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준구 교수님 게시판, 2009/07/20, http://jkl123.com/)
어느 고등학교 3학년 학생과 담임 선생님의 이야기입니다. 공부를 참 잘하는 학생이랍니다. 거의 모든 과목에서 1등급 실력을 갖추고 있는데, 영어만은 1등급이 아니고 2등급이랍니다. 왜인지 아십니까? 집안이 가난해서 그렇답니다. 영어 과외에 돈을 많이 쓸 형편이 안되는 것이죠. 하루는 학생이 담임 선생님께 물었답니다.
"선생님, 파이 드셔 보셨나요?"
"무슨 파이? 파이도 종류가 많은데... 애플 파이, 피칸 파이..."
"애플파이요.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어요..... 커다랗고 둥근 파이를 앞에 놓고 한번 잘라서 먹고 싶어요."
"....."
그 학생의 꿈은 장차 서울대학교에 진학하고, 외국에도 나가서, 국제적으로 살아 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담임 선생님은 코스트코에서 애플파이를 사서 그 학생에게 선물했다고 합니다. 그 학생은 무척 당황하면서 말도 잘 못하고 우물쭈물했다고 합니다... 서울대 근처에서 벌어진 실화입니다.
서울대학교... 영어가 조금 떨어지는 가난한 학생들도 많이 뽑아주세요.
그것이 우리 헌법의 교육평등 정신에 맞다고 생각합니다...
참교육을 향한 마음은 갸륵하지만 실행에 문제가 있어 보이네요.
답글삭제영어를 잘하는 아이를 짤라야 하는일이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가난한 아이가 진짜 열심히해서 영어를 잘 한 경우라면 두배로 억울한 경우가 생길 수 있고...
Pro가 있고 Con이 있겠죠. 현행 제도에서 그런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고, 교육평등도 살리고 피해자도 줄이는 제도로 바꿔야겠죠. 지금 현재 제도는 너무 복잡해요. 우리 실정에서는 오히려 단순한 대입제도가 더 좋다는 생각입니다.
답글삭제서울대가 갈수록 "귀족"학교처럼 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준구
답글삭제(2009/07/20 22:56) 가슴 아픈 얘기지만 뾰족한 방법이 보이지 않네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울대에서는 외국어 경시대회 입상자에게 수시모집에서 가산점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외국어 경시대회는 그 나라에서 몇 년을 거주했든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스페인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스페인어 잘하는 사람에 대해 아무런 페널티를 주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니 부모 잘 만나 외국에서 오래 살다 온 사람들은 특혜를 받게 되는 구도였습니다.
내가 사회대 부학장 때 그와 같은 제도의 도입을 한사코 반대했으나 아무도 내 편을 들어주지 않아 통과되고 말았습니다. 이게 바로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 가난한 학생이 영어를 잘 못하면 그것은 그 학생의 능력 부족 탓이라고 보는 것이 우리 사회의 태도입니다. 내가 정말로 한심하게 생각하는 것은 심지어 교수까지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김윤
(2009/07/20 23:02) 그런 이유 때문에 정 전 총장님 시절에 외국거주 특례전형이 사라진 것 아닌가요? 좀 위험한 발언일진 모르겠지만... 고등학교 때 특례전형으로 소위 명문대를 너무 쉽게 들어가는 친구들을 봤던지라.. 좋은 폐지라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이준구
(2009/07/20 23:10) 외국 거주 특례전형은 내가 말하는 것과 약간 다른 경우일세. 연세대는 그 제도를 최대한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연탄재
(2009/07/21 13:20) 또 좀 다른 이야기인데 극히 일부겟지만 예전 수험생 시절에 본집은 강남에 있는데 영월인가 하는 쪽으로 집을 장만해서 몆년동안 그쪽에 거주해서 지방학생우선선발(정확하진 않습니다) 전형으로 서울대에 들어가려는 경우도 봣지요...정말 좋은 취지의 제도도 악용사례가 있으니 안타깝죠
안병길
(2009/07/21 16:43) 선생님 말씀을 듣고 맥이 탁 풀렸습니다. 그래도 희망을 품고 싶습니다...
;;;종문;;;
(2009/07/22 11:44) 고등학생으로서, 지금현실은 너무 슬프군요.
저희학교에도 외국유학갔다와서 영어잘하는 녀석이 있는데,,거기에서 국어, 수학 과외도 다 해서 지금은 만능이더군요.. 이런걸 부럽다고 해야하는지...
이준구
(2009/07/22 14:33) 안박사, 실망을 드려 미안합니다.
그런데 그게 내 솔직한 심정인데 어떡합니까?
우리나라 교육이 바뀌어지려면 무엇보다 우선 학부모들이 달라져야 합니다. 학교나 교사가 달라지기만 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 학부모들의 태도는 정책으로 바꿔놓을 수 없는 거거든요. 그 반대로 그런 태도로 정책을 왜곡시게고 있는 것이 현실이구요.내가 우리 교육에 절망감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안병길
(2009/07/22 23:37) 학부모의 합리적 선호를 바꾸는 것은 어렵겠지만, 제도적 개선은 생각해볼 만한 것 같습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가능성은 영에 가깝지만, 서울대가 편협한 이기주의를 버리고, 교육 평등을 더 고려하는 대입제도를 도입해주면 좋겠다는 언감생심이 있습니다.
선생님 같은 분이 총장을 하셔야 하는데요...
유림
(2009/07/25 13:08) 저도 같은 고3으로써 많이 공감되는 이야기이네요..
제가 다니는 학교 애들이 반 넘게 외국 살다온 경험이 있고, 다른 애들도 어릴적부터 영어를 배워서 다들 너무나 영어를 잘하더라고요.. 학원도 안다니면서 따라잡기에 영어는 정말 힘든 과목인것 같습니다. 친구들끼리도 그런 얘기가 나오면 '영어는 투자에 비례한다'라고들 하곤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