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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2일 금요일

[여행기] 레이크 타호

(서울대 이준구 교수님 게시판, 2009/07/30)

(제가 미국 구경은 제법 했습니다. ^^ 동부, 중서부, 서부에서 살았고, 자동차로 대륙 횡단을 두 번이나 해서 구경 많이 했죠. 요즘은 뜸합니다. 이 선생님의 여행기에 자극받아서 초간단 여행기를 하나 올립니다. 오래전에 여행한 곳이지만, 위 사진 호숫물의 자연색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레이크 타호 에머랄드 베이, 인터넷에서 오래전에 찾아둔 사진인데, 출처를 모르겠습니다. ㅜ.ㅜ)

캘리포니아의 시에라네바다 산맥 중에 레이크 타호라는 유명한 산정호수가 있다. 매우 높은 곳에 있어서 적설 기간이 길어 주위에 스키장이 많으며, 많은 사람이 휴양을 즐기는 곳이기도 하다.

스탠포드에서 박사학위 논문을 마무리 지을 즈음(학위를 로체스터 대학교에서 받았지만, 학위논문 작성은 스탠포드대 후버연구소 Research Associate으로 있을 때 대부분 이뤄졌음.),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었다. 하루는 심야에 혼자서 차를 몰고 레이크 타호로 올라간 적이 있다. 약 5시간 반 운전 뒤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새벽 안개를 조심스럽게 헤치며 레이크 타호로 접근했던 것이다.

동이 어슴푸레 터오면서 내 앞에 레이크 타호의 깊은 물이 갑자기 나타났다. 에머랄드 색이라고 주장하는 색을 제법 봤지만, 그때 느낌은 “앗, 이것이 바로 에머랄드 색이구나!”라는 것이었다. 짙은 초록색도 아니고, 짙은 옥색도 아닌, 특유의 색이었던 것이다. 새벽의 레이크 타호에서 마주친 에머랄드 색은 정말 아름다웠다.

아침 무렵에 출발하여 집으로 돌아오는데, 너무 졸려서 더는 운전을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레이크 타호로 가는 고속도로는 그 경사도나 꼬불거림 정도가 상당한 편이다. 따라서 잠깐 졸더라도 큰 사고의 위험이 있는 산악 고속도로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생명을 보전하기 위해서 비상선에 차를 세우고 한숨 잔 다음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래도 에머랄드 색을 그 새벽에 볼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는 큰 행운이었다고 아직도 생각한다.

댓글 3개:

  1. 임형찬
    (2009/07/30 11:01) 정말 멋집니다. 우리나라는 자연호수가 별로 없어서 그런지 호수만 보면 정말 아름다움을 느끼는데, 짙푸른 색깔의 호수를 보니 마음이 평안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 풍경을 자세히 보면 볼 수록...왠지 미국인의 정서보다는 인디언들의 잔상이 짙게 남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기분탓일지 모르지만요. (말뜻은 미국인의 문화에서 느끼는 정서라기보다 인디언의 문화에서 느끼던 감정들과 풍경에서 나오는 아름다움의 감정이 더욱 비슷하게 느껴진다는 뜻입니다.)

    영도스키
    (2009/07/30 11:09) 레이크 타호, 기회가 되면 꼭 가보고 싶습니다. 하얀 침엽수, 보트의 물보라, 전체적인 사진의 구도가 밥로스 아저씨를 연상케 하네요. "자, 여기 원근법을 이용해 나무 하나 그려볼까요, 어때요? 쉽죠?"
    하는 것 같습니다^^ 얼핏 보면 충북 단양의 도담삼봉과도 닮아 있네요.

    이준구
    (2009/07/30 11:15) 그때 안박사 결혼했을 때입니까? 왜 그런 모험을 하기로 하셨는지 궁금하네요.

    그런데 거기 호수 색이 Canadian Rockies의 호수 색과는 약간 다르지 않나요? 캐나다쪽은 빙하가 녹아내린 물이 주류기 때문에 가까이 가보면 거의 쌀 뜨물 같거든요. 그런데 그게 햇빛을 받으면 초록색으로 변하는 겁니다.

    이에 비해 타호의 경우에는 맑은 물의 푸른색일 것 같은데요.

    임형찬
    (2009/07/30 11:15) 어때요? 쉽죠?;;;; 그 다음 시청자들의 침묵!!!

    안병길
    (2009/07/30 11:49) 저는 스키를 못 타서 겨울에는 가보지 않았는데, 겨울에 그곳에서 스키를 타면 정말 좋다고 합니다. 산에서 내려와 호수로 빠지는 느낌이 든다고...

    선생님, 저는 로키를 아직 구경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좋다고 하는데, 기회를 못 가졌습니다. 타호 물은 청정수 그대로입니다. 그 물을 받는 지역은 집값이 더 비싸다고 합니다. ^^

    김윤
    (2009/07/30 13:24) <동부, 중서부, 서부에서 살았고, 자동차로 대륙 횡단을 두 번이나 해서 구경 많이 했죠.> 와우.. 정말 부럽습니다 ㅠ.ㅠ

    안병길
    (2009/07/30 13:36) 김윤씨 댓글을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러나 정처없이 떠돈 영혼인 면도 있음을 감안해주세요. ^^ 두 번째 대륙횡단은 겨울에 했는데, 첫 번째와는 달리 시간 여유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힘들었죠. 운전은 주로 제가 했거든요. 첫 번째는 10박 11일, 두 번째는 6박 7일에 주파했습니다.

    형찬씨 댓글에 답을 못 했네요. 타호라는 이름이 인디언 말이죠. 원래 인디언 땅이었습니다. 뺐겼습니다.

    김형균
    (2009/07/30 23:33) 전 '시에라 네바다 '맥주가 좋습니다 ㅋ

    안병길
    (2009/07/30 23:55) 형균씨, 저에게 이메일 보내주시면, 좋은 일이 생깁니다. 맥주는 아닙니다. ^^

    신영기
    (2009/07/31 09:13) 저런 산정 호수가에서 사흘만 아무일 않고 지내면 좋겠습니다. ^^;

    이준구
    (2009/07/31 14:35) 사흘이면 조금 지겹지 않을까? 난 그래도 북적대는 곳이 좋던데.

    안병길
    (2009/07/31 14:58) "아무일 않고"가 핵심인 것 같습니다.^^

    신영기
    (2009/07/31 21:41) 시골에 8년 정도 살다 보니, 사람이 북적대는 곳에 가면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ㅎㅎㅎ

    하긴 세살박이 아들과 같이 지내다 보면 장소에 상관없이 언제나 북적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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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레이크 타호를 보며 슬로프를 내려오면

    마치 레이크 타호를 향해 뛰어드는 느낌이 든답니다.

    설질은 최상이고....

    우리나라 스키장과 달리...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서

    한번더 갈아타야 슬로프가 나옵니다.

    워셔액은 꼭 맹물 넣고 가지 마시고

    겨울용 워셔액을 챙기세요.

    고개를 넘어 가면 온도가 급강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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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타호에서 스키를 타셨군요. 부럽습니다.
    저는 스키를 배우려고 노력은 했는데, 그쪽 운동신경이 영 발달하지 않았는지 실패했습니다. ㅜ.ㅜ
    애들은 금방 배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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