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Notice) | 방 명 록 (GuestBoard)

2009년 9월 30일 수요일

[정치] 참여정부: 정치개혁, 어떻게 해야 하나?

(2003년 4월 9일,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정치개혁을 주제로 특강을 했습니다. 며칠 뒤 4월 14일에 적은 관련 글과 특강 내용 요약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 국정연설에서 정치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다시 한번 피력했다. 취임사에서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표명했던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는 다음과 같이 구체적인 정치개혁 방향을 제기하였다.

"정당을 당원들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그러나 지구당 위원장 스스로가 임명한 대의원들이 다시 자신을 선출하는 시스템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상향식 공천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 국민들이 참여하는 '국민공천제도'의 도입을 제안 드립니다. 의원 여러분들께서 결심하시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 현행 정치자금 제도로는 누구도 합법적으로 정치를 하기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당대표나 후보 경선을 위한 선거자금 제도, 그리고 지방자치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를 위한 정치자금 제도는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 아울러 뜻있는 젊은이들이 친구나 친지들로부터 도움을 받아 떳떳하게 정치에 입문하고 출발할 수 있는 길도 열어줘야 합니다. ...
... 내년 총선부터는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2/3 이상의 의석을 독차지할 수 없도록 여야가 합의하셔서 선거법을 개정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저의 제안이 내년 17대 총선에서 현실화되면, 저는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 또는 정치연합에게 내각의 구성권한을 이양하겠습니다. ..."
요약하자면,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개혁, 개방형 국민공천제의 도입, 신진 정치인의 진입 장벽 해소, 투명한 정치자금 운용, 정치적 지역주의 구도를 타파하는 선거제도 개선 등이다. 대통령으로서는 더 구체적인 정치개혁 대안을 제시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대통령 자신이 정치인이므로 자칫 잘못하면 개인의 정치적인 이해득실에 따라서 특정 제도를 "강요"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학계, 시민단체, 언론에서 정치개혁의 구체적 방안에 대한 논의를 펼칠 때가 되었다. 국회에 정치개혁특위가 구성되어 있지만, 정치개혁의 주체이자 대상인 국회의원들의 손에만 정치개혁이란 대업을 맡겨 놓을 수는 없다. 학자들은 지금까지 연구한 결과들을 공론화시킴으로써 국회에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시민단체는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의 중지를 모아야 하고, 언론은 정치개혁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경로를 활성화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정치개혁의 과정이 투명화되고, 국회의원들이 민의를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시절 몇 번의 정치개혁 시도가 별 성과 없이 흐지부지되었던 어두운 기억을 우리는 갖고 있다. 정치적 빚이 별로 없는 노무현 정권 초기는 국민의 뜻에 의한 국민참여형 정치 개혁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할 수 있다. 학계, 시민단체, 언론은 시대적 소명 의식을 갖고 정치개혁 공론화에 임하기를 기대한다.

나는 지난 4월 9일 서울대 국제대학원 한국학 특강에서 "한국 정치의 현안과 방향"이라는 주제로 정치개혁의 구체적 방안에 대한 기존 연구결과를 설명한 바 있다. 정치개혁 공론화에 조금만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정치개혁 특강 내용

4월 9일 서울대 국제대학원 한국학 특강 "한국 정치의 현안과 방향"에서 정치개혁의 구체적 논의에 대한 활발한 공개 토론의 필요성을 지적하였다. 지금까지 축적된 정치개혁에 대한 많은 연구 결과가 있음에도 구체적인 대안들에 대한 충분한 공개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학계, 시민단체, 언론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정치개혁을 논의하여 정치개혁과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현재까지 논의된 연구결과를 참조하여 정치적 지역주의 타파가 가능한 선거구제도로서 소선거구제와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혼합형을 제시할 수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 의원수를 100명 정도로 확충하고 권역별 비례대표의원의 배분은 전국정당득표율을 적용함으로써 인위적인 상한선을 두지 않더라도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을 독식하지 못하는 효과를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다.

신진정치인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서 현행 사전선거운동 제한 규정을 대폭 완화하여 선거 1년 전부터 허위사실유포, 비방, 흑색선전 이외의 선거운동을 전면 허용할 필요가 있다. 신진정치인과 무소속 후보자 그리고 지방정치인은 사전선거운동 규정에 묶여 실질적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후원회를 둘 수 없어서 정치자금모금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신진정치인을 포함한 공직 후보 희망자가 선관위에 정치자금관리인을 지정하고, 그 신고 시점부터 후원회를 결성하여 정치자금을 모금할 수 있는 제도를 검토함으로써 정치적 기회균등을 진작시킬 수 있다. 정치자금관리인을 통해 정치자금의 수입·지출의 관리 및 통제를 일원화하는 방안이 가능하다.

정당 개혁은 참여당원 및 지지자중심의 기반조직 모델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당비를 내는 참여당원이 중심이 되고 후원자와 자원봉사자를 포함한 지지자가 결합하는 개방형 정당모델의 검토가 가능하다. 참여당원은 모든 공직 후보자와 당 지도부 선출 및 주요 정책결정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고 지지자는 공직 후보자 선출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 지도부 선출은 직선제로 하며 전 당원 직선제로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제도가 적절하다. 일반 국민은 당원 혹은 지지자 자격으로 모든 대표 선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모든 공직후보자의 국민참여 경선방식에 의한 상향식 공천제를 채택할 필요성이 있고, 대통령 및 국회의원 후보와 광역자치단체장 후보 공천은 완전개방형 국민경선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민과 당원의 추천과 운영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선발된 복수 후보에 대한 전 당원과 지지자의 투표로 확정하는 방안이 가능하며 명부 작성 시 2인마다 여성 1인의 등재를 의무화할 수도 있다.

국민참여형 공천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 국민개방형 공천제를 채택하는 정당이 원한다면 정부가 그 선거 비용과 관리를 부담하는 공영제를 도입할 수 있다. 국민경선일을 지정하여 공휴일로 하고 공영제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정당의 후보들을 동시에 선정하는 예비선거제의 검토가 필요하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