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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5일 월요일

[BeA] 그림 이야기1- 민중화가 오윤

안박사님의 블로그가 만들어졌을 때 회원으로 초대되는 영광을 누려 무슨 포스팅을 할까 고민을 했었습니다. 아무래도 전공이 미술이니 그림이야기가 좋을 것 같은데 저는 이론 전공이 아닌 실기 전공이라 사실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음악을 좋아하시는 안박사님께서 미술에도 관심을 가지시겠다고 하셔서 그림이야기를 포스팅 해야겠다는 계획을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할까, 또 어떤 그림을 좋아하실까... 등 고민 결과 너무 유명한 작가, 또 너무 알려지지 않은 작가, 또 지극히 저의 개인적인 취향만 반영된 작가는 피하면서도 알아두면 좋을 만한 작가를 소개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민중화가 오윤 이라는 화가(주로 목판화 작품을 한 판화가)에 대해 포스팅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미학수업에서 배운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세 가지 관점이 있습니다. 작가, 작품, 관객 각각의 요소에 초점을 맞추어 감상하는 것입니다. 혹시 이미 오윤에 대해 아는 분들이 많을 수도 있겠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오윤이라는 작가가 작가, 작품이라는 관점에서 매우 뛰어난데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또 대표적인 민중화가라는 측면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외치시는 안박사님께서도 좋아하실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오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1980년대에 신군부 정권과 자본주의 체제가 드러낸 모순이 격화된 사회의 단면을 표현하는 한국의 민중 미술이 등장하였습니다. 그리고 1980년 젊은 작가들의 동인 모임인 ‘현실과 발언’이 창립되면서 본격화 되었는데 화가 오윤이 ‘현실과 발언’의 동인으로 민중미술의 대표적 작가입니다. 오윤은 미술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가지고 민화, 무속화, 불화, 탈춤, 굿 등 한국 전통의 민중 문화를 연구하고 이를 민족 예술로 승화시키는 작업에 전념하였습니다. (이렇게 사회의 한 단면을 예술로 풀어내는 그림 중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그 대표적인 예이지요^^)오윤은 자신의 작품으로서 사회의 모습을 분명히 드러내고자 했으며, 그런 면에서 그의 작품 활동이 사회적 행위였던 것이고 사회 운동이었습니다. 오윤을 민중미술 운동의 대표적 작가로 보는 것은 민중 운동에의 참여, 그의 작품이 민중 운동에 사용된 것, 또는 그의 미술 속에서 민중이 드러나고 있는 점 등 민중 미술로 보는 다각적인 측면을 종합하여 평가되기 때문입니다.

오윤의 작품을 보면 그만의 작업세계의 매력을 하나둘씩 찾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오윤의 작품들은 김홍도, 피카소, 불교의 탱화, 멕시코의 벽화가들의 영향을 받았는데 주로 인물을 많이 그려 민중의 모습을 표현하였습니다. 자신의 작품을 통해 당시 산업사회의 부정적인 측면을 풍자하거나, 우리 사회의 현실과 역사의 ‘한’을 ‘신명’으로 풀면서 ‘소리’나 ‘기’같이 형이상학적인 것도 시각화 하고 민초들의 애환과 신명의 정서를 자신만의 예술로 풀어냅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을 보면 민족적인 정서가 느껴지는 민화나 풍속화 같은 전통미술의 형식을 빌려 표현한 효과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성격이 잘 드러나는 것은 <춘무인춘무의>(아래그림)입니다.



탈춤, 마당굿 등 전통 민간 연희 모습을 차용하여 작품에 구성한 것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마당극을 보는 듯한 전체 화면과 그 안의 인물 동세를 통해 운동감과 가락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웃고 있는 표정의 얼굴과 춤사위 동작을 통해 ‘신명’의 정서를, 무표정하거나 얼굴을 가린 모습, 뒷모습의 자태를 통해 ‘한’의 정서가 느낄 수 있습니다.(웹상으로는 너무 작아 잘 안보이네요.ㅠㅠ) 마당극 형식의 구성을 통해 민중적 정서와 소리, 춤사위를 시각적으로 감지하게 하는데 이는 민중의 삶과 모습을 작가의 개성으로 표현하였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현실에 대해 말하면서 민화, 풍속화 같은 전통 미술의 형식을 빌려 표현했으며 그 안에서 민족적 정서와 형식에 대한 탐구의 모습을 보여준 것입니다. 이 작품에서 김홍도의 영향을 받은 것이 느껴지시나요?^^

또 다른 그림을 감상해 볼까요? 개인적으로 오윤의 작가적인 센스와 재치가 발휘된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그림입니다.



<마케팅Ⅴ:지옥도>입니다. 탱화의 형식을 빌어 현실 사회를 풍자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소비사회의 성격을 드러내는 갖가지 광고판과 문구들, 업경대를 비유한 중간 부분의 묘사는 당시 시류에 휩쓸린 작가의 모습을 통해 현실 고발과 비판적 성격을 풍자적으로 보여줍니다. 선명한 색조와 이야기가 있는 구도(인터넷에 자료가 없어 도록을 사진으로 찍은거라 질이 조금 떨어지네요^^;;;)로 사회현실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고발하되 작가 개성으로 재해석 하면서 직설적인인 고발보다는 불화 형식을 차용하여 해학과 풍자로 승화시킨 것입니다.

저는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서사적 구도를 따라 이야기가 엮어져 그림을 보고 있으면서 마치 재미있는 책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또 확대해석일 수도 있지만 코카콜라나 아이스크림 콘(이런 종류의 다른 작품에서는 화장품, 광고의 문구 등까지 등장)등이 작품에서 재미있게 드러나 아마 오윤이 지금도 살아있다면 현대에 자본주의를 풍자하는 몇몇의 팝아트 작품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러한 성격의 작품들이 더 있는데 오윤의 화가로서의 작가성은 물론이고 민중으로서의 재치가 드러나 개인적으로 본받고 싶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작가 오윤은 40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 그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암울한 시대에 민중화가로서의 오윤의 역할과 독자적인 조형성이 담긴 작품들을 생각해보면 더 활발히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도 오윤이라는 화가에 대해 몰랐는데 학부 3학년 때, 수업을 통해 오윤을 주제로 발표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 공부하면서 오윤이라는 작가에 대해 알게 되고, 또 그의 작품이 가진 매력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민중화가로서의 오윤도 대단하지만 저는 그보다도 작가로서 오윤이 보여준 조형성과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내는 재치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재치에 빠져서 오윤의 작품들을 자꾸 보게 되거든요..^^ 그 밖에 또 다른 작품들을 감상해보세요.
<지옥도> (작품 속의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들을 읽어보세요.^^)


<귀향> (추석날 고향을 향하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노동의 새벽>(좌), <바람부는 날>(우) (민중들의 애환이 느껴지지 않나요?)





안박사님께서 김홍도를 좋아하신다고 하셨는데 오윤의 작품에서 김홍도의 영향이 느껴지시나요? ^^ 또 성냥불 조원들을 아끼시는 마음처럼 오윤도 우리민중을 사랑했는데 그의 작품에서 오윤의 민중사랑 마음이 느껴지시는지요?^^ 안박사님 한국 오시기전에 포스팅 하나는 해야지...라고 맘먹었는데 연휴 끝자락에 첫 포스팅을 하네요.^^오늘은 처음이라 어설픈 글재주로 여기까지 썼지만 다음 기회에는 더 재밌는 글 솜씨와 질좋은 사진들로 멋진 작품들을 소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길지 않은 연휴였지만 모두들 내일부터 시작되는 일상이 즐거운 하루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 7개:

  1. 비아 씨의 소중한 글, 매우 감사합니다. 역시 전문가의 해설과 함께 그림 감상을 하니 더 재미있고 감정이입도 잘 되는 것 같습니다.

    "또 대표적인 민중화가라는 측면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외치시는 안박사님께서도 좋아하실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이 표현에서 더 감사한 마음을 느꼈습니다. 흔히 자유민주라고 하면 아직 과거 권력층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오용 혹은 남용한 자유민주를 떠올리는데, 비아 씨가 제대로 이해하고 계셔서 정말 반갑습니다. 자유민주는 원래 민중의 이념이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제 소견입니다.

    春無仁秋無義... 탈춤과 농악에 어울리는 사람들과 글귀가 가슴에 절절하게 와 닿네요. 탱화 양식을 빌린 풍자와 해학도 그림에 대한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해줍니다. 덕분에 좋은 감상 했습니다. 거듭 감사합니다.

    어릴 때 친구가 서울대 미대에 입학해서 학부 때 딱 한 번 만나고 소식이 끊어졌는데 갑자기 그 친구가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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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안박사님께서 좋아하시니 기분이 좋습니다.^^
    몇년전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오윤 회고전이 있었는데 전 그때 미술학도도 아니였고, 오윤에 대해 몰라 그 전시를 못본 것이 참 아쉽습니다. 그러나 또 기회가 있을거라 기대를 합니다.^^

    오윤의 작품들은 1980년대의 혼란한 사회, 민중들과 관련이 있어 그림이야기가 조금 심각해졌는데 다음번엔 산뜻 발랄한 것으로 준비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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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입니다. 비아 씨의 산뜻 발랄을 학수고대하고 있겠습니다. ^^
    매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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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비아 씨, 글머리로 [BeA]를 넣었습니다. 목록에서 다른 제목들에 묻혀서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아서요.
    괜찮죠? ^^ 괜찮지 않으면 말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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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당연히 괜찮습니다!!^^
    안그래도 호스팅하기전에 글머리를 어떻게 하지?하고 고민했었거든요...^^
    역시 안박사님은 센스쟁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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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점점 종합지식연구소(?)로 변해가네요. ㅋㅋ 너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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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회원님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좋은 예감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10년 정도 지나면 제대로 폼이 잡힐지도 모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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