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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3일 목요일

[정치] 2008 미국 대선 (2)

(2008년 9월 28일부터 11월 5일까지 서울대 이준구 교수님 게시판에 올린 미국 대통령 선거 관련 글 시리즈입니다.)

3. 초조한 매케인: 2차 토론 (2008/10/08)

테네시주 내쉬빌에서 있었던 미국 대통령 후보 2차 토론이 끝났습니다. 매케인이 초조함을 그대로 드러낸 토론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제법 뒤처져 있음을 의식하여 오바마에 대한 공격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습니다. 나름대로 채점을 하자면 오바마: 60~55, 매케인: 45~40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오바마가 1차 토론을 교훈 삼아 준비를 제대로 했던 것 같습니다. 1차 토론의 외교안보 부문에서 매케인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말을 몇 번 해서 지적을 받았는데, 오늘은 그런 모습이 없었습니다. 대신 오히려 역공을 하더군요. 매케인이 오늘 또 오바마는 외교안보 경험이 없고, 이해를 잘 못한다고 공격을 했습니다. 오바마는 이해를 잘 못하는데, 이라크 전쟁을 비롯한 미국 외교안보가 왜 이 모양이 되었는지 이해를 잘 못하겠다고 효과적으로 방어 및 역공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매케인은 초조한지 오버하는 모습을 몇 번 보여주었습니다. 예컨대 매케인은 오바마가 파키스탄을 공격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는데, 오바마는 파키스탄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고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접경 지역에 있는 알 카에다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설명함으로써 매케인의 오버를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한 술 더 떠서 매케인은 이란을 폭격해야 한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는(Bomb, bomb, bomb!) 설명을 오바마가 함으로써 유효 포인트를 얻었습니다.

경제 분야에서 매케인은 모든 납세자의 소득세를 내리는 제안을, 오바마는 연봉 25만 달러 이상 납세자들 이외에는 세금이 전혀 오르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의료보험 개혁과 관련하여 매케인은 의료혜택용 5천 달러 가구별 세금감면을 공약하고 있는데, 전체 감세를 하면 그 재원은 어디서 나오느냐는 것이죠. 오바마는 그 점을 파고들어서, 세금을 별도로 걷어서 나눠주는 식이므로 매케인에게 속아서는 안된다고 강변했습니다. 매케인은 불량 모기지를 연방정부에서 구제하는 방안을 제시하여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모양새를 취했는데, 7천억 달러 구제안에 비슷한 내용이 있기 때문에 위력을 발휘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언론의 여론조사 발표도 매케인이 전혀 따라잡지 못했고, 오히려 점수를 잃는 토론이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큰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대세는 오바마 쪽으로 더 기울 것으로 보입니다. 8년 동안 집권하여 보여준 현재 결과가 "위기"이니 공화당이 재집권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라고 봐야죠. 패색이 짙은 매케인이 자신의 경험과 국민의 감성에 호소하면서 오바마 공격에 나섰지만, 전혀 재미를 보지 못한, 오히려 손해를 본 2회전이었습니다.


4. 3차 토론: 공격하는 매케인, 방어하는 오바마 (2008/10/16)

방금 뉴욕에서 있었던 미국 대선후보 마지막 토론이 끝났습니다. 오바마가 "class warfare"를 하려고 한다는 과격한 표현을 매케인이 사용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들을 수 있는 정치 구호가 되겠습니다. 부쉬의 실정을 지적하는 오바마에게 매케인이 "I am not President Bush."라는 말과 함께 "You should have run four years ago."라는 준비된 한 방을 날려서 그 부분은 점수를 땄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볼 때 열세의 매케인이 오바마를 효과적으로 공격하는 토론이었다고는 볼 수 없겠습니다. 후반부의 조세, 의료보험, 낙태, 교육 등의 문제에서는 오바마의 설명이 더 구체적이었고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부통령 자질에 대한 질문에서 매케인은 페일린의 개인적 경험을 일화를 들려주듯이 나열할 수밖에 없어서 안스럽게 보이더군요. 조세 문제에서 오바마가 매케인을 반박할 때 매케인이 입을 딱 벌리고 멍한 표정을 지었는데, 분명한 마이너스가 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오바마가 FTA를 언급했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식으로 FTA를 추진할 수는 없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한미 FTA의 미래가 험난할 것 같습니다. 만약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고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한다면, 우리나라가 무엇을 챙길 것인지 지금부터 미리 준비하고 있어야 되겠습니다.


5. 오바마는 사회주의자? (2008/10/20)

방금 일요일 아침 뉴스를 보고 있는데, 오바마가 "spreading wealth around"를 추구한다는 매케인의 연설 장면이 나오고, 뒤이어서 오바마는 "socialist outreach"라고 강변하는 공화당 인사도 보여줬습니다. 왠지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들을 수 있는 얘기가 상상이 되어서 썩소를 지었습니다. 음, 막장이라서 이제 이념 논쟁??? "이건 뭥미?"를 영어로 번역하면 어떤 표현이 가능할까요?


6. 선거인단, 월드시리즈, 펜실베니아 쟁탈전 (2008/10/22)

(매릴랜드 11월 4일 투표용지 샘플 첫 페이지 상단 부분)

잘 아시겠지만,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이라는 특이한 제도가 있습니다. 11월 4일에 유권자들은 오바마나 매케인에게 직접 표를 던지는 것이 아니고 50개 주와 워싱턴DC의 각 선거인단에 투표하고, 그 선거인단들이 최종적으로 대통령을 선출합니다. 위 그림에서 오바마와 매케인 등으로 표기된 것은 결국 그들을 지지하는 선거인단에 투표하는 것입니다. 즉, 미국 대통령 선거는 직접선거가 아니고 간접선거입니다.

각 후보자에 배당되는 선거인단은 득표율에 따라서 비례적으로 배분하지 않고, 1등을 한 후보자가 해당 주 혹은 워싱턴DC의 선거인단을 독식하는 winner-takes-all 제도입니다. 선거인단은 각 주의 상원의원 수(2) + 하원의원 수(캘리포니아는 53)로 정하고, 상원의원이 없는 워싱턴DC는 50개 주에서 가장 적은 선거인단과 동수(3)를 가집니다. 알 고어가 부쉬에게 패했을 때 득표수는 더 많은데 선거인단 수가 적어서 패배한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선거인단 제도 때문입니다.

선거인단 538명은 12월에 대통령을 선출하는데 과반수인 270명 이상을 득표한 후보가 당선됩니다. 아무도 과반수를 득표하지 못하면 상위 득표 세 명을 후보로 하원에서 각 주가 1표씩 행사해서 과반(26 이상) 득표자를 선출합니다. 특정 선거인이 지지해야 할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는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예컨대 캘리포니아에서 오바마가 이겼는데 선거인단 55명 중 한 명이 매케인에게 표를 던진다면 그 표는 매케인 지지로 계산됩니다. 이런 배반표 사례가 있기는 있었다고 합니다. 배반표를 던진 선거인은 각 주가 정한 규정에 따라서 처벌을 받기도 하고 처벌이 없는 주도 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오바마가 270 이상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므로 사실상 선거가 끝났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매케인 진영에서 각 주를 점검한 결과, 펜실베니아를 이기지 못하면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오늘 매케인은 펜실베니아로 갔습니다. 오바마는 전통적인 격전지인 플로리다로 갔습니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야구 월드시리즈를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필라와 탬파, 어느 팀이 챔피언이 될까요? 필라가 챔피언이 되면 매케인에게도 승기가 생길까요? 현재 여론조사는 오바마가 매케인을 펜실베니아에서 10% 포인트 가량 앞서고 있다고 합니다. 월드시리즈 결과와 상관없이 펜실베니아는 오바마 쪽으로 기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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