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화초 키우기: 키우시는 모든 화초를 아끼시겠지만 그래도 더 정이 가는 소장 화초는 무엇일까요? (텃밭 포함)
[이 교수님 두 번째 답변, 2009/01/01]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사회대 뒤 편의 내 꽃밭에는 수백만원이나 되는 돈이 투입되었습니다. 야생화들의 가격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비싼 돈을 들여 심어 놓은 꽃들이 계속 수난을 당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무실에서 에어컨을 설치할 때면 실외기를 놓기 위해 사람들이 작업화 바람으로 그 꽃밭으로 들어갑니다. 그 친구들이 들어갔다 오면 꽃밭 일부분이 거의 초토화되다시피 망가집니다. 그 사람들 눈에는 그 비싼 꽃들이 그저 잡초로 보이나 봅니다.
또 한 번은 꽃밭에 도둑이 든 적도 있습니다. 새우란이라고 노란꽃이 피는 난과 식물이 제법 군락을 이루고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들어가 몽땅 쓸어간 거였습니다. 사실 그 때가 가장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 사람이 남기고 간 몇 그루가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 때의 화려한 모습은 되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비싼 난과 식물이 몇 개 있는데, 사람들 눈에 띌까봐 어떤 때는 일부러 꽃을 따버리기도 합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들어가 짓밟고 파 가고 하는 일을 당하고 보면 꽃들에게 애착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그래서 요즈음은 웬만한 피해가 생겨도 덤덤하게 넘겨 버리려고 노력합니다.
내 연구실에도 화분이 꽤 많습니다. 그런데 이것들에 대해서도 특히 애착을 갖지는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가끔 죽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내가 장기 해외여행을 갔다 오면 하나, 둘 정도가 죽어 있습니다. 누구에게 부탁을 해 두고 가지만, 아무래도 내가 있을 때와는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그러니까 어느 화분이든 특히 애착을 갖지는 않고 그저 살아 있을 때 잘 돌보아 주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한때 난을 기르려고 노력해 본 경험도 있습니다. 난 보러 서초동 화원들을 기웃거리기도 해봤구요. 그러나 난은 워낙 손이 많이 가서 나한테는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요즈음은 난 화분이 들어오더라도 잘 기르는 사람에게 주어 버립니다.
아, 우리 집에 있는 화분 중 특히 아끼는 게 하나 있군요. 20년 전 정영일 선생님께서 회초리만한 동백나무를 한 그루 주셨습니다. 동래 본가에 큰 동백나무가 있는데 씨가 떨어져 그 밑에서 자란 묘목이라고 하시더군요. 그게 20년 동안 자라 이젠 제법 큰 나무가 되었습니다. 그건 우리 재래종 동백이라 화원에서 파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꽃이 예쁩니다. (사진 참조)
화원에는 파는 것은 대부분 꽃이 겹인 일본산입니다. 꽃이 홑으로 피는 우리나라 토종 동백은 구하기가 무척 힙들답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새우란 군락이 가장 아쉬운 녀석들입니다. 현재 제일 아끼는 것은 바로 이 동백나무일 것 같군요.
[댓글]
안병길
(2009/01/01 16:26) 귀한 동백꽃 사진이 따끈따끈합니다. (파일 기록으로는 어제 촬영하신 것으로 나옵니다.) 선배님께서 20년이나 정성을 들이셨으니 애지중지 자식과 다르지 않겠습니다. 저희 집 마당에도 작은 동백꽃이 몇 그루 있는데, 말씀대로 겹꽃인 일본산입니다. 예쁜 토종 꽃을 구경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식물들을 무단으로 가져가는 사람들의 심보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습니다. 자라는 식물들을 볼 때마다 "공짜"라는 뿌듯한 마음일까요? 정상적이라면 볼 때마다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될텐데요...
은기환
(2009/01/08 13:08) 동심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화초기르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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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안병길, 2009/01/02]
오늘 촬영했습니다.^^ 교수님께서 보여주신 토종 동백꽃과 비교해보면 다른 종류 꽃처럼 보입니다. 교수님 사진에 비하면 조야합니다. 프로와 아마츄어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ㅜ.ㅜ
이준구
(2009/01/02 11:32) 안박사 댁 동백꽃도 꽤 예쁘네요. 그런데 일본의 겹동백들도 원산지는 한국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임진왜란 때 울산 부근에서 다섯 가지 색의 동백도 채귀해 갔다나요? 정확한 것은 잘 모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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