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Notice) | 방 명 록 (GuestBoard)

2009년 7월 24일 금요일

[자유] 미시간 주립대학교를 떠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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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4월, 미시간 주립대 학생회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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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미시간 주립대학교 정치학과에 재직한 지 벌써 삼 년이 지났습니다. 1994년 어느 봄날 전 학과장이셨던 Brian Silver 교수님으로부터 조교수직을 제의받고 저 자신을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비슷한 일이 지난 2 월 중에 생겼습니다. 한국의 한 대학교의 조교수로 임명하겠다는 연락을 받고 저는 또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저 자신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로서는 그 학교의 교수로 간다는 것이 더없는 영광이며 제 분에 넘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미시간 주립대학교에 재직하고 계신 모든 한국관계 교직원과 학생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이 지면을 빌어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동안 저에게는 많은 일이 MSU에서 있었던 것 같습니다. 1995년 광복 50주년 학술행사를 임 길진 교수님의 후원을 받아서 그 당시 학생회장과 공동 조직하였으며, 작년 4월에는 정치학과 주최의 국제 학술회의를 조직하였던 기억이 주마등같이 지나갑니다. 또 1995-96 학년도에는 한국 학생회 지도교수를 맡아서 학생회 홈페이지 구축을 유도하였습니다. 이런 일들을 하는 와중에 저 자신의 부덕과 능력 부족으로 말미암아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제가 주도한 일과 관련하여 조금이라도 잘못된 것이 있었다면 모두 제 불찰로 간주하시고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자유민주주의를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MSU에서 벌어지는 한국관계 행사와 활동도 자유민주주의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자유민주주의는 여러 면을 가지고 있지만, 그 중 하나가 서로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하는 사회활동에서 절대적으로 옳지 않은 것을 가려내기 어려운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학생회 활동도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어떤 것이 상대적으로 더 옳은 것인지, 어떤 것을 상대적으로 더 좋아하는지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또 학생회는 주인이 학생이므로 지도교수님과 다른 관련된 분들의 의견을 참조할 수는 있지만, 마지막 결정은 학생회에서 주체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유민주주의 기본 가정 중 하나가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MSU에서 벌어지는 한국관계 관련행사가 천편일률적으로 조직되지 않는다고 해서 전혀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저는 평소에 주장해왔습니다.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빗대어서 권위주의적인 군대식 조직운영이 유리한 점이 있다고 평가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더 개방적이고, 더 합리적인 방향으로 학생회 활동과 한국관련 행사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저는 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MSU에 있는 여러 한국관계 단체들이 불협화음을 일으키거나 협력관계가 잘 유지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서로 협의하고 조정하면서 상부상조하면 더욱 훌륭한 행사와 활동이 꽃을 피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MSU 학생회 여러분은 서로서로를 격려하면서 하시는 학업에 큰 열매를 맺으시길 바랍니다. 저는 우리나라 문화를 간혹 "Culture of Discouragement"로 규정하곤 합니다. 크게 틀리지 않았다면 될 수 있는 한 타인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박수와 격려를 보내는 것이 인지상정이 되어야 하는데, 남의 행동을 가능한 깎아 내리고, 또 못하도록 핀잔을 주는 경우가 주위에서 너무나도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렇게 discourage 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절대적으로 옳다고 증명할 수도 없으면서 말입니다. 인간 행동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잘 생각해야 합니다. 자신입니다. 남의 행동이 타인에게 해를 끼친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으면 discourage보다는 encourage를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Negativism보다는 Positivism이 더 밝고 건강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제가 MSU에 있는 동안 도와주신 분들에게 성함은 모두 열거하지 못하지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면서 이 인사말을 마칠까 합니다. 하시는 모든 일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시길 빕니다. 한국에 오실 기회가 있으면, 꼭 연락 주셔서 활짝 웃는 낯으로 뵐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댓글 2개:

  1. 안병길 박사님께서 한때 Spartan이셨단 사실을 접하니 무척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한교수님 홈페이지에는 거의 글을 남기지 않았는데 여기는 꼭 흔적을 남겨야 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드네요. 요즘에는 한국 학생회 소식지라는 것이 없는데 예전에는 있었나보네요. 찰리강은 그 당시에도 있었는지 궁금하기도 하구, 왠지 안 박사님과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종종 들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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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어서 오세요. 예, 그때도 그 음식점이 있었습니다. Go Spartans! 자주 놀러 오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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