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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26일 화요일

[수필] 그날 관악산에는 보름달이 떴었다...

(서울대 이준구 교수님 게시판, 2009/10/04)

[부제] 술이 공통분모인 이야기 네 개

이 이벤트를 주최하신 이 선생님께서 술을 좋아하지 않으신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이 글을 적을까 말까 제법 주저했습니다. 기본 점수가 깎이더라도 하고 싶은 말은 한다는 자유인지 방종인지 직관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이 주제로 제가 이기면 더 빛이 날까요? 아니면, 이겨도 져도 창피를 당할까요? 미래에 벌어질 일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복골복이겠죠. ^^

1. 처음 술 마시기

제가 마신 첫 술은 옆집 독일인 가족 이야기에 등장한 100년 된 술이었습니다. 그때 고등학생이었죠. 그런데 그것은 위스키 싱글 딱 한 잔이어서 술을 마셨다기보다 맛을 본 것으로 봐야겠습니다.

서울대 합격 통보를 받고 고3 담임 선생님 댁에서 술을 마신 것이 첫 경험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축하주로 정종 됫병을 내놓으셨죠. 막 권하시더군요. 그래서 겁도 없이 막 마셨습니다. 그냥 술술 넘어 가더군요. 술 권하는 사회였습니다.

문제는 집에 돌아와서 발생했습니다. 천정이 빙빙 돌더군요. ㅋ 제 방이 2층에 있었는데, 사태가 심상찮음을 알아채신 아버지가 올라오셨습니다. 꿀물을 들고 계셨습니다. 아버지가 2층에 올라오시는 것은 집 수리할 때밖에 없었을 정도였는데, 졸업도 하지 않은 고등학생 막내가 술에 떡이 되어서 마음을 졸이셨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야단은 맞지 않았습니다.

2. 그날 관악산에는 보름달이 떴었다...

청운의 꿈을 품고 서울로 올라와서 관악사 라동에 짐을 풀었습니다. 1980년 서울대 기숙사인 관악사는 가, 나, 다, 라, 마동까지 있었습니다. 여학생 기숙사는 없었습니다. 미팅을 하고 싶었는데, 아무도 미팅을 주선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고등학교 선배가 미팅 자리가 비었다고 쪽수를 채우라고 하더군요. ㅜ.ㅜ 그래서 첫 미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바닷가 출신입니다. 고등학생 시절 여자 친구 사귀면 서울대에 못 간다는 어른들의 엄포에 억눌렸던 한심한 청춘이었죠. 헤르만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읽으면서, 아! 나도 골드문트처럼 사는 부분도 있어야 되겠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그러나 그 무시무시한 엄포가 금방 머리에 떠올라서 감정을 삭이려고 노력했습니다. 인간의 감정이 잘 삭여집니까. 특히 사춘기의 본성은 눌러도 스프링같이 다시 튀어오르죠. 그런 때는 바닷가로 갔습니다. 혹시 압니까. 지나가는 여학생이 저에게 먼저 말을 걸어올 수도 있지 않았겠습니까? ㅋㅋㅋ

예쁜 조개 껍데기를 많이 주웠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어여쁜 녀석을 골라서... 대학생이 되면 첫 미팅 상대에게 주려고 했습니다. 당연히 관악사 라동에서 부린 짐 속에 있었죠. 첫 미팅 상대에게 그 조개 껍데기가 전달된 것은 물론이었습니다. 애프터를 신청했습니다. 그것은 누나의 조언을 받아들인 결과이기도 했지만, 아주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니었으나 싫은 것도 아니었으므로, "마! 이 정도면 됐다!"를 속으로 외친 결과였습니다. 촌뜨기 주제에 최상급 여학생을 사귀는 것은 미리 포기한 셈이었죠. ㅜ.ㅜ

누나의 조언은... 대학생이 된 막냇동생에게 누나 왈, "길아! 미팅 나가서 세 가지를 지켜라. 첫째, 맘에 들든 안 들든 전화번호를 물어보고 애프터도 신청해라! 둘째, 커피 값은 네가 내라! 셋째, 헤어질 때 여학생이 싫다고 하지 않으면 집 근처까지 데려다 줘라!"였습니다. 순진한 저는 누님 조언대로 다 했습니다. 누님이 여자라는 사실을 제가 깜빡했었던 것이죠. ㅜ.ㅜ

애프터는 제가 서울 지리를 잘 몰랐기 때문에 그 여학생 집과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으로 했습니다. 남영역이었습니다. 드디어 애프터 날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그날이 고등학교 선배들이 환영식을 해주는 날과 겹쳤습니다. ㅜ.ㅜ 낮부터 소주를 먹이는데, 꾀를 한껏 부렸지만, 기본은 마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애프터 시간을 지키려고 정신은 바짝 차렸습니다. 몰래 도망쳤죠. ㅋ 약속 시간에 무려 30분이나 일찍 남영역에 도착했습니다!

제가 술이 약합니다. 맥주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붉어져서 함께 마시는 이들이 놀리기도 했습니다. 그날도 그랬죠. 시간은 30분이 남았죠. 남영역 계단에 술이 약간 취한 상태에서 앉아 있으니 저절로 졸음이 왔습니다. 잠깐 졸고 있는데, 웬 청바지를 입은 여학생이 저를 툭툭 치는 것이었습니다. 미팅을 할 때는 분명히 치마를 입은 여학생이었는데, 사람이 아니 옷이 바뀐 것이었습니다.

"저... OO 씨 맞습니까?"
"낮부터 무슨 술을 그렇게 마셔요?"
그 한마디만 하고 획 하니 뒤돌아서서 가더군요. 쫓아갔습니다. 저녁이라도 드시고 들어가시라고 했는데, 안 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뒤로 돌아서 서울대 정문에 도착했습니다. 그때는 학교 안에 들어가는 버스가 없었습니다. 밤에 정문에서 관악사까지 산길로 올라가는데 보름달이 휘영청 떴더군요. 완전 처량했습니다. ㅜ.ㅜ

관악사 라동 앞에서 전화했습니다. 들어오지 않았다는 답. 또 했습니다. 또 들어오지 않았다는 답. 세 번째 시도에서 통화가 되었습니다. 별로 할 말이 없더군요. 미안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미팅을 계속 하실 겁니까?"
"같이 영화 보러 갈 사람이 생길 때까지 하려고요."
"그럼 제가 영화를 같이 보러 다닐 테니 앞으로 미팅을 하지 않으시는 것은 어떨까요?"
"글쎄요..."
저는 "글쎄요."가 No인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더는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주위 분들에게 물어보니, Yes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하시더군요. ㅜ.ㅜ

(끝이 약하다는 어느 성냥불 조원의 조언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미팅 이야기로 보강합니다. 두 번째 파트너는 미팅할 때 바지를 입고 왔는데, 애프터에는 치마를 입고 왔었습니다. 그런데 막 신경질을 내더라고요.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평소에 치마를 입지 않는데 그날 입었더니 친구들이 놀렸다는 겁니다. 그런데 왜 저에게 신경질을 냈는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ㅜ.ㅜ)

3. 술, 노래, 그리고 휘파람

세월이 흘러서 졸업도 하고 유학도 다녀와서 사회인이 되었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리면 노래방도 가고, 가라오케도 갔습니다. 제가 노래를 잘 못 부릅니다. ㅜ.ㅜ 술도 잘 못 마시고, 노래도 잘 못 부르니 다른 장기라도 있어야 될 것 같아서 휘파람을 개발했습니다. 친구들 말이, 제가 술을 조금 마신 다음 휘파람을 불면 그래도 들어줄 만하다고 하더군요. 아마도 그들이 취해서 그랬을 겁니다. ㅋ

하루는 강남의 어느 대형 가라오케 술집을 갔습니다. 넓은 홀에 스테이지가 있더군요. 제 차례가 되어서 올라갔습니다. 다음 노래를 불렀습니다.



간주 부분에 휘파람을 불었습니다. 이상하게 그날은 제법 되더군요. ^^ 노래가 끝나고 자리에 돌아와서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어떤 손님이 저에게 와서 자신의 맥주를 따라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면서 그 노래를 참 좋아하는데, 자기가 부를 테니 간주가 나오면 휘파람을 불어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헉... 그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그날은 같은 노래에 같은 휘파람을 두 번 불었습니다. ㅋ

4. 삐끼와 조(석?X)우하다.

삐끼라는 말을 들어 보셨습니까? 호객꾼을 지칭하는 말이지요. 주로 술에 취한 사람을 상대로 술집으로 유인한 다음 바가지를 씌우는 사람을 뜻합니다.

서울에서 생활할 때 삐끼를 보면 저는 기분이 매우 나빴습니다. 밤에 귀가하면서 지나는 어떤 사거리에는 삐끼와 국가기관이 혼재해서 공존공생하고 있었습니다. 즉, 삐끼가 술 취한 사람을 상대로 호객행위를 하는 것을 보고도 바로 옆의 경찰은 전혀 단속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호객행위는 엄연한 불법행위입니다. 경찰은 국가기관입니다. 국가가 약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광경을 보면 왠지 화가 났습니다.

하루는 그 사거리에 삐끼들이 떼로 몰려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날은 기분이 아주 좋지 않아서 관할 파출소에 들어가서 신고했습니다. 그런데 경찰들은 제가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전혀 출동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파출소 안에 있는 공중전화를 들고 112에 신고했습니다. 제 실명을 밝히고 그 사거리에 호객꾼이 많으니 단속하라고 신고했습니다.

범죄신고 112는 중앙에서 통제하기 때문에 금방 출동합니다. 출동한 경찰이 저에게 다가와서 누가 삐끼냐고 물어보기에 한 명을 지칭했습니다. 문제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즉석에서 대질심문이 이루어졌습니다.

경찰: “당신 호객꾼 맞아?”
P: “아닌데요”
P: (저를 바라보면서) “아저씨, 나 알아요?”
경찰: (저에게) “호객꾼 아니라고 하잖아요. 바쁜데 그렇게 허위신고해서 되겠어요?”
안: (경찰에게)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봤습니다. 근무에 지장을 주어서 대단히 미안합니다.”
안: (P에게) “미안하게 됐습니다. 제가 잘못 봤습니다.”

저는 억울했습니다. 그래서 그 추운 겨울날에 벌벌 떨면서 눈을 부릅뜨고 그들을 쳐다보면서 서 있었습니다. 그들은 감히 호객행위를 하지 못하고 제 눈치만 계속 봤습니다. 그 와중에 이상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사람이 많이 왕래하는 그 사거리에서 어떤 중년남자가 중년여자를 때리는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엄연한 폭력행사였음에도 아무도 말리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것이었습니다. 말리고 싶었는데 워낙 우락부락한 남자라서 제가 다칠 것 같아서 망설였습니다.(저도 이 선생님처럼 겁이 많습니다. ^^) 그때 번득 아이디어가 하나 생각났습니다.

“힘 좋은 호객꾼을 동원하면 되겠구나!”
그래서 P를 불렀습니다.

“내가 술을 한 잔 살 테니 저 무지막지한 인간을 말려주게나.”
“정말 술 사주시는 겁니까?”
“약속은 지키는 사람이네.”
저와 P가 그 폭력을 막았습니다. 소란스러워져서 경찰이 왔지만, 그 중년남자를 연행하지는 않더군요. 조금 지나자 여자가 졸도했습니다. 아니, 졸도한 척했습니다. 폭력을 피하기 위해서 연기를 하는 것이 역력했습니다. 우리가 말리고 경찰이 등장하자, 그 남자는 여자를 끌다시피 택시에 태우더니 어디론지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여자는 처음에는 타지 않겠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스스로 택시에 올랐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 저는 모릅니다. 그들이 부부 사이인지 무슨 다른 관계인지 저는 모릅니다. 다만, 약자가 강자에게 당하는 것을 국가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광경을 다시 한 번 목격했을 뿐이었습니다.

약속대로 그 P와 저는 술집으로 향했습니다. 삐끼더군요. 술을 시키고 말을 해보니 저와 동향이었습니다. 그래서 후배에게 술 한 잔 사주는 셈치고 환담하면서 술을 몇 잔 들이켰습니다. 그런데 이 인간이 술병을 채 비우기도 전에 다른 술병을 가지고 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더는 마시지 않겠다고 하고, 계산서를 가져오라고 해서 일단 계산한 다음 다시 관할 파출소로 향했습니다. 이번에는 파출소에서 출동했습니다. 제가 신고한다는 것을 이미 알기 때문에 (112에 신고하면 관할 파출소에 통보됩니다.) 저를 경찰차에 태운 다음 그 술집으로 향했습니다.

“이 집입니다. 호객꾼을 고용하여 장사하는 집입니다. 단속하십시오.”
“단속할 근거가 없습니다. 영업시간 제한이 풀렸기 때문에 단속할 수 없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정말 단속할 것이 없을까요?”
“잠시 문 앞에서 기다리세요. 우리가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경찰이 문을 두들기면서) “문 열어!”
의도하지 않았던 닌자 역할이 의도한 트로이의 목마로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 왜 영업시간 제한이 없는데 그 집이 문을 닫아놓고 있었겠습니까? 경찰이 출동한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셔터를 내린 것이지요.

결국, 저와 술집 사장, 그리고 호객꾼은 파출소에 가서 조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사건의 전모가 확인되었고 경찰이 저에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처리해 드릴까요? 고발하시겠습니까?”
“저는 고발을 원치 않습니다. 다만, 약자를 등치는 그런 일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따끔하게 야단치고 훈방하시기 바랍니다.”
술에는 장사가 없습니다. 술 마시는 것이 불법이 아니라면, 술 취한 약자는 국가가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것이 원래 사회계약이었습니다. 사전에 그런 약자가 흔히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가 노력할 수도 있습니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술집이 문을 닫도록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술집에서 각 손님에게 일정량 이상의 술은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동네 슈퍼마켓에서 일정 시간대에는 주류를 팔지 못하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술 취한 사람을 등치려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단속하고 처벌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고, 할 수 있습니다. 원래 계약이 그랬다고 생각합니다.

이 해프닝은 졸고 "국가와 사회적 약자(http://tinyurl.com/ahn-socialcontract)"를 적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덧 붙임: 삐끼를 만들어내는 사회구조 문제를 들면서 제가 신고한 것을 비판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사회구조 탓만 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현상으로 나타나는 삐끼의 방종이나마 지적하는 인간의 노력이 사회개선에 적어도 성냥불 정도의 도움은 된다고 저는 판단했습니다.)

이상, 성냥불 조 5회전 출품작이었습니다.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2개:

  1. 윤형석
    (2009/10/04 02:07) 안교수님... 일단 한 표!!!

    우선, 낮술먹고 여자에게 딱지맞은 사실보단
    예스이기도 하고 노이기도 한 "글쎄요"에 대한 해석이
    너무 웃기지만 또한 남얘기같지 않아 슬프기도 합니다.
    쿨럭... 비슷하게 차인 적이 많은지라...

    서울은 추석이지만,
    캘리포냐에선 그저 평범한 토요일이겠네요.
    그래도, 추석 즐거이 보내시길 바랍니다...

    안병길
    (2009/10/04 03:01) 형석 씨, 응원 감사합니다. 기회가 되면 형석 씨 이야기도 들려 주시면 좋겠네요. ^^

    한가한 토요일 아침을 보내고 있습니다. 형석 씨도 고향에서 먼 곳에 계시지만, 즐거운 한가위를 보내시기 바랍니다.

    이준구
    (2009/10/04 09:59) 완전 재미있고 낭만적인 스토리입니다. 그런데 휘영청 떠 있는 보름달이 왜 그리 처량하게 보이지요? 연분이 있는 법이니 그 청바지 여학생과 맺어지지 못한 것이지요.

    안병길
    (2009/10/04 10:21)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더 좋은 여자를 만나라는 하늘의 뜻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제가 아무 것도 모르는 시절이어서 시행 착오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한 것 같습니다. ^^

    wunderhorn
    (2009/10/04 12:34) 정말 흥미진진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중간 중간 여러번 얼굴이 환해졌고, 애절한 연애담에 제 가슴까지 졸였습니다..

    도쿄 신주쿠의 가부키쵸에 갔더니 길 양쪽이 삐끼로 가득찼더군요..양복입은 남자 삐끼는 기본이고, 여자 삐끼도 여럿 보이고, 흑인 삐끼도 만났습니다..사복 경찰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복입은 경찰은 보이지 않더군요..그래도 입성이 돈이 안될거라고 생각해서인지 몇마디 말 붙이다가 "NO"라는 손짓을 보더니 그냥 가더군요..따라갔으면 원래 우리보다 물가 비싼 일본인데다 엔고 환율효과까지 더해져서 엄청 후덜덜거렸겠지요..

    훼밀리쥬
    (2009/10/04 12:44) 역시 안박사님!!
    물론 제 댓글은 카운트되지 않는 표가 되겠지만, 그래도 선생님 너무 멋지십니다:)

    오키프
    (2009/10/04 14:06) 웃음과 감동이 담긴 미션입니다.!!! 안박사님의 보름달 뜬 날의 에피소드는 또 봐도 재밌습니다!

    내사랑내곁에...는 제가 즐겨치는 곡중에 하나인데 (취미가 피아노라서...)예전에 집에서 그 곡을 치고 있으니 아버지께서 들으시더니 애절한 마음을 담아 감정을 실어서 쳐야하는데 제 연주는 너무 건조하다고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

    서울에 오시면 노래의 분위를 물씬 살린 휘파람 연주를 들을 수 있을까요??ㅎㅎㅎㅎ

    안병길
    (2009/10/04 14:08) wunderhorn 씨, 훼밀리쥬 씨, 성원에 감사합니다.
    저는 일본도 아직 가보지 못했습니다. 와세다에 있는 제자가 이번에 귀국할 때 도쿄로 꼭 놀러 오라고 했는데 못 갈 것 같습니다. ㅜ.ㅜ 확 질러버릴까요? ㅋ

    비아 씨, 그 휘파람이 녹이 슬어서 이제는 영 아니올시다 이네요. ㅜ.ㅜ 응원, 감사합니다.

    애그
    (2009/10/04 15:40) 아~ 잔잔하면서도 감동적이었습니다.
    80년대 대학 다니시던 분들의 미팅과 소개팅은 왠지 상상만으로 훈훈합니다. ^^

    선생님, 보름달이 처량해 보인건...
    처량하게 느껴지는 자신을 너무 환하게 비추고 있으니 그런거 아닐까요...( __)a

    P.S. 이번 덧글은 카운터에 포함 시켜 주시는 것이죠? ^^;a

    소민우
    (2009/10/04 16:30) 근디 안박사님의 상대이신 신교수님은 아드님 아니면 사모님을 수족 삼아 메가톤급 미션 한 사발을 투하하실 모양인가 보네요 후덜덜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니까 말이네요. ^^

    신영기
    (2009/10/04 21:12) 안 박사님 훈훈한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화요일까지 말미를 주시면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안병길
    (2009/10/04 22:38) 신 교수님, 학기중이라서 바쁘실 텐데 큰 신경 쓰지 마시고 가볍게 여겨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벤트 경쟁자의 말입니다.)
    신 교수님의 역작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게시판 회원의 말입니다.) ㅋ

    애그님, 잠시나마 훈훈하셨다니 다행입니다. 응원에 감사합니다.

    민우 씨, 그렇죠? 신 교수님이 강호에서 알아주는 초절정 내공을 갖고 계셔서 걱정됩니다. 그러나 메가톤급이 떨어지면 우리가 모두 행복할 것이니 그것도 어찌 환영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

    안병길
    (2009/10/05 00:11) 일부 돌비당원은 댓글을 달지 않기로(혹은 못하기로^^) 한 모양입니다. ㅜ.ㅜ
    돌비당원의 객!관!적! 혹은 주관적 평가를 원합니다. ㅋ
    (제가 좀 불쌍하고 구차하죠? ㅜ.ㅜ)

    김규식
    (2009/10/05 01:08) 쿨럭...저의 결의가 간파 당했습니다.ㅠㅠㅋㅋㅋ

    소개팅.....ㅠㅠ
    조개, 낭만.ㅎㅎㅎ
    그러고보니 요새 달을 보질못했네요, 얼른 나가서 잠깐 보고 와야겠습니다.ㅎㅎㅎㅎ

    음, 잠깐 생각해 본 건데요, 완벽한 연애전략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한림원에서 먼저 연락이 올까요, 아니면 결혼알선업체 같은 데서 이사직 받으라고 먼저 연락이 올까요???ㅋㅋㅋ

    안병길
    (2009/10/05 01:28) 완벽한 연애전략을 만들어낼 수 없음이 증명되어 있습니다.
    The Impossibility Theorem of Perfect Dating Strategy라고 있습니다. 누군가 증명했다고 합니다. ^^

    김규식
    (2009/10/05 01:32) 왠지 증명하신 분은 모르지만 처량하게 느껴지는 것은 필시 동질감.......ㅠㅠㅠㅠㅠㅠㅠ

    돌비
    (2009/10/05 01:36) (제가 지금 근신중이라 댓글 못달아요~ 근신 끝나면 달께요!!!ㅠㅠ)

    (아이구~ 선생님~ 이정도는 봐주세요~ㅠㅠ)

    안병길
    (2009/10/05 01:49) ㅎㅎㅎ 댓글 짜내기가 성공했습니다.

    이준구
    (2009/10/05 10:18) 괄호 속에 있는 글은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겠음.
    그 대신 반성 기간 끝나면 거한 칭찬 댓글 달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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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임형찬
    (2009/10/05 19:46) 그 여학생이 박사님께 신경질 낸 이유는...
    칭찬을 하지 않아서가 아닐까요? 새로운 시도로 치마를 입었는데, 친구들은 놀리는데 그나마 위안은 박사님의 칭찬이었을 겁니다.

    그 말은 박사님에 대한 호감이 있었다는 뜻이겠지요.
    뭐 박사님의 추억에서 칭찬이 있었는데, 그랬다면;;;;;
    대략 난감한 누님(?)이었을 듯 합니다.

    그리고 글쎄요는 Yes 였던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그렇습니다.^^;;
    (그 시대에는 어장관리녀가 없었다는 가정하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결과적으로 생각해보니 박사님은 인기가 많으셨군요. ㅋㅋㅋ^^ 암튼 흥미진진해지고 있습니다.

    이준구
    (2009/10/05 21:32) 형찬군이 생각 밖으로 날카로운 직관의 소유자네. 경험이 있어서 그런가?

    안병길
    (2009/10/05 22:29) ㅎㅎㅎ 형찬 씨의 우호적인 해석에 감사합니다만, 제가 인기가 있었던 것은 전혀 아닙니다. 증거도 있습니다. 인기있었던 남학생이 대학교 4학년 가을까지 여친이 없었겠습니까? ㅜ.ㅜ

    두 번째 미팅 파트너는 관악 캠퍼스 학생이었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아주 가끔 마주쳤죠. 눈인사만 하면서 지나쳤는데, 3학년인지 4학년이었을 때인지 정확하게는 모르겠는데, 하여튼 한참 뒤에 저에게 말을 걸더군요. 아주 오래전에 저에게 술을 한 잔 사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요. 제 기억에는 없는 약속이었지만 쾌를 거절할 이유가 없었죠. 그래서 술을 사시라고 했습니다. 연락은 없었습니다. ^^ 그분이 이 댓글을 보시면,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약속은 지키셔야죠. ㅋ

    임형찬
    (2009/10/05 23:34) 교수님 // '생각 밖'이라는 것이;;;ㅠ.ㅠ
    전 아직 멀었습니다. ^^;;;(왠지 교수님께서 그런 직관은 더 대단하실 듯합니다 - 여자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뜻에서)

    박사님 // 박사님께서는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원상화와 같은 성품을 지니신 것 같습니다. 인기가 분명 있으셨는데...박사님이 무덤덤해 하셨던 듯....

    아무래도 저희 세대와 달리 그때에는 여성이 남성에게 먼저 연락해서 술 한잔 하자고;;; 할리는 없을 것입니다. (그말은 술은 사주되 박사님께서 먼저 연락해주길;; 기다렸을 수 있다는 뜻;;;)

    지금은 아마 절대(!?) 연락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엔 3~4학년 때 그런 일이 있으셨음에도 4학년 가을에 솔로 탈출을 하신 것으로 보아 연애운의 빈도는 강하셨던 것 같습니다.( = 품절남?)

    4jahoo
    (2009/10/06 00:11) "글쎄요."라는 서울사투리(?)를 이해하지 못해 의사소통에 실패하신거네요. 재밌었습니다. 아주 오래된 유머 가운데, 이와 정반대 이야기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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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남자 : (멋진 부산 아기씨를 보고) 저, 아가씨 시간 있어요?
    부산여자 : 언지예(전혀 없다).
    서울남자 : (언제냐고 묻는 줄 알고 좋아하며) 12시면 어때요?
    부산여자 : (싫다는데 왜 이러나 싶어) 어데예.
    서울남자 : (어디냐고 묻는 줄 알고 싱걸거리며) 해운대가 어떨런지요?
    부산여자 : 이 머스마가 돌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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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부산사투리|작성자 아기자기

    안병길
    (2009/10/06 00:26) 4jahoo님, 재미있었다니 다행입니다.
    경상도 사투리를 처음 들으면 오해하기 쉽죠. 보통 대화인데도 싸우는 것처럼 들릴 때도 있고요. 경상도도 세부 지역에 따라서 말이 다르더군요. 대구, 부산, 진주 정도만 비교해도 차이가 나죠.

    형찬 씨, 제가 자유주의와 게임이론을 학부 때 배웠다면 양상이 달라졌을지도 모르죠. ㅋ 학부 때는 지금과는 달리 내성적이고 소심했습니다. 지금은 까부는 편이죠. ^^

    애그
    (2009/10/06 01:17) 4jahoo님.. 저는 부산 출신인데
    제가 보기엔 서울남자가 제대로 이해한거 아닌가요? ㅡ,.ㅡ;;a

    언지예 -> 언제요?
    어데예 -> 어디요?

    제가 부산사투리를 잘 못 알고 있는 건지...ㅋㅋㅋ
    표준어만 쓰다보니 이것 참~ ^^;a
    부산사투리가 가물가물하네요.ㅎㅎ
    제가 좀 부산사투리가 서툴기는 합니다.

    안병길
    (2009/10/06 06:49) 애그님은 부산 사투리를 밤에 배워서 그럴 겁니다. 저는 낮에 배웠는데, 언제요?는 언제예?로, 어디요?는 어디예?로 배웠거든요. ^^ 제가 한 부산 사투리 합니다. ㅋ

    4jahoo
    (2009/10/06 10:33) 애그님, 글자로는 같아도 억양과 장단에 따라 반대의 뜻이 됩니다.

    톤을 계단식으로 올리면서 "언지예?"하고 읽으면 "언제요?"가 되고, "언"은 길게 하고, 톤은 계단식으로 내리면서 "언~~~지예."하고 읽으면 부정의 뜻이 됩니다.

    "어데예?"는 "어데"는 같거나 올라가는 톤, "예?"는 더 올리면 "어디요?"고,
    "어데예~."는 계단식으로 톤을 내리면서 "예."를 길게 발음하면 부정의 뜻이 됩니다.

    이상 생활사투리, 부산편이었습니다.^^

    돌비
    (2009/10/06 22:52) 36시간의 근신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ㅎ
    그 와중에서도 술과 인생, 자유, 그리고 정의를 볼 수 있는
    정말 뜻깊고도 재미있는 멋진 수작입니다!

    안병길
    (2009/10/06 23:10) 돌비 씨의 성원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돌비 씨에게 앞으로 떡 "고물"이 많이 생기길 빌게요. ㅋ

    홍기호
    (2009/10/07 11:15)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안병길
    (2009/10/07 22:13) Dr. 홍, 감사합니다.
    요즘 바쁘실 텐데 휴식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좋겠네요.

    박영환
    (2009/10/08 13:12) 그때 여학생분의 답을 yes로 해석하셔서 관계가 더욱더 전진됐으면 어쩌면, 지금의 사모님을 뵙지 못하셨을수도.. ^^;;

    안병길
    (2009/10/08 13:40) 사람 일을 어찌 알겠습니까.
    어떤 사람과 영화보러 가게 되었는지 궁금하기는 하네요. ㅋ

    육공자
    (2009/10/09 08:57) 일상의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풀어내시는 능력이 정말 탁월하시네요.
    역시 안박사님 이십니다!!

    안병길
    (2009/10/09 08:59) 육공자님의 변함없는 성원에 감사합니다. 이제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전에 물어볼 것이 있다고 하셨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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