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 인터넷 동호회에서 있었던 자유민주주의 개념에 대한 짧은 의견교환이다. 필자가 서울대 이준구 교수의 자유주의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그대로 포스팅했는데,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에 불만을 느낀 듯한 한 회원이 필자에게 의견을 물어와서 토론이 성립되었다. 자유민주주의는 독재/권위주의 정권의 기득권층이 활용했던 이념이라는 인식을 그 회원은 보여준다. 필자는 이런 인식을 갖게 한 과거 독재/권위주의 정권의 잘못이 매우 크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유민주주의 본래 모습을 외면할 수 없다고 본다. 자유민주주의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토론]
[晴海] 제 목: 서울대 이준구 교수님의 말씀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주의자가 되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야. 자유와 권리가 조금이라도 침해된다면 목숨 걸고 싸울 용기를 갖고 있어야 해.”
[회원1] 남한에 자유주의자들이 넘쳐난다. 진정한 자유주의자들이다. 필자의 생각이 궁금하다.
[晴海] 그 자유주의는 진정한 자유주의가 아닙니다. 흔히 반공이 자유주의 가면을 쓰기도 하고, 극우나 권위주의가 그렇게 하기도 하죠. 그런 것들은 사이비입니다. 그들에게 빼앗긴 자유주의라는 표현을 다시 되찾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회원1] 남한에 진정한 자유주의자라고 부를만한 예가 있나? “권위주의가 사라져도 (자신만의) 자유와 권리가 조금이라도 침해된다면, (남의) 목숨을 걸고 싸울 용기가 충만한 자들은 여전히 진정한 자유주의자로서 삶을 사는데 어렵지 않을 것 같다.”
[晴海] 자유민주주의는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회원1님은 절대적 이상형 자유주의를 염두에 두고 계신 것 같습니다. 현실에서 이상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현재 우리 자유민주주의도 이상형 근처에 가지도 않았습니다.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더욱 이상형에 가깝게 가면 더 좋겠죠. 그런데 현재 상황은 국가가 자유민주주의 발전 벡터 상 마이너스 쪽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것을 자유민주주의 후퇴라고 합니다. 국민이 그 움직임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표해주면 좋겠습니다. 대답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회원1] 남한에 진정한 사회주의자는 있다. 자유민주주의를 들으면 “두드러기”가 난다. 자유민주주의를 내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더욱 성숙한 시민사회, 행복한 공동체 사회”라고 표현해도 무리가 없는데, 자유민주주의를 “생고생”시키는 것 같다.
[晴海] 자유주의에서는 사상의 자유가 있죠. 그래서 원칙적으로는 공산주의도 수용해야 합니다. 따라서 개인의 신념에 따라서는 공산주의자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현재 주요 정치인 중 사회주의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과문해서 그럴 수도 있겠죠. 어떤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계시나요?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liberal democracy입니다. 그런데 이걸 다르게 번역할 수도 있겠지만, 자유라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이용되기 때문에, 또 매우 소중한 것이라서 버리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성숙, 행복, 공동체, 모두 애매모호하죠. 그런데 자유민주주의라고 하면 원칙이 있습니다. 그 원칙이 헌법에 주르륵 적혀 있습니다. 자유, 평등, 참여라고 축약시킬 수도 있고요.
[회원1] 진보신당의 지도부가 진정한 사회주의자이다. 남한 민중이 과연 “자유”민주주의를 위해서 힘쓴 것인가? 자유, 평등, 참여의 원칙은 사회민주주의가 더 확고하다고 본다.
[晴海] 아, 저는 경제이념으로 사회주의, 즉 공산주의의 약한 형태를 생각했습니다. 회원1님은 사회민주주의를 말씀하셨군요. 용어 이해에 오해가 있었네요. 저는 진보신당도 자유민주주의 정당으로 간주합니다. 자유민주주의의 한 사조로 사회민주주의가 있고요. 즉, 자유민주주의 좌파죠. 제가 생각하는 자유민주주의 범위가 조금 넓습니다. 혼선을 피하려면 리버럴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써야 될지도...
이준구 교수님의 말씀은 원리를 설명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누가 자기 목숨을 걸고 그렇게 싸우겠습니까. 그만큼 자유와 권리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깨닫고 있어야 된다는 것이지요. 주요 정치인들의 밖으로 드러난 태도로 평가해볼 수 있겠지요. 그런데 제가 정치인들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별로 지지하는 정치인도 없고요. 좋아하는 정치인이 있으면 주관적으로 이 사람이라고 거들겠지만 그게 없군요. 유시민 씨가 자유주의자라고 하는데, 얼마나 실제로 투철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는 자유민주주의 원리에 대해서 많이 알 것이라는 추정은 할 수 있습니다. 책도 적었다고 하니까요.
반공을 자유민주주의와 똑같이 부르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왜냐하면, 자유주의는 원칙적으로 공산주의도 배척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용어를 선점해서 그런 결과가 생겼다고 봅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자유민주주의를 제자리로 되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모든 정치인이 그들의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자라고 봅니다. 각자 추구하는 바가 다르겠죠. 그 개인적 추구가 전체이익과 얼마나 맞아떨어지느냐를 따지는 문제는 매우 복잡합니다. 왜냐하면, 전체이익을 정의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거든요. 각 정당에 따라서 전체이익에 대한 정의가 다를 겁니다. 그런데 어느 것이 옳은지는 보는 관점에 따라서 달라지죠. 서로 자기네가 옳다고 주장하니까요.
회원1님 시각에서는 진보신당이 전체이익을 가장 잘 대변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워 보이네요. 저는 그 문제에 대해서 별 특별한 견해가 없습니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으니까요. 저는 정치인들은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회의적인 생각을 해왔습니다. 선입견 같은 것은 없고, 그냥 결과로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관찰자 시각이죠.
자유민주주의 스펙트럼에서 오른쪽부터, 보수당, 중도당, 사민당으로 분류해보면, 사민당은 평등을 더 중시하는 정당이죠. 자유에 대해서는 평가하는 기준에 따라서 다릅니다. 일반적인 기준은 국가가 시장에 얼마나 개입하느냐인데, 그것을 따르면 보수당이 자유를 가장 중시한다고 보죠. 인간 소외를 기준으로 잡으면 사민당이 가장 자유를 중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죠. 회원1님은 당연히 후자 기준으로 보실 것이고요. 좀 복잡합니다.
그럼, 한나라당이 진정한 보수 정당의 면모를 갖췄느냐를 보면 그것도 아닙니다. 보수당은 4대 강 정비 같은 것을 추진하면 안 됩니다. 시장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니까요. 오락가락 정당이라고 저는 봅니다. 민주당의 고민은 중도당으로서 위치를 어떻게 잡느냐인데, 오른쪽으로 가려고 하니 일부 지지층이 떨어져 나갈 것 같고, 왼쪽으로 가려고 하니 당세를 올리는 데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고, 그런 딜레마가 있죠.
자유민주주의에는 다양한 이념 정당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자유주의의 특징이죠. (이하 생략)
[회원2] 자유주의 문제는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의 문제이다.
[회원1] 롤링스톤 지에 골드만삭스에 대한 맹비판 글이 실렸다. “쌀나라에 서식하는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자들”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다.
[회원3] “골드만삭스 이런 애들이 자유민주주의자들이에요?” //
[토론 소감] 회원1은 노골적으로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에 반감을 표시했다. 자유민주주의를 자본주의와 같게 생각한 것 같다. 자유민주주의가 자본주의와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같은 것은 아니다. 사회주의/공산주의는 경제이념으로 현재 북한이 채택하고 있다. 아직 북한과 휴전상태인 우리나라는 사회주의/공산주의를 공당의 정강으로 채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따라서 진보신당이 “자본주의를 극복”한다고 할 때, 그것이 사회주의/공산주의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자유민주주의에서는 공산주의도 원칙적으로는 허용되는 것이 맞다. 왜냐하면, 사상의 자유와 정당 설립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단국가의 구조적 결함 때문에 우리나라는 공산주의를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필자는 사회민주주의도 자유민주주의의 한 모습이라는 견해를 갖고 있다. 사상의 자유에 의해서 공당이 사회민주주의를 제시하고, 민주주의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낸다면, 유럽에서 나타난 사회민주주의 정권도 가능할 것이다. 사회민주주의가 경제이념으로 사회주의/공산주의를 채택할 수도 있고, 자본주의를 채택할 수도 있다. 필자의 시각으로는 사회민주주의는 대부분 “수정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것이지, 공산주의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골드만삭스의 문제는 자본주의를 민주주의가 제대로 견제하지 못해서 생긴 것으로 봐야 더 객관적이다. 자유주의, 민주주의, 자본주의 삼각편대는 서로 돕기도 하고 견제하기도 하는데, 최근 미국 금융위기는 자본주의와 자유주의 결합이 방종이 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혼용되는 용어에 대한 정의가 적절해서 많은 이들에게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고 나서 정쟁을 하든, 정책 대결을 하든, 정부 평가를 하면 쓸데없는 논쟁이 줄어들 텐데요. (존대말 쓰는 분위기라서 지도 그러기로 합니다^^)
답글삭제(ben 선배님도 존대말을 쓰시더니 이제는 에뜨랑제까지... 이래나 저래나 편하신 쪽으로 해주세요.^^)
답글삭제정치가 "말의 잔치"라서 어렵습니다. 일상 용어와 전문 용어가 다를 수도 있고요. 우리나라 정치판은 대립과 갈등이 심하기 때문에 용어 문제가 더 예민할 수 있습니다. 사회주의와 사민주의가 혼용되면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과 같은 정당이 오해받을 수 있죠. 실제로 그 정당을 "좌빨"이나 "친북"으로 매도하는 사례가 인터넷 댓글 등에서 흔히 보이죠. 그런 쓸데없는 대립과 갈등을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책을 적었는데, 우리 시민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메이데이 2009/12/09 21:45
답글삭제최신 글 코너도 만들어주셨네요. 올리신 글 거진 다 봤습니다. 읽고 또 읽어볼 글들이 많습니다. 재미있는 글도 많구요. 음악과 사진을 들을 수 없고 볼 수 없는 게 유감입니다. 싸이에 들어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요, 사진 석 장 보고 나왔습니다. 제가 본 예쁜 마당 있는 집 사진이 선생님 댁이 아닐까 상상하면서 마구 부러워했습니다.
병길청해 2009/12/10 00:28
아, 그 집은 저희 집이 아니고 근처 동네에 있습니다. 이 지역 부동산 값이 만만찮은데, 그 중에서도 고급 주택이죠. 저희 집은 평범한 보통사람의 집입니다. ^^
메이데이 2009/12/12 20:58
이번 겨울에 못 들어가게 생겼는데 이준구 선생님 책 두 권 새로 나온 것도, 안 선생님 책도 언제나 볼 수 있을까... 한심합니다. 항공 구매를 지르고 싶은데 신용카드 다 잘라버리고 나왔고 통장 하나 안 남겨 놨으니 동생네 신세를 져야 하는데 너무 많이 져 왔기 때문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귀국했다 신학기 때 들어오는 유학생들에게 부탁하려 해도 짐 많으면 부담될 것이고 말입니다... 하소연입니다.
병길청해 2009/12/13 02:26
외국에 계시니 어려운 점이 많군요. 그래도 가까운 친지에게 책 부탁은 괜찮지 않나요? 너무 많이 하셨다면 조금 곤란하기는 하겠군요. 힘내시기 바랍니다.
메이데이 2009/12/16 11:19
답글삭제책은 전생의 원수처럼 저를 따라 다닙니다. 책이 미울 때도 많습니다.(여기 와서만 열몇 번 이사했습니다.) 다시는 책을 사지 않겠다고 굳게 마음 먹었다가 어느 새...
얼마 전에 아흔다섯에 돌아가신 중국의 번역가 한 분이 계십니다. 그 댁을 방문한 기자가 책꽂이도 별로 없고 책도 거의 꽂혀 있지 않은 것을 보고 여쭈었습니다. 번역하신 책만 꽂아도 한 책꽂이 가득할 텐데 책이 다 어디로 갔습니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주다 보니 그렇게 됐다구요.
문화대혁명 때 감옥 가셨다가 나온 뒤에 1차로 국가에 소장 골동품 기증, 돌아가시기 전까지 몇 차례 다시 기증... 저는 이 분이 근무하던 곳에서 50미터 떨어진 곳에 산다는 것을 영광으로 여기고 삽니다.
며칠 여러 가지 일로 바빴습니다.
선생님께서도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안병길 청해 2009/12/16 11:56
저도 이사을 많이 해봐서 메이데이님 심정을 잘 압니다. 서울대를 떠날 때 제 책 대부분을 학교 도서관에 기증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책 기증은 잘한 일이었습니다.
메이데이님도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