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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8일 화요일

[자유] 어떤 누리꾼의 사회과학 비난

다음은 제가 활동하는 인터넷 동호회의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의견입니다. 제가 올린 "우리나라 정당의 공동체 지향" 시리즈를 읽고 사회과학에 대해서 비난했습니다.

"제 목: 병신 사회과학
모 보드의 모 유저의 글을 보고 있으니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과학의 용어들은 대개 일상적인 생활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쓰던 용어로부터 규정되었거나 파생된 경우가 많은데, 그 때문에 모든 사람이 공감할 만한 명확한 역사적 맥락이 있을 수가 없다. 그렇다보니 이렇게도 볼 수 있고 저렇게도 볼 수 있는데, 실상 그 여러 가지 가능한 의미들 사이에 그리 큰 차이가 있지도 않다. 이 차이를 과장하고 심각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들은 주로 대학의 사회대/인문대에서 먹물을 먹고 글을 써서 먹고 사는 놈팽이들이다. 그래야 글을 쓸 수가 있고 자기가 씨부렁대는 잡설들이 무의미해지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근원적으로 전문성이란 것이 존재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해 전문성을 (자칭) 주장하는 자들의 인생은 그리 흘러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애초에 전문성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대학 외부의 세계에서는 명맥을 이어가는 것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전형적인 권위주의적 주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내용이 권위주의가 되지 않으려면, 글쓴이가 사회과학의 대가 수준은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글 내용 어디에서도 그런 흔적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전문성 운운하지만 정작 글쓴이의 사회과학에 대한 전문성이나 깊은 이해는 없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스스로 사회과학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다는, 자신이 권위가 있다는 착각에 빠진 권위주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익명의 글쓴이가 "모든 사람이 공감할 만한 명확한 역사적 맥락이 있을 수가 없다."라는 잣대를 들이민 것만 봐도 과학적 지식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부족한지 잘 알 수 있다고 봅니다. 과학과 비과학을 구분하는 것은 일반화된 지식을 추구하느냐, 또 그것을 어떻게 추구하느냐에 달린 것이지, 모든 혹은 대부분 사람이 공감하는 것이 잣대가 아닙니다. 그런 식으로 과학을 바라보면 일세를 풍미했던, 예컨대 중세의 마녀사냥도 과학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과학의 용어는 일반인이 사용하는 용어와 그 의미가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습니다. 일반 용어에서 사회과학의 전문용어가 파생되었다 하더라도, 연구자가 특정 용어를 엄정하게 정의하고 과학적 분석에 활용하여 유용한 연구결과를 내놓았다면, 과학적 연구로 인정하는 것이 맞습니다.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수많은 용어들이 그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정치학에서도 예컨대 힘(power)을 활용하여 세력균형, 세력전이 등의 과학적 연구결과를 보여줬습니다. 이런 노력을 모두 "놈팽이들"의 지적 유희로 욕하는 이 누리꾼의 주장이 권위주의가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평을 할 만한 가치가 있는 내용이 아니기는 하지만, 우리 인터넷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반자유주의적인 표현 사례라서 비판해봤습니다. 이 익명 의견을 코미디로 만든 댓글을 보시죠. 재미있습니다. ^^

"저런 정치 경제 하는 사람들은 참모 역할을 하게 하고 모든 정보를 종합 판단 결정하는 자리에는 과학자를 쓰는 건 어떨까? 다른 나라에서 그런 경우가 있었는지, 그 결과는 어땠는지 궁금."

과학을 하는 사람이 모두 과학이 뭔지 잘 알고 있을 수는 없겠죠...

댓글 8개:

  1. 안타깝지만 몇몇 식견있는 이공계 전공자를 제외하고, 자기의 전문 분야만이 대단한 것이라 생각하는 '우물안 개구리' 식의 독단에 빠져있는 예를 쉽게 발견할 수 있더라고요. 그네들은 대학 다닐 때 교양 인문/사회과학에서 좋은 점수를 딴 것을 빌미삼아서 인문/사회과학을 열등한 과학으로 치부해버리는 우를 범하더라고요.

    이러한 현상은 인문/사회과학 사람들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들은 자가 분야가 아닌 분야를 깔아뭉게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더라고요.

    대체로 다른 분야를 필요 이상으로 깔아 뭉게는 사람은 기껏해야 中 정도의 실력을 갖거나 하수밖에 없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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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고수는 겸손한 편이죠.
    잘 모르는 것은 그렇게 인정해야 하는데, 대충 아는 것을 잘 아는 것으로 착각하는 이들을 인터넷에서 제법 봤습니다. 그런 누리꾼이 우기지오 전법을 쓰기 시작하면 정말 답이 없더군요.
    사회과학이 인간사를 다루기 때문에 주관에 따라 단정적으로 한 "철학"을 풀어내면 스스로 전문가가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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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정치학 분야에 있어.. 우기지오 전법의 최강자는... 택시운전하시는 분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옛날에 택시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편들다가.. 빨갱이 취급당한 1人......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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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일전에 적었지만, 저는 어느 택시 기사님께 제 강의를 부탁할까 잠시 고민하기도 했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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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술 한잔 하고 쓰는 글은 다음날 읽어보면 저엉말 부끄럽던데^^
    저런 글을 마네킨과 원단밖에 모르는 평범한 사람의 입장에서 읽어보면,

    1. 저사람의 주장, "사회과학의 용어들이....역사적 맥락을 찾을수 없다."
    일상적인 평범한 사람들이 쓰던 용어에서 파생된 것이라면, 모든 사람들이
    공감 할 만한 맥락을 오히려 쉽게 찾을수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2. 이름모를 꽃을 찾아서 전국의 산을 돌아 다니는 일이 어떤이에게는 쓸데없어
    보이지만, 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의미있는 일이며 결국엔 우리나라 꽃을
    정리 하는데 기여 하겠죠. 하물며 꽃 한송이가 그러한데...사회현상은 그것에
    의미를 가지는 놈팽이?들이 있어야 다음 세대가 이전 세대를 정리해 줄수 있
    으며, 그런 놈팽이들이 많을수록 나와 내가 사는 시간을 근접하게 알리겠죠.

    3. 사회학 인문학 공부가 근본적으로 전문성이 없어서 대학 외부 세계에서 명맥
    을 이어가는것이 불가능한게 아니라, 그 전문성?에 대한 변화로 인해 쉽게 돈
    되는 것만 관심을 가지게 하는 교육과 사회구조로 인해 등한시 되는 점은 있지
    만...
    과연,100년 전에도, 지금도, 100년 후에도...인간은 밥만 먹고 사나?

    물론 무엇이건 반대는 할수 있지만, 저런 뜬구름 잡는식의 얘기를 조금 화려하게 쓰면 대충 아는 사람들을 현혹해서 아주 잘못된 것을 전하게 한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는듯 해요.
    어느분의 말처럼...많이 아는 것보다 바로 아는것이 중요하다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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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민영님이 좋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자신에게는 사소하게 보이는 일도 당사자에게는 매우 소중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제대로 된 자유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유로 가는 길??? 자유로가 떠오르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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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앗? 마네킨과 원단 이란 말에 혹해서 얼른 댓글 답니다~ 민영님은 의류업 종사하시나봐요??? ㅎㅎ 저도 의류업계에서 살던 경험있어요!!
    (산으로 가는 댓글..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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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다른 사람이 전문으로 하는 분야에 대해서 사람들은 지나치게 어렵게 생각하거나 지나치게 쉽게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인거 같습니다.

    지나치게 쉽게 생각하는 경우에는 무시하고 경시하는 태도를 보이기 마련인데... 정말, 스스로가 무식하다고 선언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태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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