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Notice) | 방 명 록 (GuestBoard)

2009년 9월 1일 화요일

[수필] 스탠포드 이야기

(서울대 이준구 교수님 게시판, 2008/02/23)

Leland Stanford Junior Museum입니다. 며칠 전에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새로운 장학금 제도를 발표했습니다. 부모/보호자 연소득이 십만 달러 이하인 학생은 등록금 면제, 6만 달러 이하인 경우는 기숙사비까지 면제라는 획기적인 장학금 발표였습니다. 참, 부럽습니다.

스탠포드 대학교의 원래 명칭은 Leland Stanford Junior University입니다. 아빠 엄마 스탠포드의 아들 대학이라는 이름이죠. 그 아들은 부모와 함께 유럽 여행 중 이태리에서 전염병으로 사망합니다. 그때 아빠가 엄마에게 했던 말이, "앞으로 캘리포니아의 애들은 모두 우리 애들이오!"였다고 합니다.

스탠포드 부부는 미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하버드, MIT, 예일, 코넬, 죤스홉킨스를 방문하게 됩니다. 사업과 대륙횡단 철도의 서부 부분 건설 등으로 큰돈을 갖고 있었던 스탠포드 부부는 하버드 엘리엇 총장을 찾아가서, 대학, 기술학교, 미술관 셋 중에 어느 것이 좋겠냐고 문의했습니다. 엘리엇 총장 왈, "대학교!"... 학교 부지와 건물을 제외하고 첫 기금으로 얼마 정도 들까요? 라고 문의하자, 엘리엇 총장은 "최소한 5백만 달러!"라고 얘기했답니다. (그 당시로는 어마어마한 돈입니다. 하버드의 기금이 그 정도였다고 합니다.)

미국 서부로 돌아와서 스탠포드 부부는 멋있는 대학교를 설립하기로 하고, 엄청나게 넓은 땅도 기부하고 돈도 기부하였습니다. 그래서 1891년에 탄생된 대학교가 스탠포드입니다. 자식을 추념하기 위해서 학교 이름은 Leland Stanford Junior University라고 했습니다.

스탠포드 대학은 처음부터 미국 동부의 명문들과 차별화를 시도했습니다. 대부분의 명문이 남자 학교였던 시절에 남녀 공학으로 시작했으며, 보다 탈 전통적인 방향으로 학교를 일으켜 세우려 했습니다. 따라서 하버드 등의 명문과는 달리 처음부터 이공계 교육도 중시했습니다. 초대 Jordan 총장도 어류학자였습니다. 조든 총장은 22년간 총장을 하면서 스탠포드를 반석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우리나라도 돈 많은 사람들이 이런 근사한 일에 사재를 모두 들이붓는 모습을 한번 보고 싶네요. 비싼 그림 긁어모아서 나중에 대학교 지으려나...

(학생일 때 2년간 스탠포드에서 논문을 마무리 지은 적이 있어서 관심이 생겼습니다. 현재도 스탠포드 근처에 살고 있습니다.)

댓글 5개:

  1. 안병길
    (2008/02/23 12:04) 한 가지 더 생각나네요. 스탠포드 학교 문장에 보면 중간에 큰 나무가 한 그루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캘리포니아 레드우드입니다. 지금은 스탠포드라는 별도 도시로(학교 자체가 도시) 독립했지만, 원래는 팔로알토(스페인 말로 키큰 나무라는 뜻)라는 도시에 있었기 때문에 문장 속에 그 나무가 들어갔습니다.

    동문
    (2008/02/23 13:01) 들락 거릴때 마다 입구가 납골당 같은 느낌이들었습니다만,,오래 다니다 보니 은연중 정감이 가더군요.

    이준구
    (2008/02/23 14:04) 안박사, 그런데 Stanford라는 사람이 가장 악질적인 robber baron 중 한 사람였다는 사실은 알고 계시겠지요. (Vanderbilt와 더불어서요.) 그 친구 돈 끌어 모은 수법을 보면 정말로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지요.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쓴다."는 말이 그대로 들어맞은 경우라고 볼 수 있겠지요.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아직 정승처럼 쓰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게 비극이지요.

    ps. 태클을 거는 것 같아 미안한데, 그 대학의 원래 이름이 Leland Stanford Jr Memorial College 가 아닐까 싶네요.

    ^^
    (2008/02/23 19:01) Yale대학에 기금을 후원한 E.Yale은 자신이 근무하던 동인도회사 자금을 이용하여 부당 자기거래를 하고, 자신의 관할지역의 인디언을 무던히도 학대했다군요..동인도 회사 자체가 노예무역과 식민지 착취로 돈을 번 나쁜 회사이었지만, E. Yale은 거기에서도 한술 더 악질적으로 한 것 같더군요.."캐리비언의 해적"에 나오는 동인도회사 지점장이 그를 모델로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Brown대학을 설립한 J. Brown은 노예무역과 해적질로 부를 쌓아서 연방의원도 되고, 미국독립전쟁시에도 다른 미국인들은 자유를 위해 싸웠지만, J. Brown은 영국상선을 공격하여 축재하는 재미로 싸웠더군요..

    J.F.Kennedy 집안은 금주법 시대에 지역 갱들과 밀착하여 밀주로 축재하였고, 지난 미국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왔던 J. Kerry는 조상이 아편전쟁당시에 중국 출입이 불가능했던 영국상선으로부터 외해에서 아편을 인수하여 중국 내지로 운송하는 사업을 하여 부자가 되었지요..

    안병길
    (2008/02/23 19:13) 스탠포드보다 역사가 훨씬 오래된 동부 명문들이 College에서 시작했던 것과는 달리 스탠포드는 처음부터 University로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구글링을 해보니 선배님께서 말씀하신 학교명은 나오지 않는군요. 아빠 스탠포드의 개교기념 연설을 보면 다음과 같이 University라고 명기되어 나옵니다.

    "In the few remarks I am about to make, I speak for Mrs. Stanford, as well as myself, for she has been my active and sympathetic coadjutor and is co-grantor with me in the endowment and establishment of this University..."

    선배님께서 Memorial Church와 혼동하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찾아보니 Yale은 스탠포드 개교 4년 전인 1887년에 University로 이름이 바뀌었네요.

    이준구
    (2008/02/23 22:07) 그런가요?
    언젠가 학생이 갖다 준 머그잔 위의 스탠포드 문장에 그렇게 씌어 있던 것 같아서요.

    참고로 Princeton은 College of New Jersey 였답니다.

    (이하 생략)

    답글삭제
  2. 작년에 이승훈 교수님 수업을 들을 때 스탠포드는 서부철도 건설을 하면서 수많은 중국인 노동자를 착취하고 급료도 주지 않고 죽이고 이러면서 돈을 벌었는데.. 그 대학을 요즘 중국인 유학생이 꽉 잡고 있는 것이 참 역사의 아이러니라는 말씀을 들었었습니다.

    근데 궁금한 것이... 미국대학은 저런 장학금 제도가 어떻게 가능한건가요? 1.원래 기금이 많다. 2.저 수혜자들을 뺀 나머지 학생들이 원래 다 잘사는 집이라.. 나머지 학생들 등록금만 가지고도 운영이 된다?

    답글삭제
  3. 스탠포드 수준의 대학교가 등록금으로 학교를 운영한다는 개념은 어불성설입니다. 스탠포드 학부 신입생은 매년 1,600명 정도입니다. 등록금이 비싸기는 하지만 장학생을 제외한 학생 수가 적기 때문에 그 돈으로 학교를 운영할 수는 없죠.

    원래 기금도 많고, 새로 들어오는 기금도 많습니다. 예컨대, 구글 창립자인 스탠포드 동문 두 명이 모교에 기부를 많이 했습니다. 스탠포드가 실리콘 밸리에 있어서 기금 모금에 유리한 점이 있죠. 명문이라서 기부금을 여기저기서 많이 받습니다.

    답글삭제
  4. 하버드도 부자 학생만 입학하여 발생할 교육기회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하여 집의 소득이 얼마 이하인 학생에게는 등록금의 90%에 가까운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고 합니다.


    제가 놀란 것은, 그 소득이 18만불이었나 그랬던거 같습니다. 숫자가 가물가물한데 미국 내에서도 상당히 높은 소득이었던거 같습니다.

    미국의 사립학교들, 정말 돈 많죠?

    답글삭제
  5. 어떤 때는 돈을 주체를 못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