하고, 어차피 결혼반지도 할건데 쓸데없는데 돈쓰기 싫어서 거절했습니다..
너무 행복합니다.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구, 쿨해보이는 인상때문에.. 아주 친한 구들한테도.. 이만큼 남자친구를 좋아한다는 말을 못했습니다.. 겨우 그 정도 남자를 그렇게 좋아하냐는 비아냥이 무서웠나봅니다.. 제가 얕은 사람이라서.. 세보이고 싶었나봐요..
남자친구 조차도, 그 말 한 마디에 그렇게 기뻐할 줄 몰랐다더라구요.. 제가 자기를 그렇게 좋아하는 줄 몰랐다네요.. 한 쪽은 수줍음이 많아서, 다른 한 쪽은 쓸데없는 자존심만 세서.. 서로 참 많이 좋아하는데도.. 거의 표현 안하고 연애했네요..
결혼해서는, 남자친구한테도 너무 잘하고 싶구.. 순박하셔서 오히려 저만 보면 긴장하시는.. 그러면서도 너무너무 잘해주시는 남자친구 부모님께도.. 최선을 다하고 싶네요..
그리고, 남자친구 부모님이 학교를 거의 못 다니셔서.. 남자친구도 그쪽 부모님도 저희 집에서 혹시 반대할까 많이 걱정하셨었는데, 조심스레.. 이런이런 분들이십니다.. 라고 아버지께 말씀드렸을 때, 그런 걸 왜 따지냐고 오히려 저를 탓하시고, 행동을 더 조심해서 건방지다는 오해 사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당부하신 우리 아버지께도 너무 감사하네요.. 저도 남자친구도 저희 부모님들만큼 좋은 부모가 되도록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출처: http://tinyurl.com/dbqopl
이준구
답글삭제(2009/01/27 13:34) 요새 친구들 말 들어보면 프로포즈를 뻑적지근하게 하나봐요. 우리 때는 대충 눈빛만 맞으면 되는 거였는데요. 조금 잘 살게 되면서 이런저런 번잡한 절차가 너무나도 많이 생긴 것 같습니다. 결혼식 자체도 예전에는 안 하던 것들 많이 하구요. 그러나 이런 감동이 있으면 절차가 번잡스럽다는 건 그냥 눈감아줄 수 있겠네요.
박영환
(2009/01/27 14:50) 박사님 글의 무뚝뚝한 남자가 훗날의 제 모습같아 보입니다..^^;;(저는 글속의 이런 맘씨좋은 아가씨라도 만날 수 있을지..
-_-;;) 설날 인사가 늦어 죄송합니다. 교수님, 박사님.
안박사님처럼 좋은글과 재미있는 글도 많이 쓰고 해서, 최근에 게시판에 불미스러운 일로 불편하신 교수님의 심기를 좀 유쾌히 해드려야 하는데..--;; 글을쓰고 싶어도 아는 지식이 전무한지라... 고작 이렇게 뻔하디 뻔한, 안부인사로 갈음을 합니다.-_-;;
저는 연휴삼일간은 집에서 폐인모드로 낮과 밤이 바뀐생활을 하다가, 지금 독도현지에 안좋은 사고가 한건 발생해 사무실에 대기중이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남은 반나절 연휴도 편안히 보내십시오. 이준구 교수님, 안병길 박사님. ^^;;
안병길
(2009/01/27 15:23) 선배님 연배분들께는 염화시중 모드가 대세였을 것 같습니다. 요즘은 프로포즈를 제법 거창한 이벤트로 흔히 염두에 두는 모양입니다.
퍼온 글 내용과 비슷한 행운을 영환님도 겪으시길 빌께요.^^ 독도에서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읽었는데 별일 아니면 좋겠네요.
이준구
(2009/01/27 15:39) 요즈음 녀석들 떠들석하게 사는 모습 보면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 때가 있기는 합니다. 우리가 젊었을 때는 기성세대들이 혀를 찰 짓을 많이 했겠지만요.
나도 독도 기사 봤는데, 영환군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네. 하여튼 늘 건강하기를 바래.
김형균
(2009/01/27 16:53) 뻑적지근하게든 뭐든 저도 프로포즈 한번 해봤으면 쿨럭;;
안병길
(2009/01/27 22:38) 형균님, 女福 많이 받으세요.^^
김규식
(2009/01/28 04:26) 역시 대세는 이벤트인건가요...??ㅠ올해도 조용히 잠수를....
J.Paul
(2009/01/28 13:05) 저기 나오는 두 남녀주인공들은 역할만 바꾸면 J.오스틴의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에 등장하는 분들같아요. ㅎ
안병길 박사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안병길
(2009/01/28 13:59) 규식씨, 여친 만들기 미션 드릴까요? ㅋ
J.Paul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김규식
(2009/01/28 18:20) 박사님, 그렇게 되면 미션 실패 예약입니다.ㅋㅋㅋ 근데 미션 성공해도 나름대로 곤란할 듯해요. '사실, 난 미션 수행을 위해서 널 만난거야.' 비 오는 날 먼지나게 맞고 살아남으면 나름대로 성공일 듯 합니다.ㅎㅎㅎㅎ
CHuLBaKI
(2009/02/09 00:38) 마냥 부럽기만 합니다 ㅠ.ㅠ 제 여자친구 부모님 께서는 .. 제가 졸업한 학교 이름만 듣자마자... 바로 만나지 말라고 하셨다는 ㅠ.ㅠ 결국 몰래 사귀고 있는데.. 여자친구는 매일 저한테 그 사실을 미안해합니다.ㅠㅠ 그래도 전 제 여자친구가 너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