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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27일 일요일

[송년 특선] 서울대 이준구 교수님 인터뷰 1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미시경제학자인 서울대 이준구 교수님은 언론의 인터뷰에 잘 응하지 않으시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래는 작년 12월 27일 이 교수님 게시판에 제가 송년 특선 서면 인터뷰를 요청한 글입니다. 이 교수님은 다섯 번에 걸쳐서 제 질문에 친절하게 답해 주셨습니다. 이 교수님께 다시 감사드립니다.)


(사진 설명: 올해 여름에 이 교수님께서 파리에 가셨을 때 Monet가 수련 연작을 그렸다는 Giverny에서 마련하신 인증샷, 출처: 이 교수님 홈페이지 http://jkl123.com/)

올해를 보내면서 교수님께 여쭤보고 싶은 것을 "특선"으로 생각해봤습니다. 여러 훌륭한 글들을 통해서 교수님의 고견을 일부 알고 있지만 그래도 남아 있는 호기심이 있어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여러분도 여쭤보고 싶은 "특선" 질문을 댓글로 올리시면 교수님께서 비답을 내려주시겠죠?

  1. 테니스: 지금까지 함께 운동하신 테니스 친구 중에서 제일 "강적"이라고 느끼셨던 경우와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2. 화초 키우기: 키우시는 모든 화초를 아끼시겠지만 그래도 더 정이 가는 소장 화초는 무엇일까요? (텃밭 포함)
  3. 여행: 그동안 여행하신 중에 겪었던 재미있는 일화를 한 가지만 소개해주세요.
  4. 공부: 프린스턴에서 세부 전공을 정하셨을 때 어떤 동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5. 교육: 평소 하셨던 말씀을 참조하면 교육자로서 항상 보람을 느끼시겠지만 가르치시면서 특히 어떤 때 보람을 느끼시는지요? (이 질문은 고리타분하지만 정말 궁금합니다.) 
일종의 서면 인터뷰가 되었네요.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은 거절하시지만, 이 정도 인터뷰는 허락하실 것으로 기대합니다.^^

[댓글]

이준구
(2008/12/28 09:02) 비행기를 타기 직전이라 자세한 답변을 할 수 없습니다. 다른 질문과 함께 수요일에 올려 드리겠습니다. 안박사의 인터뷰 요청을 받아 영광입니다.

안병길
(2008/12/28 09:52) 선배님, 대단히 감사합니다. 잘 다녀오세요!

김선영
(2008/12/28 10:32) 교수님의 인터뷰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특히 내년에 학교에서 체육실기로 테니스를 수강할 예정이라서 1번 답이 특히 궁금합니다~테니스 초보자가 라켓 고르는 법도 추가로 알려주시면 안될까요?? ^^

오키프
(2008/12/28 20:59) 선생님, 또 여행가시는거에요? 와~~잘다녀오세요. 그리구 전 4번 답변이 기대됩니다.


[이 교수님 첫 번째 답변, 2008/12/31]

이제 돌아 왔으니 약속대로 안박사 인터뷰에 응하기로 하겠습니다. 답변에 앞서 안박사 같은 고명하신 분과 인터뷰하는 것을 무상의 영광으로 안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오늘은 테니스에 대한 얘기로 시작해 볼까 합니다.

제가 가장 강적으로 생각하는 상대는 역시 이지순 교수지요. 솔직히 말해 이 교수의 테니스 실력이 두려운 것은 아닙니다. 내가 두려워 하는 것은 욕심 내지 않고 공을 되넘기는 그 참을성입니다. 나는 성질이 조금 급한 편입니다. 그래서 공이 몇 번 왔다갔다 하면 이내 참지 못하고 공을 후려쳐 버립니다. 나 같은 하수의 경우 그런 볼의 성공률은 낮을 수밖에 없구요. 내가 공을 날려버렸을 때 이 교수 얼굴에 스쳐가는 미소는 정말로 얄밉기 짝이 없습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내가 내 성질 통제하지 못해 자충수를 둔 것인데요.

그렇지만 나는 승부를 떠나 플레이 그 자체를 즐긴다는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승리를 위해 공을 살짝살짝 넘기는 것은 사나이 답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화려한 자폭의 길을 선택하고, 그것으로 만족하는 것입니다. 이런 나를 제물로 삼는 이 교수가 짓궂은 사람이지요.

그런데 요즈음 이 교수는 테니스를 끊었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아 납득이 안 가지만, 아무리 꼬여도 말을 듣지 않습니다. 한때 경제학부에는 총 8명의 테니스 선수들이 있었습니다. 두 팀을 만들어 플레이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이런저런 이유로 하나 둘 떠나고 나니 이제 류근관 교수와 나 단 둘만 남았습니다. 류 교수는 A조라 B조인 나와 함께 칠 기회가 적습니다. 이제는 인문대 교수들과 주로 치지요.

몇 년 전 내가 사회대 테니스회 회장으로 있을 때 회원 부족으로 인해 더 이상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회비 백만원 정도 남은 것을 인문대 테니스회에 헌납하고 남은 사회대 회원을 그쪽으로 편입시켰습니다. 더부살이를 시작한 셈이지요. 참으로 애석한 일이지만 현실이 그러니 어쩔 수 없습니다.

누군가가 테니스 어떻게 하면 잘 칠 수 있는지 물었던 것 같은데요. 내 철학은 잘 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늘 즐거운 마음으로 테니스 즐기시기 바랍니다.

[댓글]

와사비
(2008/12/31 23:15) 사나이는 강스트로크라고 예전에 저두 생각했었어요. 네트에 닿을락말락하면서 고속으로 날아가는 볼 진짜 멋있어요.

교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안병길
(2008/12/31 23:45) 선배님께서 저를 비행기 태우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무한한 영광이며, 재미있는 말씀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지순 교수님이 멋진 로빙을 띄우시던 모습이 언뜻 생각납니다.^^

92년인지, 93년인지 스탠포드에서 류 선배와 단식을 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저는 학위논문을 마무리지으려 스탠포드를 방문 중이었고, 류 선배는 UCLA에 재직 중이었는데 잠깐 모교를 방문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매년 열렸던 스탠포드-버클리 한국 학생 테니스 정기전에 류 선배도 참가했고, 저는 스탠포드 학생도 아니었지만 평소 자주 교류를 한 경력이 인정되어서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스탠포드가 완패한 다음, 류 선배가 저에게 단식을 한 게임 하자고 제안하시더군요. 실력 차가 엄청나게 있었지만 영광으로 여기고 단식에 임했습니다. 영패는 아니었지만 결과는 제가 "떡 실신" 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류 선배는 발이 굉장히 빠르다는 것입니다. 물론 스토로크의 정확성과 힘도 대단했구요.

강 스트로크라면 이창용 교수도 뺄 수 없겠습니다. 로체스터에서 저와 테니스를 칠 때면 테니스 코트 바닥을 부수는 식으로 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대로 직장을 옮긴 다음에는 테니스를 즐기는 것 같지 않더군요. 요즘은 바빠서 아무 운동도 못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아래 선영님이 초보자의 테니스 라켓 선택에 관한 질문을 올렸는데, 헤드/그립 사이즈, 라켓 무게, 스트링 텐션 등이 자신에게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선배님께서 한 말씀 해주시면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준구
(2009/01/01 09:38) 류 교수는 요즈음 실력이 더 늘었습니다. 프로 선수 지도까지 받는 모양입니다. 그 친구 운동 잘 하려는 욕심은 언제까지 버리지 않고 있으려나 궁금합니다. 타고난 천성인가 봐요. 내가 여기 처음 왔을 때 류 교수가 조교 일을 하고 있었지요. 그때 경영대와 농구시합을 했는데, 류 교수가 볼을 치고 가면 모두들 도망가더라구요. 부딪쳐 봐야 자기만 손해날 것 같으니까요.

이창용 교수는 강스트로크 때문에 나한테 맞을 뻔 했답니다. 1984년 여름 이 교수가 Harvard로 가기 직전이었습니다. 대학원생들 하고 테니스를 치는데, 옆에서 보고 있던 이 교수가 자기도 쳐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러더니 첫 번째 공을 하늘로 날려 보내더니 안 치겠다고 자리를 뜨데요. 그 태도가 불손해서 불러다가 한 대 때려 주려 했답니다. 덩치가 워낙 커서 조금 겁이 났지만 교수가 때리면 맞아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그때 참기를 잘 했습니다. 만약 구타라도 했다면 경제학원론 공저를 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선영군, 글씨 잘 못 쓰는 사람이 붓타박 한다는 말을 생각하게. 라켓에 너무 신경 쓰지 말라는 얘기일세. 요즈음은 웬만한 라켓은 모두 괜찮다네. 그립은 예전에는 가능한 한 큰 것을 쓰리고 했는데, 요즈음은 편하게 가느다란 것을 쓰는 것으로 교리가 바뀌었다네. 그리고 스트링 텐션은 강하게 묶으면 컨트롤이 잘 되고, 약하게 묶으면 파워가 강해지는 점이 있지만 그것도 애매한 점이네. 그래서 난 늘 중간 정도로 맨다네. 테니스 오래 치다 보면 저절로 무엇이 좋은지 알게 되니 미리 알려고 할 필요가 없다네.

안병길
(2009/01/01 09:58) 선배님 말씀이 너무 재미있어서 뒤로 자빠질 뻔 했습니다. 이창용 교수가 홈런쳤던 모습이 머리 속에 쉽게 그려집니다. 그런데 선배님 앞에서 그 때 이 교수의 간이 몸 밖으로 나왔었군요.^^

이주현
(2009/01/01 21:30) 이창용 교수님 구타미수사건은 너무 재밌는데요?? ^^

류근관 교수님께서는 그 유명한 HOBAS(중앙 농구 동아리; 스펠이 맞는지.. ㅋ) 출신이시라는 이야기를 익히 들었습니다. 역시 테니스도 잘치시는군요..

james
(2009/01/04 16:06) 예전에 류근관 교수님이 자기랑 테니스 쳐서 이기면 A 주겠다는 말씀이 생각나네요 ^^;

궁금한게 있는 데 류근관 교수님과 이준구 교수님 중에선 누가 테니스 더 잘 치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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