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준구 교수님 게시판, 2009/09/06)
인터넷 동호회에서 다음과 같은 발제를 해봤습니다.
(발제 시작)
날 짜 (Date): 2009년 09월 03일 (목) 오후 08시 04분 54초
제 목(Title): 인간은?
이기적일까요, 이타적일까요? 아니면 이기적이기도 하고, 이타적이기도 할까요? 이기적 이타심이나 이타적 이기심도 있을까요?
아프리카에서 구호활동을 펼치는 일부 자원봉사자의 활동을 이기적 이타주의(Selfish Altruism)로 해석한 글을 인터넷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남을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아프리카의 못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신의 우월한 처지에 자부심을 느끼는 이기주의가 작동한다는 것이죠. 마리아 테레사 수녀님은 그렇지 않았겠지만, 이런 이기적 이타심도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발제 끝)
댓글이 여러 개 달렸습니다. 그 중에서 다음 두 댓글이 재미있었습니다.
이공계 분들인 것 같습니다.
"이기적이지 않은 이타심은 그럼 다음과 같은 것일까요?
1) 자기와 대등한 사람들을 돕는 경우
2) 자기보다 우월한 처지의 사람들을 돕는 경우
(왠지 공돌이들은 이타적인 것 같다는...)"
"자기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기주의, 가족 등 일부 집단을 위한 이기주의, 종족(인류) 전체의 이익을 위한 이기주의, 순수한 이기주의, 이타적 이기주의, 이기적 이타주의... 모두 이기주의의 다양한 형태일 뿐이죠.
진화생물학에서 내린 결론을 받아 들이니 더이상 다른 설명에는 별로 관심이 안가게 되는군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안병길
답글삭제(2009/09/06 21:36) 참조: http://www1.umn.edu/umnnews/Feature_Stories/Studies_in_selfish_altruism.html
"Studies in Selfish Altruism"
;;;종문;;;
(2009/09/06 22:51) 논점에서 벗어난것 같긴 하지만, 이기심과 이타심의 방향은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이 둘은 서로 보완적인것 같군요. 제가 재미있게 읽은 책중에서 사회적 기업에 대해 다룬 '보노보혁명'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기심을 바탕으로한 자본주의가 사회를 발전시켜왔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분명 가지고 있는 한계를 가지고 있는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타심을 바탕으로한 사회적 기업이 이를 보완할수 있을것 같군요. 어쩌면 이기심, 이타심이 공존해야지 사회가 알맞게 돌아갈수 있는것 같군요. 안타깝게도 요즘에는 너무나 이기심이 만연한것 같네요.
김윤
(2009/09/06 23:06) 예전에 어떤 자리에선가 경제학에 대해 변호하면서 이기적 이타주의라는 말을 정말 여러번 사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신적 만족감까지 범주를 넓혀서 사용하면 모든 게 다 포괄가능하하고... there is no free lunch라는 말이 사실이 되겠지만...
조금 시간이 흐른 다음에 생각해보니.. '이기적 이타주의'라는 표현 자체를 받아들이다보면... '어차피 저것도 결국에는 이기적인 행동인데뭐..'하면서.. 이타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데도 이기적으로 행동하게 되는 것 같더군요...(제 자신이 그랬습니다 ㅠㅠ)
100% 이타적인 행동을 실로 드물겠지만(지하철 선로에서 사람이 떨어지자 바로 뛰어나가는 행위..).. 상황에 따라서 더 남을 배려하고 위하는 행동을 할 수 있을만한 상황은 많은데 이기적 이타주의로 생각해버리게 되면, 아무래도 더 자기만을 위하게 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
안병길
(2009/09/06 23:52) 그 토론에서 마지막에 저는 다음과 같이 제 생각을 밝혔습니다.
"합리성 개념을 고무줄 늘이듯이 늘이면 모든 인간 행위를 합리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듯이, 이기심도 그렇게 될 수 있겠죠. 이기심과 이타심을 구분하는 경계는 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읽어보니 아프리카 구호활동은 그냥 이타적 행위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한 것 같습니다. 세부적으로 따지고 들면 이기적인 사례로 분류해야 더 바람직한 경우도 있겠지만요.
전반적으로는 인간이 이기적인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인간은 합리적이라는(좋은 이성이라는 뜻이 아니라, 경제학에서 정의하는 rational) 사회과학적 가정은 타당하다고 저는 봅니다."
윤숙현
(2009/09/08 09:36) 최정규 교수님의 '이타적 인간의 출현'같은 책이 매우 읽어볼만 하죠
윤형석
(2009/09/09 01:00) 이런 예가 적절할 지는 모르겠으나...
테레사 수녀님도 "스스로가 좋으셔서" 남을 위해 평생을 바치셨다고 했을 때...
즉, 스스로를 위해서 봉사를 했다고 했을 때, 이는 이기적 이타주의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기심이란 것은 그냥 자신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주의적 성향의 확장으로 인하여 타인과 나와의 관계에서 나의 이익"만"을 소중히 하는 것입니다.
이타적 행동이 "스스로 선택하여 스스로의 행복감을 위해서 한 행동"이더라도, 이것은 절대 이기적 이타가 아닌 그냥 이타입니다.
이기적 이타주의라는 oxymoron을 누가 쓰셨는지 잘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는 이기적인 행동과 이타적인 행동은 상호보완적이거나 방향이 다른 것이 아니라, 대립적 개념입니다. 우리가 "이기심"에 대한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면 복잡한 얘기들이 필요없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