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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27일 일요일

[음악] 중저음의 매력

(서울대 이준구 교수님 게시판, 2009/07/26)

음악감상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무슨 곡을 가장 좋아하시나요?"라는 대략난감 형 질문을 받을 때가 제법 있습니다. 그 많은 음악 중에 한두 개를 골라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순구 교수님 게시판을 보니, 우스개로 무슨 전문가로 만들어주겠다는 시리즈가 있더군요. 경제학은 아담 스미스와 케인즈를 꼽아서는 안 된다, 클래식 음악 지휘자는 카라얀과 번스타인을 꼽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읽고 한참 웃었습니다.

저는 우연한 기회에 그런 대략난감 질문에 저만의 답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역시, 베토벤이나 모짜르트는 안 되죠. 바하나 헨델도 조금 위험합니다. 폼을 잡으려면 말이죠. ^^ 베버라는 작곡가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가장 좋아한다고 하면, 왠지 있어 보이는 것 같지 않습니까? ㅋ

협주곡이 보통 3 혹은 4악장으로 구성되는데, 느린 2악장을 먼저 사귀기는 어렵더군요. 제 경험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클라리넷이라는 악기의 매력인 중저음은 2악장이 가장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더 빠르고 경쾌한 다른 악장보다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이 저에게는 더 매력적입니다. 기분을 착 깔아 앉히면서 소소한 행복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일요일 아침에 베버와 모짜르트(아! 포스가 약간 줄어듭니다.^^) 2악장을 한번 들어보시죠. 커피나 차를 곁들이면 더 좋습니다.


Weber, concert n. 1. (II mov. Adagio) Calogero Palermo clarinet
Calogero Palermo plays Carl Maria Von Weber, concerto n° 1 in fa minore per clarinetto e orchestra op. 73 - Adagio


Andrew Marriner plays Mozart clarinet concerto - II. Adagio
London Symphony Orchestra (chamber)


Kanon Matsuda @ 10 y.o. playing "Invitation to the Dance", Op.65 by C. von Weber. November 2006, International Young Musicians' TV Contest "Nutcracker"

댓글 1개:

  1. 박영환
    (2009/07/26 12:36) 안박사님,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클라리넷하면, 유재하의 사랑하기때문에,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한장면 밖에 떠오르지 않습니다만. -_-;;

    베버란 작곡가는 처음듣는 작곡가인데...
    모짜르트의 클라리넷 연주곡과 더불어 나름 클라리넷 본 악기의 음색을 훌륭히 살려내는 연주를 보여주네요.

    박사님 덕분에, 오랫만에 좋은 곡 하나 듣고 돌아갑니다.

    ps. 말씀하신 유머는 요즘 최신유행하는 유머인가요? 역설의 미학을 제대로 보여주는 유머네요..ㅎㅎ

    안병길
    (2009/07/26 12:56) 베버는 "무도회에 초대"라는 곡으로 유명합니다. 10살 소녀가 피아노로 연주한 것이 있네요. 깜찍해서 올립니다.

    그 유머는 최신인지, 뒷 북인지는 잘 모릅니다. ^^

    이준구
    (2009/07/26 13:58) 피아노 치는 소녀도 일본 아이인가 봅니다.

    오늘 백화점에서 하릴없이 TV 보다가 문득 우리나라에서 어린 (음악, 체육, 수학, 과학) 천재들이 많이 배출되는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그 TV에는 어떤 서양 여성이 바이올린 협주를 하는 모습을 비추고 있더군요.

    그 모습을 볼 때 서양 사람이면 부모가 강압을 해서 저 정도로 바이올린을 연주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부모만이 소질도 없고 취미도 없는 애에게 억지로 음악, 체육, 수학, 과학 시킬 능력이 있지요.
    (그런 의미에선 일본이나 중국도 비슷하리라고 봅니다.)

    서양 애들은 자기 싫으면 재미없는 연습 견뎌낼 리 없습니다. 이렇게 우격다짐으로 교육 시키다 보니 몇 명의 우수한 연주자도 나오고 운동선수도 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저그만한 학자들과 함께요. 그러나 도중에 스러진 사람들 카운트 해보면 얼마나 그 숫자가 많겠습니까?

    또한 그들의 인생이 그리 만족스럽지 않을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겠지요. 우리나라 여성 골프 선수들이 LPGA를 누비는 것도 좋기만 한 게 아닙니다. 그들이 성장할 때 아버지란 사람들이 얼마나 비정하게 몰아세웠는지 생각해 보면 그들에게 짙은 연민을 느낍니다. 입으로는 그런 부모에게 감사한다고 말하지만 내면 깊숙이 큰 상처가 나 있을지 모릅니다.박세리가 주춤하는 근본적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병길
    (2009/07/26 14:14) 박세리 선수가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자신의 고민이 노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라고 했을 때, 연민의 정이 느껴지더군요. 골프를 즐기면서 했다면 그런 고민이 생기지 않았겠죠. 요즘은 즐기면서 한다고 하던데, 그 전에는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입시 때문에, 무슨 큰 상을 바라고, 예체능 등을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복을 위한 장기적인 셈법으로 그런 활동을 하도록 문화가 바뀌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해야 성인이 되어서도 다양한 여가 활동을 통해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소민우
    (2009/07/26 16:17) 저한테 중저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곡을 꼽으라 하면 우리말 가곡 '명태'를 꼽을 것 입니다.

    굵고 굵은 베이스 톤의 가수가 명태의 일생을 익살맞게 표현하는 것을 듣노라면 미소가 저절로 머금어지게 되더라고요^^

    안병길
    (2009/07/26 19:37) 명태, 부르기 어려운 노래죠. 명태를 한 손에 들고 부르면 더 멋이 나겠죠? ^^

    소민우
    (2009/07/26 21:50) 명태보단 소주병에 숟가락을 꼽는게 킹왕짱입니다. ㅋㅋㅋ

    안병길
    (2009/07/26 21:54) 顔面赤化, 말씀이시죠? 컨닝을 좀 했습니다. 미안합니다. ^^

    소민우
    (2009/07/26 22:22) 으하하하 지웠는데 벌써 보셨군요. 창피해서 얼른 지웠는데 ㅠㅠ 그래도 소 아무개에겐 술을 먹여서는 안된다는 warning을 했으니 나쁜일만은 아닌 거 같네요 ^^ 안면적화는 제 전매특허가 아니니 쓰셔도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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