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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7일 월요일

[수필] 학점 이야기

(서울대 이준구 교수님 게시판, 2008/12/13)

학기말이 되면 모든 학생이 최종 학점이 어떻게 나올까 노심초사하게 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제가 컨설팅을 제공했던 고객의 해당 과목 학점이 나왔는데, 학점이 낮게 나와서 전체 평점을 깎아 먹는다는 고객의 감상을 읽고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학점을 잘 받은 것 같은데, 역시 사람마다 눈높이가 다르고 학점은 高高益善이니 고객으로서는 아쉬운 마음이 들겠지요.

호랑이가 담배를 피우던 80년대 중반 즈음까지 외교학과는 교수님들이 학점을 전반적으로 "짜게" 주시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수석 졸업생을 기준으로 제 기억에 4년 평점이 약 0.5 점 차이가 났습니다. 경제학과 수석이 4.1 정도면 외교학과 수석은 3.6 정도였죠. 80학번 경제학과 수석 졸업생은? 알고 계시죠? 물론 경제학과 학생들이 더 우수했겠지만, 그 정도 차이라면 학점을 부여하는 교수님들의 성향 차이도 분명히 있었을 것입니다.

어떤 교수님께서는 "A+는 나보다 더 잘해야 하는데, 그것이 가능한가?"라는 농담 반 진담 반 학점 기준을 제시하시기도 했죠.^^ 그 교수님 강의에서 B+가 최고 성적인 경우가 제법 있었습니다. 전공필수라서 피할 수도 없었으니...

나중에 성적우수 장학금 제도가 신설되었는데 외교학과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외교학과에는 해당 학생이 한 명도 없어서 학교본부에서 배당을 해줘도 그 장학금을 받을 수 없었던 것이죠.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외교학과에 광명이 비추어졌습니다. 학점이 급상승하게 되어 급기야 외교학과에도 평점 4.0을 넘기는 학생이 탄생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줄을 잘 서야 된다."라는 말이 있죠. 이것이 학점에도 해당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물론 외교학과에 매우 우수한 학생들이 그 이후 몰렸던 영향도 있었을 것입니다. 외교학과 후배들이 자랑스럽습니다. ㅎ

알찬 교육을 받기 위해서, 또 대학 성적표가 상당 기간 꼬리표로 따라다니기 때문에 학생이라면 학점 관리에 당연히 정성을 많이 들여야 할 것입니다. 주의해야 할 것은 매사가 그렇듯이 주객이 전도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너무 학점에만 매달려서 더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면 곤란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