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들었다.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 어린 생각이었지만 다양한 교양을 갖추는 것이 내 인생에 도움이 되리라 판단하여 클래식 음악을 듣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이후 클래식 음악은 나의 편한 친구가 되었다.
클래식 음악은 처음에는 가까이하기가 조금 어렵지만, 자꾸 반복해서 들으면 그 맛이 더 우러난다고 생각한다. 내가 종합적으로 좋아하는 작곡가는 베토벤과 모짜르트이다. 베토벤은 중후한 멋이 있고 모짜르트는 역시 천재성이 엿보이면서 경쾌함이 멋이 있다. 개별적인 곡으로는 베버의 클라리넷 협주곡과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를 좋아한다. 베버 클라리넷 협주곡 제1번 제2악장은 날씨가 흐릴 때 들으면 그 정취가 더 배어난다고 할 수 있다. 구노의 파우스트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오페라 전체의 곡들이 보석과 같다는 느낌을 항상 받았다. (아래는 오페라에 나오는 "보석의 노래" 아리아임.)
Angela Gheorghiu "Oh Dieu! que de bijoux" Faust (2004)
1980년 대학교 1학년 때 5.18이 일어나 휴교하자 나는 일찍 고향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5월 17일에는 누님댁에서 잤는데, 그다음 날 5.18이 일어났던 것이다. 서울대 기숙사인 관악사에 전화를 해서 짐을 가지러 들어가도 괜찮으냐고 문의하자 들어올 수는 있는데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는 직원의 안내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뒤에 들은 얘기지만 기숙사에서 잠을 자던 학생들이 계엄군에 의해서 난타당했다고 한다. 나는 운이 좋아서 계엄군의 폭력에 당하지 않고 몸 성히 고향으로 향할 수 있었다.
휴교 중이라서 다른 소일거리를 찾아야 했다. 아이디어를 낸 것이 평소 좋아했던 클래식 음악 공부나 해보자는 것과 외교학과 지망생으로서 불어를 배워보자는 것이었다. 그때 집에는 구식 전축이 하나 있는 정도라서, 좋은 시설에서 음악을 듣고 싶은 욕심에 부산의 부심지인 서면에 막 개업한 클래식 커피숍에 자원봉사 DJ를 신청하기로 했다. (수필 "藝田" 참조) 주인아주머니는 빈자리가 없다면서 거절하셨는데, 내 뜻을 설명하고 DJ의 점심때를 넣어서 무보수로 일하겠다고 하니 승낙하셨다.
그 커피숍에서는 음악을 일단 올리면 그 곡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들을 수 있었다. 나는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를 그 당시 매우 즐겼는데, 길이가 2시간 반이 넘는 긴 음악이었다. 오전 10시경부터 2시경까지 4시간 정도 DJ 박스를 지켰는데, 파우스트를 올리면 담당시간 대부분이 지나가버리는 식이었다. 몇몇 손님은 신청곡이 나오지 않는다고 나에게 항의도 했었다. 그 당시에 나는 좋은 시설에서 많은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참 행복했었다.
이런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 때문에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지역에 살면서 KAMSA(Korean-American Music Supporters' Association, http://www.kamsa.org/)라는 한국인 음악인 후원회의 Webmaster 겸 이사로 자원봉사를 한 적도 있다. KAMSA는 매년 한국인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조직하여 연주회를 하며, 가을에는 유망한 젊은 한국인 음악인을 초청하여 샌프란시스코의 Herbst Theatre에서 미국 서부 데뷔 연주회를 연다. 모든 이사의 활동은 자원봉사로 이루어진다.
유학 시절 이후로는 클래식 음악을 자주 듣지는 못하고 있다.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하여 많은 클래식 음악을 인터넷으로 들을 수 있어서 좋다. 클래식 음악을 배경에 깔고 컴퓨터로 작업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권해 드리고 싶다. 음악을 들으면 영혼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잦다.
메이데이 2009/12/16 15:03
답글삭제'어린 생각이었지만 다양한 교양을 갖추는 것이 내 인생에 도움이 되리라 판단하'신 것이 저와 무척 다른 점입니다.
'종합적으로 좋아하는 작곡가는 베토벤과 모짜르트'인 것을 아주 비슷하구요.
안병길 청해 2009/12/16 15:05
ㅎㅎㅎ 메이데이님은 공부만 열심히 하셨나 봅니다.
메이데이 2009/12/17 12:36
답글삭제"공부만 열심히 했"는데 이렇게 돼 있을라구요?!#&*$@%^!?
나름 열심히 놀았습니다. 지금도 놀러 다니는 게 꿈이고 이상이고 목표입니다.
안병길 청해 2009/12/17 16:26
꿈은 이루어집니다! 메이데이님 꿈이 이뤄지도록 빌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