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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27일 수요일

[정치] 대략 난감 (2008년 4월)

(서울대 이준구 교수님 게시판, 2008/04/25)

최근 일본의 태평양전쟁 책임에 관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두 편 보았습니다. 하나는 미국 PBS에서 방영한 "Victory in the Pacific"이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제가 인상깊게 봤던 부분은 마지막의 일본 패전 결정이었습니다. 1945년 7월 26일의 포츠담 선언에서 연합군은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무조건 항복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천황제 존속 등을 포함한 조건부 항복을 타진하게 되었죠. 나중에는 다른 조건들은 모두 포기하고 명목상의 천황 유지만 받아내려고 했지만, 일본은 결국 원자탄 두 방을 맞고 무조건 항복을 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의 원래 입장은 천황제를 폐기하는 것이었지만, 종전 후 일왕을 활용할 필요가 생긴 미국의 입장이 교묘하게 반영되어서 일왕은 살아남게 된 것입니다. 일왕은 신이 아니고 보통 인간임을 천명하고 전국을 순회하면서 평화적 일본 재건의 상징으로 우뚝 서게 됩니다. 역사의 아이러니라고나 할까요. 침략전쟁의 최고 책임자였던 일왕이 대량 살상을 막은 평화주의자로 되살아난 것이죠.
또 다른 프로그램은 2003년 MBC에서 방영되었던 "조선여인 와카하루의 진실"이었습니다. 정신대 할머니의 생생한 육성 증언으로 중국과 동남아로 끌려다니면서 겪었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너무나도 가슴 아프게 느끼게 해줬습니다. 프로그램 끝에 히로히토 일왕이 특급 전범으로 유죄라는 판결을 시민단체들의 국제모의재판에서 이끌어내는 장면에서 그 할머니는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시더군요.

우리 대통령 내외가 일본을 방문하여 일왕 내외에게 예의 바르게 깊이 고개 숙여 인사하는 사진을 보니, 최근에 본 두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들이 생각나면서 대략 난감인 기분이 들었습니다... 국제 협상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일본의 전쟁 책임이나 미국의 쇠고기 등은 활용하기 좋은 협상카드인데 스스로 포기하는 것 같아서 그것도 대략 난감이었고요...

댓글 1개:

  1. 윤준현
    (2008/04/25 17:10) 안병길 박사님~~ 이메일 주소 좀 가르쳐 주세요.. ㅠ.ㅠ 이제 슬슬 행정학 통일부 과제를 시작해야 하는데 질문 드릴 게 좀 더 있습니다... 번거롭게 해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ㅠ.ㅠ

    그리고... 말씀하신 협상 카드 부분... 역시 청와대에서는 실용이라고 하겠지요 -_-

    안병길
    (2008/04/25 17:11) ahnabc@gmail.com 입니다. 번거로운지 아닌지는 질문 내용을 보고 판단할께요. ^^

    윤준현
    (2008/04/25 17:13) 와 실시간입니다... 감사드립니다 ㅠ.ㅠ 아마 PPT 내용에서 저희 생각을 추가할 부분이 거의 박사님 생각을 도배하는 형태가 될 거 같습니다.... 그래도 그만큼 공부했다는 데에서 의미를 찾아야 할 거 같습니다 -_-

    이준구
    (2008/04/25 22:58) 전에 참여정부 시절 정부 요인들이 북한 방문했을 때 국방장관이 김위원장과 악수할 때 꼿꼿한 자세를 유지했다 해서 화제가 되지 않았습니까? 모든 언론이 그 '꼿꼿장수'의 멋진 모습을 대서특필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 대통령이 일왕과 악수하는 모습은 그 반대더군요. 아주 정중하게 몸을 굽히고 일왕은 마치 계급 낮은 신하하고 악수하듯 꼿꼿하더군요. 그런데도 언론은 그 모습에 대해 일언반구 없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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