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3일 인터넷에 댓글로 올린 글을 추리면서 일부 수정했습니다. 원 글 출처: http://tinyurl.com/ahn-yshahn)
1) 민주화 운동을 한 사람들도 여러 유형이 있을 겁니다. 제 절친 중에 지금은 변호사로 활동하는, 80년대 초반 운동권에서 유명했던 친구가 있습니다. 고등학생일 때 제 짝이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남영동 대공분실에 잡혀가서 칠성판에 누워서 전기고문까지 당했죠. 친구들과 만나도 전혀 그런 기색은 하지 않았습니다. 민주화 운동을 할 때도 그랬고, 수형 생활을 마친 이후에도 그랬습니다. 고등학생이었을 때도, 민주화 운동을 하던 대학생이었을 때도, 사회인이 되어서도 정말 여리고 겸손했습니다. 그런 친구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습니다. 이 친구 성도 안 씨네요... 자신의 수사를 맡았던 공안 검사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가 있습니다. 2003년 3월에 적은 글입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111986
다른 친구도 있었습니다. 이 친구 이야기는 제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참조: http://ahnabc.blogspot.com/2009/08/80-80.html)
그 친구들은 민주화에 공이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잘살게 되었어도,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의 인권과 목숨을 짓밟은 것은 정당화할 수 없다고 봅니다.
2) 현대 민주주의가 대의제를 위주로 하지만, 직접 민주주의의 중요성도 간과하지 않습니다. 주민 발의/투표/소환이 대표적인 직접 민주주의 제도입니다. 아울러서 시민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에 속합니다. 우리 헌법에도 그렇게 대못을 박아 놓았습니다.
기본권을 경제학자들이 어떻게 편익계산하는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 "알량한", 어쩌면 돈도 되지 않는 자유나 인권 때문에 사람이 죽기도 합니다. 경제학적으로는 매우 비합리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인간으로서는 합리적인 행위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시민이 왜 거리에 나와서 촛불을 들었습니까? 시민 대부분이 할일 없어서 재미거리로 그렇게 했습니까? 우리 국가의 신인도를 낮추려고 그렇게 했습니까? 법원이나 정부 청사 앞에서 시민이 왜 시위를 합니까? 자유주의에서는 생각의 자유,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결사의 자유가 모두 기본권입니다. 물론 생각의 자유를 제외하면 절대적 자유는 아닙니다. 자유와 자유가 박치기하면 자유가 제한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헌법에 명기한 기본권을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하려는 발상은 권위주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헌법재판소의 야간 집회에 대한 결정을 어떻게 봅니까? 경제적 효율을 떨어뜨릴 잘못된 결정으로 봅니까?
작년 촛불 집회 및 시위의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었다고 봅니까? 정부입니까? 시민입니까? 촛불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방해하려 했다고 봅니까, 표현의 자유를 행사해서 자유민주주의를 진작시키려고 했다고 봅니까? 촛불 시위의 근본 원인이 정부에 있었다면 관련 경제적 비효율을 초래한 것은 정부라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참조: "민주주의에 대한 단상들" http://ahnabc.blogspot.com/2009/10/blog-post_03.html
"권위주의와 경제발전" http://ahnabc.blogspot.com/2009/09/blog-post_18.html
3) 민주주의를 과소 평가하는 것도 곤란하지만, 과대 평가하는 것도 곤란합니다. 민주주의에서 정치적 조작도 가능합니다. 우리나라의 현행 대통령 선거제도는 비민주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민주주의 모범으로 불렸던 바이마르 공화국 체제에서 히틀러와 나찌가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참조: "투표의 역설과 의제 설정" http://ahnabc.blogspot.com/2009/09/blog-post_985.html
"현행 대통령 선거제도 개선" http://ahnabc.blogspot.com/2009/08/blog-post_4732.html
"노무현의 정치 성적표" http://ahnabc.blogspot.com/2009/10/blog-post_6865.html
자유민주주의가 지금까지 있었던 정치 이념/제도 중에서 상대적으로 괜찮은 평가를 받는 것은 맞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유민주주의의 완결판이 나온 것은 아닙니다. 자유민주주의는 역사의 끝을 상정하지 않습니다. 진보하든지, 정체하든지, 후퇴하든지, 셋 중 하나라고 보면 됩니다. 대의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혹은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국가의 주인인 국민은 언제든지 정치적 의사를 직접 표현하여 시정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위임한 권력을 철회할 수도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 시민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는, 혹은 바람직하다는 정답을 찾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저는 그냥 소소하게 헌법 정신에 따라서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확보하려고 노력하며, 헌법에 명시한 국민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원리 정도만 제시하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 시민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답을 정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특히, 자유주의의 속성을 살펴보면 그런 생각이 더 듭니다.
집체주의(Populism, 예컨대 구 소련 공산주의, 현재 북한의 주체사상) 에서는 인민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정답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죠. (참조: http://tinyurl.com/ahn-rousseau "룻쏘 일병 구하기") 국민교육헌장이라고 있었죠. 국민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답을 상세하게 제시한 것이었습니다. 유신 헌법이라는 것도 있었습니다. 국민의 기본권을 극심하게 제한하면서도 "한국식" 자유민주주의 정답이라고 정부에서 홍보했습니다.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대한민국과 국민을 돕는 것인지, 집권자나 정부에게 대충 ok 사인을 날려주는 것이 바람직한지, 건설적인 비판을 수시로 해주는 것이 좋은 것인지, 어떻게 해야 제대로 도와주는 것인지, 기타 등등... 개인마다 생각이 다를 것입니다. 특히 ex ante(사전적) 평가는 무엇이 정답인지 애매모호할 때가 잦을 것입니다. 사람은 로보트가 아니라 생각할 수 있는 인간이니까요.
인간사가 복잡한 편이지요. 자유민주주의도 정말 복잡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미리 답으로 정해놓고 사람들이 그 방향으로 획일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강한 주장을 만나면 어색하다는 느낌이 주로 듭니다. 이념적으로 어느 쪽이든 어색하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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