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지와 대화를 나누면서 제가 갖고 있었던 생각을 확인할 수 있으면 기분이 참 좋습니다. 며칠 전에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오랜만에 연락한 친구는 무시무시한 핵 발전시설의 안전을 전공한, 때에 따라서 특급경호?를 받아야 하는 조금 겁나는 포스를 갖고 있습니다. 그 친구가 마음의 자유로 자본주의를 견제하는 매우 바람직한 이야기를 해서 신기한 느낌이 왔습니다.
이준구 교수님 게시판에서 간략하게, 자유주의 / 민주주의 / 자본주의 삼각편대가 서로 돕기도 하고, 견제하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자유가 방종이 되지 않도록, 민주 친구가 태클을 걸고, 자본이 방종으로 흐르지 않도록 민주가 시비를 거는 식입니다.
자본주의가 방종이 되면 골치 아픕니다. 그 친구가 하는 일이 핵폭발의 상업화와 관련이 있으니, 이윤 추구의 자유가 방종이 되면 쓰리마일과 같은 참담한 핵 재앙이 다시 생길 수도 있죠. 따라서 자본가와 경영자가 안전설비에 들어가는 비용을 가능한 한 줄이려는 합리성을 과도하게 발휘하면, 엄청난 위험이 도사릴 수 있습니다.
그 친구는 핵 기술자의 양심으로 자본주의를 견제한다는 매우 중요한 말을 했습니다. 과학이 발달하면서 과거보다는 더 정확하게 안전을 평가하여, 비용을 많이 절감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근본적인 안전판은 "절대로" 양보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기술자의 마음 자유주의가 자본주의를 견제하는 장면입니다.
게다가 우리 대한민국인은 유교적 도덕률까지 덤으로 선사받아서 철갑을 두른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죠. 이럴 때 유교적 도덕률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입니다. 이런 전통가치는 살려야죠. 저는 권위주의와 결합한 유교적 도덕률과 고리타분한 윤리는 사그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친구가 말한 긍정적 의미의 전통가치와 도덕률은 더 세련되게 자유민주주의와 결합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 친구가 자랑스럽습니다. 그 친구가 다음에 귀국할 일이 있으면, 특급경호?가 더 잘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특급경호단의 비공식 명칭은 "愛社4"라는 강호의 전설이 있습니다... 하는 일이 비밀스러워서 이곳에 커밍아웃하기는 쬐끔 힘들지도 모릅니다. ^^
p.s. 이 글을 적고 나서 겁이 덜컥 났습니다. 그 친구가 하는 일이 "핵"과 관련이 있어서 제가 글로 방종을 저지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초고를 친구에게 보냈습니다. 제 예상 일부는 맞았고, 일부는 기우였습니다. 그 친구의 보충설명을 아래에 참고자료로 인용합니다.^^ 바쁠 텐데, 초고와 수정본을 읽고 확인해준 친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요즈음 원자력 발전소 안전에 관련된 것은 오픈 정책으로 나가기 때문에 예전보다 그렇게 비밀스러운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애사 4의 특별 경호가 필요없다는 말은 아니다. ㅎㅎ)
참고로 핵발전에 대해 정보를 말해주면:
1. 핵발전은 '핵 폭발의 상업화' 라기 보다는 "엄청난 에너지를 낼 수 있는 핵 분열 반응을 잘 조절하여 상업화 (전력 생산)" 에 이용한 것이다. 핵 무기와 핵 발전소의 공통점은 핵 분열반응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한다는 것인데 핵무기에서는 일부러 반응을 조절안하여 터지게 만드는 것이고 핵 발전소에는 설계 단계부터 핵폭발은 일어나지 않게 조절하여 에너지를 뽑아내 쓰는 것이지. 물론 핵폭발이 안일어난다고 해서 안전을 신경 안써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잘 조절된 핵반응에서 나오는 에너지 조차도 어마어마하거든. 비상시 핵 반응이 정지 되고 나서도 남아 있는 열들을 제거하지 못하면 쓰리마일 아일랜드 같은 사고가 나는거다.
2. 쓰리마일 사고는 운전원들의 경험부족으로 인하여 간단한 사고에 잘못 대응하여 일어난 사고이고, 인위적으로 안전 장치를 불능화 시켜서 큰 재앙을 초래한 사고는 구 소련에서 일어난 체르노빌 사고이다. (인터넷에서 체르노빌 사고에 관련한 자료들 (반핵주의자들이 쓴 것 말고) 찾아보면 도움이 될거다). 따라서 안 박사 논조에 더 맞는 예는 체르노빌 사고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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