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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3일 목요일

[자유] 우리나라 정당의 공동체 지향 (3)

이준구 교수님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공동체 자유주의에 대해서 저는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http://tinyurl.com/ahn-lincoln1)

"최근에 어떤 학자께서 공동체 자유주의라는 개념을 설파하고 계신다는데, 저 같은 교육을 받은 사람은 그 말을 딱 듣자마자, 혹시 룻쏘? 이런 생각이 팍 듭니다. 자유와 공동체를 엮어 놓으면 매우 어색한 개념이 됩니다. 자유주의면 자유주의이고, 공동체면 공동체이지 그것을 묶을 이유가 무엇이 있겠습니까. 그 책을 읽어보니 비판을 할 수가 없더군요.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고 주장을 해놓으니 무엇을 비판할 수 있겠습니까. 그냥 아, 예~하고 말았죠.^^

공동체라는 상위 개념을 두는 것 자체가 진정한 자유주의에 어긋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공동체에 의해서 자유가 구속된다면 그것이 진정한 자유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자유는 자유에 의해서 구속되는 것이 자유주의의 핵심입니다. 개인주의 사상이라는 것이죠. 사람을 공동체로 묶어서 한 덩어리로 만드는 순간, 개인의 자유는 적어도 조금이라도 더 훼손될 수밖에 없죠. 그럼 국가는? 국가가 어떻게 일반적인 정치 공동체입니까? 여러 이익이 상충하는 큰 정치 집단일 뿐이죠. 통일도 반대하는 사람이 있죠. 평화 시 국가를 정치 공동체로 간주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무엇을 제시하여 하나로 모을 수 있는지 저에게 예를 보여주시면 경품을 드릴 의향이 있습니다. 가장 가까이 갈 수 있는 경우가 월드컵 4강 신화의 축구 정도가 될 텐데, 그것은 정치 이벤트가 아니죠. 또한, 더 엄밀히 따지자면, 축구 때문에 열광하는 사람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그 정도인데 정치에서 무슨 국가 공동체 타령인지 모르겠습니다. 종교에는 공동체가 있습니다. 국가 운명 공동체는 어떻습니까? 지구가 멸망하면 모두 끝입니다. 그런 의미라면 공동체 아닌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자유는 자유이지, 공동체를 위해서 희생을 하고 자시고가 어디 있겠습니까.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위해서 이기적으로 열심히 사는 것이 자유주의의 모습입니다. 이기적으로 사는 사람들이 모여서 자기 조화를 이루는 것이 자유주의의 정답입니다. 만약 그것을 공동체로 표현한다면 그것은 언어의 유희입니다. 여러분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사십시오. 그렇게 해도 착하고 바르게 사는 것이 정답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이 자유주의입니다. 어설프게 국가 공동체를 위한다든지,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든지, 국가이익을 위한다든지, 우리는 운명 공동체 등의 주장으로 무장하여 가스통을 들고 설치는 것보다 그것이 훨~씬~ 긍정적이고 건설적입니다.^^

제가 보기에 우리 정치사에서 국가 전체적으로 평화 시에 정치적 공동체에 근접한 사례가 딱 한 번 나옵니다. 1980년 광주에서 나왔다고 저는 봅니다. 그런 것이 유사 공동체입니다. 그 부분에서는 룻쏘가 일정 부분 맞는다고 제가 인정해줄 용의가 있습니다. 그 이외에는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렇습니다. 물론 북한에서는 룻쏘를 아주 사랑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 전체가 주체사상에 입각한 유사 공동체 아닙니까? 주체사상을 일종의 일반의지로 간주해도 큰 무리는 없겠습니다."

한나라당의 정강 전문과 강령에는 "나눔의 공동체"라는 표현도 나옵니다.

"상류층이 도덕적 책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나눔의 공동체를 지향한다."

"제 14 조 (더불어 살아가는 나눔의 공동체)
집단이기주의와 배타적 공동체의식을 억제하고 상부상조의 미풍양속을 발전적으로 계승하여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실현한다."

언뜻 보기에는 정말 훌륭한 정당으로 보입니다. 이기적이 아닌 이타적 인간을 지향하는 바람직한 도덕을 추구하는 선언입니다. 정강이나 강령이 희망사항도 당연히 포함하기 때문에 그런 이타적 도덕성 지향을 궁극적으로 나무랄 수는 없겠습니다. 그런데 말은 번지르르 하지만, 실제는 어떨까요? 정당이 게마인샤프트(Gemeinschaft)인지 게젤샤프트(Gesellschaft)인지 생각해보시죠. 저는 게젤샤프트로 봅니다. 게젤샤프트로 정당을 파악하면 집단이기주의로 정당을 바라보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한나라당이 "상류층의 도덕적 책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해서 온갖 힘을 다 기울였을까요?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까요? 글쎄요... 왠지 조금 간지럽습니다. 이타적으로 남을 도와주는 개념을 활용할 것이 아니라, 건설적인 이기심으로 잘 먹고 잘 살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개념을 원용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뭔가 켕기는 것이 있는지, 다음과 같은 표현도 있습니다.

"깨끗한 정치를 구현하는 선진정치공동체를 지향한다."

차떼기 정당이라는 별명이 심히 걸리는 모양입니다. "선진정치를 지향한다."라고 간단하게 선언해도 될 것을 왜 굳이 공동체를 집어넣었는지 의문입니다. 앞에서 공동체라는 표현을 여러 번 썼으니 관성으로 들어간 것 같기도 합니다.

공동체가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경제공동체, 남북공동체까지 갑니다.

"북한의 개혁ㆍ개방을 촉진하여 한반도경제공동체를 구현한다."

경제적 이익을 기반으로 하는 남북한 경제공동체라고요? 글쎄요...

댓글 4개:

  1. Gesellschaft인지 Gemeinschaft인지 구별에 밑줄 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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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Gemeinschaft와 Gesellschaft의 구별은 독일의 사회학자 퇴니스가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정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정권을 얻기 위해 만들어 놓은 단체를 Gemeinschaft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면모를 볼 때 - 색깔론을 들고나온다고 지적을 들어도 할 말이 없지만 - 조선 노동당의 당규를 보는 거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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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닌게 아니라 Gesellschaft는 상법이랑 민법 배울 때 눈에 인이 배길정도로 많이 접한 개념이었네요.

    BGB-Gesellschaft 민법상 조합 ....

    Aktien -Gesellschaft 주식회사

    돈 냄새가 물씬 풍겨나는 개념이 아닐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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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 그러고 보니 민우 씨 전문 분야였네요.

    독일 사민당 함부르그 강령에도 Gemeinschaft라는 표현이 11번인가 나옵니다. 물론 Gesellschaft라는 표현은 엄청 많이 나오고요. 독일 사민당은 Gemeinschft를 핵심 개념으로 활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일종의 레토릭으로 집단이나 사회를 Gemeinschft로 지칭하는 것 같더군요. 예컨대, Religionsgemeinschaften, Weltanschauungsgemeinschaften 등등입니다.

    미국에서 지역 대학을 Community College라고 부르죠. 이 Community를 독어로 직역하면 Gemeinschaft를 포함하겠죠. 그런데 실제 뜻은 Gesellschaft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global community라고 할 때 그것이 Gemeinschaft를 의미하는지, Gesellschaft를 의미하는지 전후 맥락을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예컨대 global warming에 대처하는 global community라고 하면, Gemeinschaft 성격을 강조한 것이고, free trade in the global community라고 하면 Gesellschaft를 뜻하는 것으로 봐야겠죠. 어렵습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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